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문화에도 자유를... "유엔에서 내 영화 상영될 날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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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문화에도 자유를... "유엔에서 내 영화 상영될 날 오길"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10.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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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남 문화자유행동 공동대표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지난달 12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 문화시민단체가 있다.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이다. 소위 진보적 단체들이 즐비한 문화예술계를 상대로 ‘이권 카르텔을 깨겠다’며 자유의 기치를 들고 나왔다. 섣부른 오해는 금물이다. 이들에게 자유란 상대를 깨부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한다.

‘문화예술은 국민이 누려야 할 자유’여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 자유를 옭아매어 자신들의 밥그릇을 채우는 철밥통들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문화자유행동은 “좌우의 논리를 떠나 함께 미래를 얘기하자”고 제안한다. NGO저널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용남 감독을 만났다. 이 감독은 청주대학교 영화학과 겸임교수, 제1회 서울국제자유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지낸 영화인으로, 지금까지 여러 편의 북한인권영화를 만들었다.

 

이용남 문화자유행동 공동대표는 인터뷰 내내 '이권 카르텔' 타파를 강조했는데, 그것이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체의 출범 목적도 기득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와 자유를 불어넣어 국민 전체의 행복으로 귀결되게끔 하기 위해서라고.
이용남 문화자유행동 공동대표는 인터뷰 내내 '이권 카르텔' 타파를 강조했는데, 그것이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체의 출범 목적도 기득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와 자유를 불어넣어 국민 전체의 행복으로 귀결되게끔 하기 위해서라고.

- 문화 운동이란 게 원래 자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것 아닙니까? 갑자기 왜 자유를 강조한 단체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현실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문화 운동 자체의 가치 중 핵심은 자유에 대한 몸부림이라고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생태계 혹은 문화예술 환경은 변질되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좀 더 심하게 얘기하면 곪아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어야 할 문화예술이 정치의 도구화로 변질된다든지, 아니면 선전선동의 기능을 한다든지, 이념의 시녀 역할을 한다든지 하는 현상 말입니다.

특히 문화기관들 아래 각 권력이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미래 세대나 소외된 문화예술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금 등 혜택이 소수가 독점하는, 그들의 쌈짓돈처럼 되어가고 있어요. 어찌보면 국민 세금으로 온 국민이 혜택을 보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소수의 문화기득권자와 이권 카르텔 세력에 자선하는 것처럼 돌아가는 형국이죠. 지켜보면 답답합니다.

단체가 탄생하게 된 건 이런 문화예술 생태계를 어떻게 바로잡아볼 수 없을까 하는 고민, 미래 세대를 위해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게 계기였어요. 이 고민을 우리만의 고민으로 끝내지 말고 연구나 정책제안 등으로 만들고 모니터링 등 건전한 감시 비판 활동을 통해 정치에 예속돼 가는 문화를 국민 품으로 돌릴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국민이 수혜자가 되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게 우리가 행동해보자는 것이죠. 분열하고 반목하자는 게 아닙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화가 대립과 반목하면서 그걸 통해 차별과 억압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화합과 공존, 공생을 위해 서로 소통하며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정신으로 돌아가는 변화를 만들어내자는 뜻입니다. 그게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이 설립된 목적이고 이유에요."

- 그렇군요. 그런데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말씀하신 이권 카르텔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호하게 다가갈 것 같습니다. 사례가 있습니까?

"제 전공이 영화이니 영화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영화와 관련한 큰 기관 중 하나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있습니다. 또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이라는 기관도 있고요. 이 기관장들이 소위 코드 인사입니다. 정부 코드에 맞는 인사들이 기관장으로 임명되고 그 아래의 소분야, 자문 분과 위원들도 비슷합니다. 방통위나 방심위 같은 곳도 구성에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맞추지 않습니까? 그래야 서로 견제가 될텐데 제가 말하는 기관들은 거의 9대 0 수준입니다. 구성원 비율에 문제가 있다 보니 견제가 된다거나 정책 수립 과정에 있어서 균형감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 위원으로 활동하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고 그 사람들이 어떤 지원 사업에 신청하는 경우도 있죠. 심사위원이 곧 작품을 제출하는 당사자가 된다든가 하는 그런 식이라고나 할까요?"

 

이용남 대표가 말하는 영화계 이권 카르텔은 오랜 세월 쌓여와 매우 단단하게 느껴졌다. 지원금 심사 과정에 있어서 불공정이 노골적으로 판치고 결국 소외된 지역의 작은 단체, 예술인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질 법 해 보였다.
이용남 대표가 말하는 영화계 이권 카르텔은 오랜 세월 쌓여와 매우 단단하게 느껴졌다. 지원금 심사 과정에 있어서 불공정이 노골적으로 판치고 결국 소외된 지역의 작은 단체, 예술인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질 법 해 보였다.

