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이권 카르텔과 끝까지 전쟁... 돈키호테 별명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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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이권 카르텔과 끝까지 전쟁... 돈키호테 별명도 OK"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8.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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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가상화폐) 보유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덩달아 주목받은 단체가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다. 오세택·이성호·이두헌·전범철·윤영대 공동대표 체제의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5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등 67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19년엔 "론스타 핵심 주범을 풀어줬다"며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 ‘론스타 사건’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법률상 은행 소유 자격이 없음에도 2003년 9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12년 매각하는 과정에서 4조7000억원의 차익을 챙긴 사건)

NGO저널은 이들 가운데 윤영대 공동대표와 만났다. 그는 이른바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경준 전 검사장을 최초로 고발한 인물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각사 주주와 국민에게 25조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등 48명과 법인 4곳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이도 윤 대표다.

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 2013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사건, 동양그룹 CP 사기발행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도 그가 다룬 건이라고 한다. 별명을 붙이자면 ‘고발왕’쯤이 될까. 사회의 거악과 싸운다는 그는 특히 “김앤장을 해체시키고 말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국부를 유출시키는 우리 사회 이권 가르텔이 국가 타락과 서민들의 삶을 망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국부를 유출시키는 우리 사회 이권 가르텔이 국가 타락과 서민들의 삶을 망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투기자본감시센터 하면 아무래도 론스타 사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완전히 왜곡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과 그 이면의 진실이 다릅니다. 저희를 반대하는 단체나 기업에서 아직도 이 사건으로 저희를 공격하는데 악랄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굉장히 복잡한 사건이라 그 과정을 설명해도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어쨌든 그 이후 우리 단체는 언론 뉴스에 단체 대표가 뒷돈을 받은 것으로 나왔으니 변명도 못 하고 우여곡절 끝에 와해 위기를 맞았지만 사건 내막을 전부 알고 있는 저는 그 문제로 단체가 와해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단체는 국가로부터 돈 한 푼 받은 적이 없어요. 저를 포함해 우리 회원들이 돈을 내서 지금까지 끌고 운영해온 단체입니다."

- 단체로서도 큰 위기를 맞으셨군요. 어떻게 추스르고 다시 시작하셨습니까?

"2015년도 단체가 사실상 와해 상태였는데 국민에게 자세한 내막을 설명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입니다. 센터는 누가 뭐래도 그동안 공적으로 훌륭한 일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대로 무너진다면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고 우리 단체를 와해시킨 도둑놈들이 좋아할 일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어 단체를 살린 거예요. 저 이외에 몇 명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대표 개인이 중요하지 않아요. 투기자본감시센터로서 존재와 역할이 중요합니다."

- 지금 회원은 몇 분이나 활동하십니까?

"회원 수는 일급 군사비밀입니다."

- 헛. 그렇군요. 알면 다치는 거군요.

"하하. 우리 단체 비밀병기와 같은 사람들이에요. 다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은행원 시절부터 현재까지…숙명 같은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

- 회원들이 회비를 모아 활동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각각 얼마씩 갹출하는 방식인가요?

"우리가 그동안 큰일을 해왔죠. 여러 주가 조작 사건 고발하고 그중 유죄가 되기도 하면서 회비 내는 회원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론스타) 사건 이후 회비 내는 회원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우리가 그동안 박근혜 정부 시절 이병기 국정원장이나 우병우 수석과 같이 이후로도 국가 최고 권력자들과 싸우다 보니 사실 회원들의 신상이 위험합니다. 권력 핵심부와 계속 싸우면서도 가급적 활동 비용은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은행재직 시절 사회 부패와 비리 해소에 도움이 되겠다며 나섰다가 두 번의 해고를 경험했던 윤 대표는 때로는 목숨의 위협까지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싸움을 해온 자신이 내막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은행재직 시절 사회 부패와 비리 해소에 도움이 되겠다며 나섰다가 두 번의 해고를 경험했던 윤 대표는 때로는 목숨의 위협까지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싸움을 해온 자신이 내막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 윤 대표님은 국민은행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여곡절도 많이 겪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국민은행에 1982년 입사했고 노조 활동도 했습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7년 운영위원으로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왔고요. 국민은행 대주주 골드만삭스(대리인 김앤장)가 주도한 주택은행과 합병에 반대해 합병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해고당한 뒤 승소했지만 대기 발령 상태로 가다 2007년에 또 정직을 시키더군요. 노동위원회에 제소했고 대기발령 기간이 근 7년이다 보니 노동위원회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경우라는 판단이 나오고 은행장이 처벌 위기에 놓이자 그때서야 밀린 임금 주고 보직 없이 차장 발령을 냈어요.

그러다 제가 또 탈세 사건을 고발하기 시작하자 저를 광주로 유배를 보냅니다. 3년 정도 있다가 2010년 말에 지점장 발령받고, 그 일이 끝나면서 임금피크제 할 때 노조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제가 만들었다기보다 직원들이 원해서 앞장선 건데,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으로 같이 활동하면서 그때까지 못했던 고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 2월 또 해고를 당했죠."

- 두 번 해고를 당하셨군요. 다시 복직 소송은 하셨습니까?

"다시 복직 소송을 제기했는데 졌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길 수가 없는 소송이었어요. 뻔한 겁니다. 판사가 압력을 받았는지 1심 재판이 미뤄지더니 문재인 정부 출범 날짜에 맞춰 연기됐어요. 제가 중앙지검장도 고발하고 대법원장도 고발했으니...뻔한 것 아닙니까."

