[스토리人] "길 잃은 시민운동에 고민... 목가적 삶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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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길 잃은 시민운동에 고민... 목가적 삶 꿈꿔"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3.11.08 0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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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솔 한국YMCA전국연맹 시민사회운동 팀장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 젊은이여 우울해할 필요 없어요♪ (Young man, there's no need to feel down) … ♩와이엠씨에이 ... 와이엠씨에이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Y-M-C-A ... you'll find it at the Y-M-C-A)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이라면(물론 당최 나이가 어느 정도라는 건지, 이 문구 자체가 모호하긴 하다) YMCA란 말을 들었을 때 보통 팝송을 연상하기 쉽다. (아닌가?)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비정부조직인 YMCA를 제외하곤 팝송 가십에서조차 얘기할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런저런 화제나 논란거리 소재가 됐을 때 방송에서 듣거나 신문 한 모퉁이에서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용한(?) 단체이지만 실은 한국의 시민운동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게 YMCA다. 겉으로 요란하지 않지만 장강과 같이 흐르는 시민운동의 정맥, 한국YMCA전국연맹의 이해솔 팀장을 NGO저널이 만났다. 시민사회연대회의 운영위원이기도 한 그가 바라보는 시민사회와 현실적 고민을 들어봤다.

 

자신이 생각한 시민운동의 추동력을 얻기 위해 한국YMCA 전국연맹을 택했다는 이해솔 시민사회운동 팀장.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한편으로는 솔직한 답변을 하는 모습에서 그가 추구하는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느껴졌다.
자신이 생각한 시민운동의 추동력을 얻기 위해 한국YMCA 전국연맹을 택했다는 이해솔 시민사회운동 팀장.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한편으로는 솔직한 답변을 하는 모습에서 그가 추구하는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느껴졌다.

 

-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는 YMCA 하면 올드 팝송 ‘YMCA’부터 생각이 납니다만, 팝송부터 생각나는 저와 같은 시민들에게 한국YMCA전국연맹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 YMCA는 미국 디스코 그룹 빌리지 피플의 세 번째 정규 앨범 《Cruisin'》의 수록곡으로 빌보드 핫100 2위, 영국 싱글차트 1위를 한 곡이다.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 인증 플래티넘 등급을, 영국 축음기 협회(BPI) 인증 플래티넘 등급을 받은 곡으로 알려져 있다. 가사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YMCA가 운영하는 쉼터 서비스를 소개하고 청년들의 자활을 독려하는 내용. 동성애 코드 논란이 있었으나 팝송 자체로서 세계적 인기를 얻은 곡)

“하하. 박 기자님 70년대 팝송을 기억하시면 대체 연식이...농담이고요.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기독교청년회)는 180여 년 전 자본주의 폐해 문제를 고민하던 영국 기독교 사회운동가 10여 명이 모여 만든 민간단체에요. 세계 각국으로 브런치로서 뻗어 나갔고 한국은 110여 년 전 대한기독교청년회연맹이 시작입니다.

당시는 개화기로 서구 문물과 문화가 선교사를 통해 들어왔고, 식민지 등 격동의 시기를 지냈야했던 많은 청년들이 방황하며 소일하고 지내는 현실에 주목하여 이들의 문화, 체육활동 등을 통해 청년들의 삶을 향상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YMCA 야구단과 같은 스포츠 체험 활동도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1976년 한국YMCA만의 목적문을 결의하게 됐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이 땅에 천국을 실현한다는 거예요. 다만 사회복지, 청소년 문화 등 지역마다 집중하는 활동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 어쨌든 YMCA도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는 단체이잖아요.

“보통 에큐메니컬(Ecumenical) 운동체라고 설명하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적을 기독교에 뒀든 천주교에 뒀든 크게 상관하지 않으며 더 넓게는 종교인이 아니어도 이 땅에서 예수님 삶의 궤적을 쫓고자 하는 삶을 살고자 실천하는 사람들 정도의 범위 내에서 해석되는 종교 개념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은 것 같아요. YMCA 사람들은 반드시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죠.”