 

이권 카르텔에 짓눌린 문화예술인들의 현실…“이들에게도 기회를”

- 그런 노골적인 일들이 벌어집니까? 놀랍네요.

"하하. 놀라셨나요? 독립영화 배급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상반기 하반기 나누어서 1년에 두 번을 지원하는데요. 선정된 단체에게 1억 원이라는 배급 지원금을 줍니다. 이 정책으로 어찌 보면 독립영화들이 유통되고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죠. 국민세금이 적절하게 쓰인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세금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대한 부분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2022년 기록과 2023년 기록을 보면 항상 지원금을 타 가던 분들, 단체가 가져가는 거예요.

영화배급이니 보통 영화사들이 지원금을 받게 되는데, 영화사에 계신 분들이 누구인가 들여다보면, 의아해집니다. 과거 의원 활동을 하셨던 분들도 있고, 그래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엿보이는 그런 의구심이 드는 인물도 있어요.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구조적인 문제로 무너지고 있는 독립영화계에서는 ‘어차피 우리는 지원해도 안 되니 차라리 그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서 지원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마치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빌려 운영하는 것과 같은, 그런 형태의 암담한 말까지 나온 겁니다.

많은 시민이 공감할 좋은 작품 만들어야 할 분들이 앉아서 어떻게 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이 현실의 원인 중 하나가 문화계 이권 카르텔이라고 보고 있어요. 이 구조로 인해 독립영화인들이 자신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득권 카르텔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게 되는 거고요. 제가 독립영화에 국한해 말씀드렸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면 영화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 어떤 형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예술인들, K-컬처를 끌어갈 미래세대에게 기회와 수혜가 돌아가야 하는데 기득권 이권 단체에게만 돌아가는 불공정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화 이권 카르텔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거나 타파한다면 공정한 기회가 소외 지역이나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문화예술인, 미래 세대에게 돌아가게 되어 이들이 자생 능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러니까 우리 단체가 그런 기회를 만드는 역할로써 할 수 있는 행동을 해보자는 게 우리 단체의 주된 목적인 겁니다."

- 자칫 정치적 논란에도 휘말릴 수 있어 보입니다.

"음...예전에는 이 부분들을 이야기할 때, 조금은 어떤 정치적 시선에서 이야기해왔던 게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문화 운동 자체가, 소위 좌파의 문화 운동도 그랬고 우파의 것도 마찬가지여서 적과 동지의 질서라는 차원에서 정치적 시선으로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상호 간 비판을 하면서 적대적 관계를 형성해왔는데, 이제는 그런 이념과 진영은 넘어서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좌우가 아니라 깨지지 않는 기득권 카르텔 그 자체란 것이죠. 좌우가 함께 이 부분에 한목소리를 내서 정당하게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가르텔을 깨야 미래 세대에 기회가 돌아가게 되니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거예요.

문화예술인들이 생계 때문에 진심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치 구호를 외치고 플래카드를 들고 나서서 미디어에 자신을 노출하고 어느 순간 자신이 자신이 아닌 존재가 돼 버리는 그런 비극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제 주변에도 그 경험을 털어놓고 자기 자신이 너무 괴물같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을 해보자는 그 관점에서 문화자유행동에 동참한 분들이 많습니다. (정치적, 이념적으로) 다양한 진영의 분들이 계세요."

- 그런 분들이 지금 몇 명 정도 합류하셨습니까?

"창립심포지엄 이후 회원 가입이 늘어서 정회원 수까지 포함해 80명 정도 됩니다. 제가 상임대표이고 공동대표 두 분이 계세요."
 

이 대표는 문화예술에 있어 '좌파'와 '우파'의 가름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문화자유행동은 서로 생각과 이념이 다양한 이들이 함께 모였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른바 '좌파'들과도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함께 터놓고 고민하겠다고.
이 대표는 문화예술에 있어 '좌파'와 '우파'의 가름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문화자유행동은 서로 생각과 이념이 다양한 이들이 함께 모였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른바 '좌파'들과도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함께 터놓고 고민하겠다고.

 

‘우파 영화인’ 딱지, 영화계 균형 맞추기 위한 몸부림

- 안 그래도 두 분의 공동대표에 관해 질문하려고 했습니다. 최범 서래포럼 대표, 이재경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는데, 두 분은 어떤 분이신가요?

"최범 대표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미술계에서 활동하다 디자인 분야에서 활약하신 분이에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지내셨고요. 이재경 대표는 아시는 것처럼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을 지내신 분이고요. 이분들이 먼저 올해 초 1차 모임을 먼저 갖고 한 20명 정도 되는 분들이 모여 향기가 나는 본래의 문화로 돌아가자는 의견을 나누던 중 단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계속 숙성시켜온 거죠."

