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新중년⑤] "중장년은 사회의 짐 아닌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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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新중년⑤] "중장년은 사회의 짐 아닌 힘"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3.07.03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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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저널-상상우리 공동기획, ‘인생 2막’을 만나다
[인터뷰]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중장년 취업교육, 변화에 대처하는 ‘마인드 강화’에 중점
개인 역량 뛰어난 중장년 일자리, 다양화·고급화 진행
일과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념 재정리 필요

[편집자註] 오늘, 중장년은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평균 49.1세에 연간 80만명 퇴직 시대. 곧 60세에 편입된다. 고령화, 고세금, 저성장 굴레에 얽매여 벌써 삶은 9회 말이다. 사회적 책임감이나 연대도 약해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부터 준비해서 길목을 지켜야 한다. 최소 공 3개(스트라이크)의 기회는 있고, 타석에 서면 ‘세이프 인생’도 가능하다. 사회적기업 상상우리 공동기획으로 숨 고르기와 9회 말 역전을 노리며 ‘인생 2막’을 설계해본다. 중장년은 ‘복지대상’이 아니라 ‘복지 해결 주체’다.

얼마 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에는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 2천여 명이 몰렸다. 역설적으로 이는 취업 시장에서 소외된 중장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경련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2021년 중장년 구직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의 71.9%가 나이 중시 풍토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인 퇴직 상태였다. 이런 중장년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시장을 개척해온 이가 있다. 사회적기업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리서치 업무를 하던 중 퇴직을 앞두고 인생 2막을 고민하던 지인의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30대에 창업에 나섰다고 한다. NGO저널이 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신 대표는 최근 인구 변화에 따라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 조짐도 있어 중장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신 대표는 최근 인구 변화에 따라 일자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 조짐도 있어 중장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리나라 중장년 취업 시장이 과거보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전망이 밝아 보인다.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은 어떤가?

중장년 취업 시장이 1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비관적인 면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기업들도 중장년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았다. 또 중장년을 채용하는 기업의 분야도 넓지 않았다. 주로 단순 업무나 청소, 경비 등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 시장이 많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플랫폼 노동자로서 파트타임, 단기 근무 등의 일자리가 늘고 있는데 중장년에게 좋은 일자리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이 분야 근무 환경도 좋아지고 있고 또 청년 세대 인구가 줄면서 기업에서는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장년을 채용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같다.

- 현장에서 재취업 구직자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취업을 위한 준비는 잘 되어 있나?

우리나라 평균 퇴직 연령이 49세 정도 된다. 이분들이 재취업을 하게 되면 그동안 다녔던 회사와 다른 환경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환경이 다르면 준비해야 할 것도 다르고 마인드나 업무 역량 등의 면에서 기존 익숙한 근무 패턴과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런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특히 큰 기업에서 작은 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재취업할 경우 업무 범위 자체가 넓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에서 가장 아쉬워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에 따라 우리 회사가 중장년 교육할 때 가장 집중하는 것 중 하나도 변화에 적응하고 역량을 키우는 ‘마인드 강화’다.

‘취업하고 싶다’ 아닌 ‘취업해야겠다’가 필요

-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중장년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점(내·외적 요소)이 있나?

작년에 우리 회사가 진행했던 교육 중 ‘하나 파워 온 세컨드 라이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천 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이 사업 등 저희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는데 어떤 이유로 취업에 성공했으며 실패했는지 한번 분석해봤다. 그중 몇 가지 소개하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다. 만나보면 각 개인이 마음으로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문제는 그게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취업하고 싶다’와 ‘취업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이야기다.

또 하나는 역량이다.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중장년 구직자들의 경우 20년 안팎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본인의 역량이 그 회사 맞춤형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재 세팅되어야 한다거나 다시 개발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이 무척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요즘 MZ 세대와 함께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저희가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위 ‘스타일’이다. 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익숙한 스타일이 아닌 매력을 더 어필할 수 있는 복장이 중요하다.

- 중장년들이 교육 프로그램대로 잘 적응하고 변화하나?

10여년 전까지는 복장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변화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60세 가까이 되는 사람들은 기존 자기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데 강하게 저항하는 면이 있었다. 그 배경에는 자기 인생에 대한 자존심도 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교육받는 50대 초중반 세대는 변화에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신 대표는 중장년 일자리 문제는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자기개발, 인간관계, 건강 등 다양한 차원에서 중요한 사회적 개념이 되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중장년 일자리 문제는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자기개발, 인간관계, 건강 등 다양한 차원에서 중요한 사회적 개념이 되었다고 말했다.

단순 업무에서 디지털 잡(JOB)으로 확장.진화하는 중장년 일자리

 - 상상우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상상우리는 그동안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 왔다고 자부한다. 또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양적·질적으로 업그레이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경제 분야 중장년이 취업할 수 있는 ‘굿잡5060’을 지난해까지 진행했다. 올해도 사회적 경제 분야 취업을 위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사회서비스 영역에서도 일자리가 많이 있다.

최근에는 대상자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로서 50대 초반의 경우 사회공헌형이나 급여가 낮은 일자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에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성장기 스타트업이나 강소기업 취업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하나금융과 함께 진행하는 ‘하나 파워 온 세컨드 라이프’가 있고 이번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울상공회의소와 함께 하는 ‘런앤잡4050’도 강소기업이나 중소기업 핵심 인재로서 취업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다른 일자리 시장에도 집중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디지털 일자리다. 50대 후반에서 60대도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자 일자리인데, 디지털 라벨링, 디지털 마케터, 디지털과 관련된 테스터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전국에 중장년 일자리 센터를 만들고 있고 차츰 확대해나갈 생각이다. 또 중장년을 채용하는 디지털 회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라 좋은 인재를 제공하는 교육 사업도 계속 확대해 가고 있다.

- 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에게 조언해준다면?

최근 데이터에 의하면 2030년에 5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50%를 넘는다고 한다. 50대와 60대 인구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 이 세대에 그동안의 정책은 복지 위주였다.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기업도 주로 사회공헌 등 도의적 차원에서 도와주는 형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5060 세대는 개인 역량이 뛰어나고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100세 시대에 이들의 퇴직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퇴직 이후 30년 이상을 일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과 거리가 멀다고 본다.

일하는 것은 젊은 시기 경제적 수단이었지만 중장년 이후는 사람과의 관계 건강과 자기개발, 자기만족 등 어떤 수단으로서도 무척 중요한 개념이다. 따라서 일과 직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사회도 이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한 지인이 ‘중장년은 우리 사회 짐이 아닌 힘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참 와 닿았다. 이것이 우리가 중장년을 바라보는 올바른 사회인식이라고 생각한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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