 

사회학을 전공했다는 이해솔 팀장은 조직 내에서도 반골 기질을 감출 수 없다고. 그의 그런 기질이 YMCA의 방향성에 대한 생산적 고민을 낳고 이끄는지도 모른다.
사회학을 전공했다는 이해솔 팀장은 조직 내에서도 반골 기질을 감출 수 없다고. 그의 그런 기질이 YMCA의 방향성에 대한 생산적 고민을 낳고 이끄는지도 모른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에 안주… 좌표 잃은 사회운동의 방향

- 어떤 계기로 YMCA에 몸을 담게 되셨습니까?

“이야기가 좀 길어질 듯 한데, 우선 제 전공이 사회학이에요. 보통 사회학을 전공한 친구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언론계 아니면 시민단체로 진로가 잡히게 마련이더군요. 이건 제 자의적 해석이지만 아마도 다들 사회 부적응자들이라 일반 회사 생활하기 쉽지 않아 그런 것 같아요. 하하.

기본적으로 반골 기질이 있는 데다 어떤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시민운동 활동가로 살거나 그나마 조직 생활을 한다면 언론 쪽인 거죠. 사실 전 오래전부터 우리 농촌 붕괴 현상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건 자본주의 역사 맥락에서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죠. 식민시절을 거치면서 농업에 대한 수탈 현상과 맞물리면서 그 결과 지금 농촌은 근간이 아예 무너져 내렸어요.

그로 인해 발생한 여러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있었고 이 문제를 도시와 농촌의 시민들의 교류를 통해 이 농촌문제를 해결을 하려했던 생활협동조합쪽으로 진로를 잡고 활동을 했었습니다. 지역 농촌에서도 활동했고요. 국가나 재벌이 주는 콩고물을 줍듯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지역사회에서 뿌리를 내려보자는 뜻으로 순환 경제를 포함해 우리만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의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이 부분에 관심이 많았던 차에 마침 YMCA에서도 관심이 있다며 제가 현장 경험이 있으니 중앙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착하는 일들을 해보자는 제안을 해왔고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제가 본래 갖고 있던 사회운동의 방향성과 목적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 그렇군요. YMCA에서 활동한 지 얼마나 됐습니까?

“2017년 1월에 왔으니 7년쯤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래됐네요.”

- 한국YMCA전국연맹 조직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요?

“회원 조직의 정확한 집계는 등락이 있어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대략 6~7만 정도 됩니다. 실무자 조직으로는 약 2천 명 정도 돼요. 세계 YMCA 조직이 제네바에 있고 대륙간 브런치가 있는데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연맹이 올해 홍콩에서 제주도로 사무국을 이전했습니다. 또 그 아래 광역도시를 포함해 서울, 대구, 여수, 순천 등 로컬 브런치가 67개 정도 됩니다.”

- 시민단체나 운동조직으로서는 규모가 굉장히 크지만, 먹고사니즘의 문제는 작은 단체들의 처지와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가요?

“그게 항상 딜레마였던 것 같아요. 또 그 문제가 조직의 이념적 지향성이나 운동성을 축소하는 측면도 있고요. 시민단체 위기에 관한 내용들은 벌써 20년 된 이슈에요. 시민단체 활동에 뜻을 갖고 회비를 낼 의향이 있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고 그 와중에 저희처럼 운동적으로 제도화된 단계에 진입한 단체들은 지방정부와 파트너십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지방정부나 중앙정부로부터 위탁 형태의 사업을 운영해서 정부와 시민사회 양자 간 이해관계가 절충되기도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단체의 규모가 유지되는 측면도 있죠. 상당 부분 제도화된 흐름이 있다고 생각해요.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다른 단체보다 적을 수 있는 환경이긴 하나 반대급부로 새로운 운동 아젠다를 발굴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익숙해지기 쉬운 상황이죠."