-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은 문화예술인이라기보다 기업인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종의 시선 확장이랄까요? 문화와 관광은 직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에요. 이분도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문화적 경험이 많은 분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시민단체의 한계점이 될 수도 있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관점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말하자면 우리끼리 모여 세미나 하고 우리만의 아우성이 아니라 시선을 넓힌 문화운동과 실천력에 도움을 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비영리단체로서 적합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방향 설정이나 단계별로 어떤 것을 준비해나가야 할지 등에 관해서도 이 대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봐요. K팝, K시네마, K컬처 등 모든 예술문화 분야에 있어 가장 친근한 접근이 결국 관광산업이고, 이 분야 전문 식견을 가진 분과의 조합이 우리 단체 활동에 시너지 효과를 내리라 봅니다."

- 어쨌든 시민단체를 운영하려면 비용도 필요할 텐데요.

"하하. 그 부분이 사실 제일 고민입니다. 아직 저희가 후원회비를 받을 만큼 활동을 한 게 없어요. 현재는 내부적으로 자체 갹출해서 일단 꾸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단체가 창립한지 2주 정도라... 이사회도 한 번밖에 열리지 않았고요. 사무실 문제 등 여러 부분을 좀 더 고민해야 합니다. 추석 지나고 창립총회를 여는데(※ 인터뷰 시점은 추석 연휴 전인 9월 마지막 주), 참여하는 분들이 대개 예술 하는 분들이라 이런 사무적인 일들엔 좀 어설픕니다. 미숙한 점이 있고 속도도 더디지만 회원들 의지가 단단해서 서로 조화롭게 만들어져가고 있는 과정이에요. 다만 많은 분에게 말씀드린 건 열심히만 하는 단체가 아니라 열심히 잘 하는 단체가 되겠다는 거였어요. 좀 느리게는 갈 것 같습니다."

- 이 대표님은 소위 우파 영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타이틀이 활동하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으십니까?

"전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고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일종의 커밍아웃이라고 할까요? 자기는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숨기는 분들도 꽤 많이 계세요. 숨겨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제 아내는 굳이 노출하지 않고 영화 만들어도 얼마든지 더 많은 관심과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느냐고 해요. 사람들도 가끔 저에게 ‘당신은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고 묻습니다. 답을 하자면 저도 잘 모르겠다는 거예요. 다음에는 책을 쓴다든가 여태까지 못 봤던 영화들을 보면서 조금 쉬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작품 하나가 끝나면 저도 모르게 다음 영화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신병처럼 영화 작업을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더라고요. 하하.

말이 좀 옆길로 샜는데 아무튼, ‘우파 영화인’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면 이렇습니다. 보통 영화에 관한 이론 공부를 하면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걸 잘해야 대한민국에서는 알아주는 평론가가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저는 ‘내가 과연 저 영화를 물어뜯을 만큼 영화적 능력이 있는가, 나는 저런 영화를 만들어 본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 지점이 바로 제 고민의 시작이었고 그것이 영화를 만들 게 된 계기가 됐던 겁니다. 어떤 영화를 만들까 고민하다 현재 지나치게 한쪽의 영화들만 난립하고 있으니 시소를 탈 수 있는 영화(※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영화로 이해)가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국민이 판사라면 변호사도 있고 검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이런 거죠.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건데 그게 우파 영화로 불린다면 그런 것이겠죠. 어쨌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의 예술적 가치와 의미가 퇴색돼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선 곤란합니다. 누군가의 방패막이가 되는 영화, 누군가의 칼로 작용하는 영화는 우리의 예술을 퇴보시키는 짓이에요. 저는 늘 학생들에게도 정반합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북한인권 영화를 여러편 만든 영화감독 이 대표는 내달 또 한 편의 북한인권 관련 영화 시사회를 앞두고 있다. 사람들은 '칸'이나 '베니스'와 같은 유명 영화제에 작품을 상영토록 해보라고 하지만 자신은 유엔에서 작품이 꼭 상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한인권 영화를 여러편 만든 영화감독 이 대표는 내달 또 한 편의 북한인권 관련 영화 시사회를 앞두고 있다. 사람들은 '칸'이나 '베니스'와 같은 유명 영화제에 작품을 상영토록 해보라고 하지만 자신은 유엔에서 작품이 꼭 상영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예술에 좌우는 불필요…대한민국 미래 위해 협업해나갈 것

- 그렇군요. 지금까지 <부역자> <유돈노미> 등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드신 것으로 아는데, 가장 만족스럽다거나 자랑스러운 작품이 있다면요?

"<부역자들>은 1~3편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정확히 프로듀서였어요."

- <부역자들>의 경우 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색이 강한 영화 아닙니까?

