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자전거래·시세조종 처벌 엄해진다... "이제 관행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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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자전거래·시세조종 처벌 엄해진다... "이제 관행 아냐"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4.02.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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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상장 뒷거래' 코인원 前 임원 '항소 기각'
반성문 70건에도 法 '실형' 선고... 檢 "신뢰 저하"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부정 수단 금지"
사진=픽사베이(pixabay)
사진=픽사베이(pixabay)

가상자산(코인)의 시세·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를 금지하는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수십억원의 상장피(Fee)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인거래소 코인원의 전(前) 임직원이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항소가 최근 기각됐다.  

코인시장이 태동했던 2010년대 초반, 마치 관행처럼 여겨진 자전·통정거래 등이 이젠 법 테두리 안에서 제재를 받게 된 셈이다. 코인시장 참여자에겐 준법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法, 뒷돈 받은 코인원 前직원 항소 기각... "원심 유죄 판단 정당"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항소1부(판사 맹현무·송현직·박현진)는 이달 15일 코인원 상장팀에 근무했던 전 이사 A, 전 팀장 B에 대한 항소심을 열었다. A·B씨는 수십억원 상당의 현금과 코인을 받고 특정 코인 상장을 눈감아줬다는 혐의(배임수재)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이들이 받은 뒷돈은 총 28억원에 달하며, 발행 재단과 MM(Maket Making, 시세조종행위) 전문 업체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코인을 일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약 5개월간 심리를 진행한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9월 A에게 징역 4년, B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위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MM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B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B가 수사과정에 협조하지 않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피고인 모두 각자의 이익에 의해서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며 "범행 횟수, 수사과정에서의 태도 등을 비춰볼 때 원심의 형량이 특별히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자전·통정거래 법 잣대 강화... 檢法 "시장 신뢰 떨어뜨려" 공감

국내 코인시장 초기, 적지 않은 거래소들이 MM과 같은 편법 혹은 부당행위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문제는 주식시장과 달리 코인시장에는 위법행위를 제재할 법제가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위 사건의 경우도, 일반법인 형법상 배임수재를 적용해 공소장을 작성했다. 배임수재에 해당하는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면 처벌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비난가능성이 높은 코인 자전·통정거래가 적발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이를 처벌할 특별법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법의 사각지대가 형성될 수 있다.     

코인 자전·통정거래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기망에 빠지게 하고, 기망의 결과 금전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상당하다. 

검찰도 그간 업계의 거래 행태를 주목해 왔다. 검찰은 코인시장을 '잠재된 위법이 상존하는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송치형 두나무 의장의 자전거래 혐의 공판이다. 검찰은 2022년 항소심 6차 공판에서 "거래소 상당수가 유동성 공급을 위해, 관리자 계정을 통한 대량·허수주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행위의 목적은 보다 많은 회원을 유인, 중개수수료를 수집하는데 있다"며 "본인들(거래소)은 단순히 회원을 유치하는 것이지만 전체로 보면 이러한 거래는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거래소의 MM 작업이 코인시장을 비정상적으로 과열되게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송치형 의장은 5년여간의 긴 공방 끝에 무죄를 받아냈다.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상 위법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위법 수집 증거 배제의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다만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코인거래에 대한 검찰의 잣대가 한층 엄격해 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정우교 기자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정우교 기자

코인원 前직원의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상장팀 이사, 팀장이었던 A·B는 항소심 재판부에 수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두 피고인에게 현금과 코인을 쥐어준(배임증재) 브로커 C·D까지 합치면 피고인 4인의 반성문만 무려 70건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고, 시장의 투명성이 바로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코인거래소는 코인을 공정한 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곳이다. 코인 투자자는 공정한 거래로 적정한 가격에 투자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만약 코인거래소에서 대량의 자전·통정거래를 조장하고 방임한다면 (코인거래소는) 일시적인 이익을 얻겠지만 종국엔 투자자의 믿음을 저버리고, 시장의 적정성·공정성은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가 설시한 양형이유와 맥락이 같다.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부정한 수단·기교 금지"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검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위 법 제10조에 따르면,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중요한 사항을 거짓 기재하거나 누락해서도 안 된다. 금지대상에는 '가상자산의 매매·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도 포함됐다. 

동법은 ▲예치금의 보호 ▲가상자산의 보관 ▲피해를 대비한 보험 가입 ▲거래기록의 생성·보존·가치 등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뒀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이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거나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대한 업계 반응은 어떨까. 오랫동안 기다려온 업권법이라, 대부분 관계자들은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원화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이후 (코인업계와 관련된) 다른 법이 본격 시행되는 것이고, 3분기 이후엔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센스 갱신이 있다"며 "코인거래소는 7월 전후로 내부규제 등 대비해야 할 부분들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법률엔 불법 거래를 직접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만큼 거래소들의 자구 노력과 맞물려 업계의 이미지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원화거래소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과거엔 (거래 행태에 대한) 규정이나 제도가 없어 당국에서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도 피해구제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작되면 업계 부담은 늘겠지만,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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