- 얼마 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등 67인을 가상화폐 범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셨더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가상화폐 이야기는 넥슨 사건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리 단체 이름이 많이 알려진 것도 넥슨 탈세 고발로 인한 것인데 가상화폐도 2018년 그 당시에 문제를 제기했던 겁니다. 최근 다시 가상화폐가 문제가 되고 있어서 저희가 전면적으로 검토했어요. 넥슨도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들어 문제가 많았고 그동안 부작용도 있어 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였는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가상화폐는 자본시장법에서 포괄적으로 정의한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행한 모든 가상화폐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불법이라는 게 저희 판단이에요.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루나 코인 사태 때 김앤장이 그쪽에서 100억여 원을 받았다고 하지 않습니까?

기존 카카오나 넥슨이 가상화폐와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들어 문제를 일으켜왔고 탈세했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검증해온 상황에서 루나 코인 사태 때도 김앤장이 거액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니 가상화폐까지 검토하게 된 겁니다. 김앤장은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과도 관련이 있죠. 론스타 건도 그렇고 김앤장은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할 가장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 음...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윤 대표님을 바라보는 시각이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굉장히 용감한 시민운동가로 보는 한편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더군요. 이런 평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하. 제가 용감한 사람은 아니고 돈키호테는 맞을 겁니다. 돈키호테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매도하기 위해 비유를 들었겠지만 사실 세르반테스는 그 시대 사회의 부패상을 그리기 위해 돈키호테를 썼어요. 제가 대기발령 상태로 10년 동안 이런저런 소송으로 손해도 보고 돈도 잃었지만 이젠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제가 부패 현실을 모른체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론스타 사건 경우만 해도 국유재산 2조 이상의 손실을 야기한 사건이고 국세청이 추징한 세금을 다 빼먹은 형태입니다.

예전 로또복권도 고발해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었는데, 감사원이 저희 자료와 설명을 바탕으로 조사에 나서 3천억 원 추징을 지시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김앤장이 등장합니다. 그동안 일련의 거대한 범죄사건, 부패사건 고발 과정에서 줄곧 김앤장과 부딪혀 왔어요.

이런 사건들을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고 일반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도 없죠. 저는 (국민은행 주택은행) 합병 때부터 과정의 문제들을 알고 반대해와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하여튼 뭐 제가 돈키호테가 맞겠죠. 저는 끝까지 싸워서 김앤장을 해체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윤 대표는 이권 카르텔이라는 거악과 싸우기 위해선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고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순수하게 국익을 위해 싸우는 국민의 참여가 많아져야 부패척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권 카르텔이라는 거악과 싸우기 위해선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고 보조금을 받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순수하게 국익을 위해 싸우는 국민의 참여가 많아져야 부패척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패 척결 등 나라 바로 세우기는 시민 참여에서 시작

- 가족들은 거대한 사회 권력과 투쟁하는 시민운동가로서 윤 대표님 활동을 지지해주는지 궁금합니다. 은행 지점장으로 그냥 편안한 길 걷기 바랬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말씀하신 대로 제 활동이 돈키호테나 독립운동과 같잖아요. 시민운동가로서 부패세력과 싸우다 깨지면 집안이 초토화됩니다. 우리 단체에 이름 걸고 있으면 국정원과 같은 곳에서 모르겠습니까? 아무튼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목숨이 위험하니까 가족들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었죠.

그러나 목숨이 붙어 있으면 됐지 나머지는 볼 게 뭐가 있겠어요. 하하. 가족들 얘기도 군사기밀에 해당되니 더 묻지 마세요.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저를 포함해 우리 단체사람들은 짱돌을 던지는 단체의 인물이니 활동에만 포커스를 맞춰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2000년도부터 IMF가 초래하는 현상들을 쭉 모니터링 해왔습니다. 전국 은행들이 탈세한 것에서 결국 외국 자본이 차지한 지분 70%는 배당으로 빠져나갑니다. 그동안 제가 이런 주장을 쭉 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활동도 그 연장 선상에 있는 거예요.

거대한 경제 침공 차원에서 들어온 외국 자본과 싸움에서 우리 단체는 그 부패, 약탈행위와 싸워왔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단체 이름과 활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잘 만들어진 단체이자 결국은 이 단체가 없어져야 나라에 손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단체가 없어져야 한다고요?

"단체가 더이상 필요치 않아 없어지는 세상이 와야 좋은 것 아닙니까? 김앤장을 없앤 뒤 우리도 없어져야 나라에 손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국민에게 어떤 단체로 이미지 매김 하기를 바라십니까?

"김앤장과 싸워 결국 해체시킨 단체라고 기억되고 싶습니다."

- 김앤장과의 투쟁 말고 평소 즐기는 다른 취미는 없으신가요?

"등산을 많이 합니다. 요새는 좀 힘들지만 매년 지리산 무박 종주를 했어요."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사회가 부패하고 잘못된 부분은 시민이 힘을 합쳐 지적해야 합니다. 개인으로서는 강자와 대적하기 상당히 어려우니까요. 투기자본감시센터나 다른 시민단체들에 관심 갖고 참여해 바로잡아야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약자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의 보조를 받는 단체들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단체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참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현재를 바로잡아야지 죽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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