"하하. 정확히 말하면 문재인 정부만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다룬 영화이죠. 탄핵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정치지형 등 다양한 문제를 폭넓게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역자들> 같은 경우 첫 편은 5백만 원도 채 들지 않고 만든 영화에요. 캠코더 하나 들고 찍은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삼각대 하나 없이 힘들게 찍은 영화인데 여러 플랫폼을 통해 500만 명이 넘게 봤더군요. 그래서 ‘어, 5백만 명이나 봤어? 그럼 제대로 한번 해보자’ 해서 전문 인력과 장비를 보충해 심층적으로 다뤄보자고 2편, 3편까지 만들었죠.

1편은 탄핵에 대한 과정과 결과까지가 담겨 있고, 2편은 그렇게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다뤘고, 3편은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는가, 근본 원인을 짚는 영화입니다. 탈북민 영화감독 1호로 불리는 김규민 감독의 시선으로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동시에 다른 체제의 경험 등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유체계를 갖고 있었던 분이니만큼 제3자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였어요.

이 영화 시리즈가 끝나고 제작 감독들은 각기 자기 취향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고 저는 다시 영화제작 고민을 하다, 탈북민 감독의 목소리를 담은 <아름다운 독백>과 북송 재일교포 아들로 북한에서 태어났고, 탈북해 한국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게 된 재일교포 2세를 주인공으로 한 <장마>를 만들었어요. 운이 좋게도 이 영화가 개봉 당시 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까지 하게 돼 많은 분이 우리 영화를 봐주기 시작했죠.

그것을 계기로 이후 만든 작품이 <유 돈 노우>입니다. 두 번의 강제 북송과 세 번의 탈북을 경험한 탈북작가의 생한 증언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을 알리는 영화에요. 10여 년 전 제가 서울기독대학교에서 탈북민들을 상대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났던 분입니다. 제게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선물해주셨는데, 그 책을 읽고 이분의 이야기를 담아야겠다 해서 만든 영화죠. 현재는 <행복의 발견>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이분보다 더한 경험을 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들을 겪은 분들이 많아요. 라오스 올로케이션으로 찍고 11월 18일 시사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 하나만 꼽아달라고 했는데...그러니까 이 대표님은 지금껏 만든 영화 전부가 다 자랑스러운거군요. 하긴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습니까만.

"하하. 이야기가 또 그렇게 되나요? 작품 하나하나 다 열심히 찍었고 그래서 소중합니다."

 

이 대표는 개인적 소망을 묻자 부드러운 미소로 "아내가 용돈을 올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불리할 수도 있는, 자신에게 붙은 정치적 프레임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의지의 그이지만, 아내에게만은 다정한 애처가.
이 대표는 개인적 소망을 묻자 부드러운 미소로 "아내가 용돈을 올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불리할 수도 있는, 자신에게 붙은 정치적 프레임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의지의 그이지만, 아내에게만은 다정한 애처가.

 

- 개봉예정작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화제를 돌려서 마무리하죠. 문화자유행동을 출범시켰는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단체의 목표나 개인적 목표가 있으십니까?

"간단합니다. 우선 건전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미래세대와 소외된 문화예술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개선 또는 개혁을 통해 길을 열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게 가장 큰 목표죠. 그리고 이른바 좌파로 불리는 분들과도 허심탄회하게 만나 이야기하면서 소통하려고 합니다. 그분들의 목표도 결국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미래를 위한 것 아닙니까? 저희도 똑같거든요. 어떻게 하면 오해를 풀고 서로 협업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게 저의 큰 꿈이기도 하죠. 정치인들도 하는 걸 문화인들이라고 왜 못하겠습니까?"

- 개인적 목표는요?

"가장 큰 목표라고 하면 11월 18일 시사회를 갖는 <행복의 발견> 영화를 좀 더 많은 국민이 봐주셨으면 하는 거죠. 또 하나는 <유 돈 노우>라는 영화가 10월 25일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에서 특별 상영전을 엽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영어 자막으로 열심히 번역해 넣었습니다. 많은 분이 보고 목소리를 듣고 공유해 주셔서 유엔에서 상영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사람들은 칸이나 베니스나 베를린 같은 국제 영화제에 가는 게 좋지 않냐고 하지만 저는 유엔에서 상영하는 게 좋습니다."

- 개인적 목표라곤 하지만 굉장히 공적으로 들리네요. 진짜 사소한 개인 목표는 없으신가요? 아주 사적인...

"하하. 박 기자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거예요? 음... 그러고 보니 아내가 용돈을 좀 올려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네요. 아내가 달마다 용돈을 지갑에 챙겨 넣어주는데 안 쓰다 보니 쌓여 있어서 그걸 보곤 안 주네요. 원래는 용돈이 쌓여서 연말이 되면 그걸 모아 아내에게 선물을 하곤 했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굳이 용돈 줘봤자 자기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해서 이제 아예 돈을 안 넣어주더라고요. 현금 쓰지 말고 카드를 쓰라고 해서 안 썼더니만...쩝."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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