- YMCA전국연맹에서 팀장님의 역할은 뭡니까?

“연대하는 일인데, 말하자면 대외협력과 같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시민단체들의 경우 자기들의 목적성을 갖고 단체가 결성된 곳들이 많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YMCA의 미션 목적이 ‘이 땅에서 천국을 실현한다’는 것인데, 이 의미에서 보면 포함이 안 되는 게 없습니다. 국가와 기업, 민간 모두를 아우르는 미션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지역 현장에서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힘을 보태주는 경우가 많고, 우리가 이니셔티브 하지 않은 이슈라도 연대하고 돕는 일을 합니다. 또 조직의 인사 업무에서 교육 훈련과 관련된 일만 제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일의 양에 비해 직원이 워낙 적다 보니 이렇게 직무가 중첩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YMCA는 조직이 많고 하는 일이 다양해서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이 조직과 무슨 상관이 있지?’ 할 때가 있긴 있지만요.”

 

이 팀장은 현재 시민운동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위상의 추락을 들었다. 국가나 기업보다 신뢰를 더 얻었던 시민운동이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정치편향 등 문제점을 해소해야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팀장은 현재 시민운동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위상의 추락을 들었다. 국가나 기업보다 신뢰를 더 얻었던 시민운동이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정치편향 등 문제점을 해소해야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치편향 등으로 추락한 시민운동 위상 회복이 과제

- 7년 정도 됐다고 했는데, 지금 활동이나 생활에는 만족하십니까?

“하하. 절대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현재 활동에 만족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림이 잘 안 그려지는 부분들이 답답하기도 하고요. 아직 진단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지금의 운동방식 이대로 가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시민들이 사회적 아젠다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끔 하고, 그런 시민을 기반으로 이슈파이팅 하는 것과 연계돼 있는데 시민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과거 20~30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 있어요. 예전엔 시민운동 하면 국가나 기업보다 더 신뢰성이 있었지만, 지금의 위상은 그게 아니거든요.”

- 원인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제가 보기에 시민사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이유 중에는 정치적 편향성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특정 정당과 결을 같이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하려 하지만 시민운동 애초 출발이 80년대 학번의 네트워킹이나 사고구조에서 비롯돼 한계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니, 이미 거대 양당에 회의를 많이 느끼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들의 밥그릇이 아니라 새로운 정책과 아젠다를 제시해 나라를 어떻게 설계하고 그려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이끌 수 있어야 하는데 제 정당 조직이나 시민단체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라고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안없이 안티테제로 비판하는 정도로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어려운 거죠. 이런 현상들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에서 우리 역량이나 한계점도 있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단이 제 스스로도 잘 안 서 있어 고민 중입니다.”

-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고민거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생의 목표랄까요...

“음...제 성격이 특이해서 포지셔닝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무슨 뜻인가요? 성격이 얼마나 특이하길래요.

“YMCA 안에서도 반골성이라 뿌리가 잘 내려지지 않고 좌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다고나 할까요? 앞서 간단히 설명했지만 (시민운동이) 정체된지 꽤 오래되었어요. 실무자들도 자신들 일상에 매몰된 측면이 있고 운동단체로서 면모를 크게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로 인해 미래가 암울한데 내 개인의 인생과 별개로 생각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공과 사가 같은 인생인 겁니까?

“하하. 제 말뜻은, 그러니까 저는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된다는 말의 맥락이란 게 다른 맥락으로써 (시민운동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니까 약간은 불안하고 암울한 미래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런 미래들을 내버려 두고 별건으로 내 인생을 따로 설계할 수 있는 것인가, 과연 그게 가능한 것인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얘기죠.”

- 그래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신 겁니까?

“저 개인적인 목표라면 굉장히 목가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랄까요? 농촌 생활을 하면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친구, 이웃과 나누며 살고 싶은, 그런 종류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다시 돌아가자면 사회에 대한 저의 첫 관심도 농촌문제에서 시작됐고요. 하지만 저 한 명 귀농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서 고민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농촌에서는 노인들이 알코올 중독으로 죽고 있고 제초제를 뿌리다 죽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선 사실 국가에서 장려하고 강요한 맥락이 있다는 말이죠. 농사를 지어도 농산물을 제값에 출하 못하니까 다시 밭을 메워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농촌 지역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어떻게 해서든 도시로 보내려는 일이 반복되어 왔어요. 우리 삶의 중요한 기반이 무너진 거죠. 하지만 농촌이 없으면 도시인들도 살 수 없어요.”

- 행동하지 않고 고민만 한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하하. 아픈 데를 찌르시는군요. 그렇다고 행동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방향성을 좀 잃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운동방식이 실효성이 없다면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괴로움이 있는 것이고, 포지셔닝이나 방향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그런 차원이에요.”

 

궁극적으로 '목가적 삶'을 추구한다는 이 팀장. 현 시민운동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의 존재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목가적 삶'을 추구한다는 이 팀장. 현 시민운동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의 존재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논란 있지만 사회 퇴행 막은 건 시민운동, 격려해줬으면

- 좀 다른 질문으로 넘어갈까요? 한국YMCA전국연맹의 올해 목표는 뭡니까?

“총회가 격년으로 있습니다. 작년 총회 때 기후위기, 평화 통일, 민주주의에 관한 내용들이 논의가 됐어요. 이런 내용들을 포함하는 사업들을 지역과 함께 전개해 보자는 안이 나와서 전국연맹이 기존에 하던 루틴은 루틴대로 하고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올해 한 번씩 모여 지역(YMCA)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답이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요.

또 저희는 연맹(일종의 가맹 개념)이다 보니 중앙에서 하달이 내려와 일사분란하게 이뤄지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 이것 한 번 해보지 않을래?’ 해도 한쪽에서 ‘싫어’ 하면 끝이에요. 하하. 하지만 힘들더라도 이게 운동적으로 중요한 함의이기 때문에 조직 운영 원리로 삼았죠. 원래 민주주의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 목가적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을 얘기했는데, 그럼 이 운동은 언제까지 계속하실 생각입니까?

“확실히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락은 지어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기적 목표에 맞춰 현안이나 실무에 매여 조직이 운영되어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지금 생각으로는 총괄적으로 조직 진단을 내려 현황을 공유하는 것을 제 마지막 미션으로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 그렇군요.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한국YMCA를 포함해 시민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나, 시민사회 전체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을 하는 이 사람들은 어쨌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의제에 헌신한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이 헌신하므로 박수쳐달라는 건 아니지만, 또 이 사람들의 헌신만으로 지금 세상이 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 사회가 퇴행하지 않게 버텨온 사람들인 건 분명하거든요. 이들이 굉장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더라도 지역과 현장마다 이 활동가들이 있었다는 존재 가치는 분명합니다. 사실 누가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데 그렇게 활동합니까. 바보 소리만 듣기 십상이에요. 최저임금도 못 받는 활동가들이 정말 많습니다.

번번한 조직이나 제도가 없는 곳들이 태반이고 1인 사무국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죠. 그럼에도 그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 어느 곳에 존재한다는 것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시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하고 못 미더울 수 있고 아마추어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람들이 존재해 그나마 이 사회 곳곳의 구멍들을 메우고 있다는 점을 말이죠. 장기적으로 시민들이 보시기에 괜찮은 활동 방식을 제안해 드릴테니 기대를 접지 마시고 지켜봐 달라는 정도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목가적 삶에 대한 로망이 정말 강렬하신 것 같은데, 그러다 혹시 나중에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게 되는 것 아닙니까?

“하하. 이미 이전 산에서 살다 나온 경험이 있어요. 사람이 싫어서 폐교에 들어가 1~2년 산 적이 있죠. 참 좋았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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