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관치 부활⑥] "관치가 은산·금산분리 깨뜨려... 新아젠다로 퇴행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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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관치 부활⑥] "관치가 은산·금산분리 깨뜨려... 新아젠다로 퇴행 막아야"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5.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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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저널-경실련 공동기획, '新관치금융' 집중 해부
[인터뷰]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규제산업 금융, 정·관·민간 카르텔 형성에 좋은 조건
위험 관리하고 투명한 절차 만드는 게 정부 할 일
사회 변화 위해 시민 사회가 새 아젠다 세팅해야

<편집자 註> "경제관료 집단은 이미 정치권을 넘어선 거대 권력이다. 경제개혁의 시작점은 관벌(官閥) 혁파다."(경실련 김성달 사무총장) 한국시민사회운동 최전선에 서있는 김 사무총장이 '콕' 지목한 관벌은 모피아다. 왜 경제개혁의 우선 대상으로 모피아를 지목했을까? 그 답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평가에서 회자되는 '新관치금융의 부활'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관치'(官治)라고 불리는 관료 우위 시대의 도래에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우려다. 공적 영역으로 구분되는 관료사회가 사익 추구를 목표로 정치집단과 내화되면 그 권력에 맞설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진영은 근본적인 경제금융개혁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NGO저널은 경실련 공동기획으로 이 새로운 ‘관치금융’시대를 집중 해부한다.
 

<新관치 기획 시리즈 순서>

① 돌고돌아 모피아… 권력지도엔 ‘낙하산·회전문’
② 관치 기술자가 '쥐락펴락'... "정부, 금융감독서 손떼야"
③ 尹정부 취업승인율 98%… 모피아 권력지도가 바뀐다
④ 모피아와 30年 전쟁... "시민사회, 뭉쳐야 바꾼다"
⑤ 론스타 실패 반복할건가… 관치病 수술, 지금이 골든타임
⑥ “관치가 은산·금산분리 깨뜨려… 新아젠다로 퇴행 막아야”
 

박상인 교수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특히 금산분리, 은산분리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금융질서를 해쳐 결국 국가경제를 망가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박상인 교수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특히 금산분리, 은산분리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금융질서를 해쳐 결국 국가경제를 망가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관행으로 굳어진 관치금융은 뿌리가 깊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발전사는 관치를 줄여온 과정이라는 평가가 보여주듯 국제화와 개혁개방을 통해 선진금융으로 조금씩 진전돼 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규제의 힘’이 금융당국에 의해 올바르게 쓰이느냐다. 

지난해 말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에 선출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를 위해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금융 등 경제 분야에 대한 국민 관심을 환기하는 시민단체의 노력이 있어야 개선되고 관치금융 뿌리를 뽑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 유튜브 채널 ‘박상인의 경제브릿지’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패널로 초대돼 출연한 방송에서 못다 한 말들이 많아 답답한 심정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NGO저널은 경실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新관치금융' 집중해부 기획 시리즈 일환으로 최근 박상인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박 교수는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경실련에서는 정책위원장과 재벌개혁운동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인터뷰는 서울대 박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기재부 출신을 대통령 비서실장(김대기), 국무총리(한덕수), 경제부총리(추경호), 경제수석(최상목)으로 집중 배치했다. 우선, 이들이 경제를 주도한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대해 평가해달라.

윤석열 1년 경제 성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F학점이다. 한마디로 뭘 하겠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최상묵 경제수석, 김대기 비서실장 등 경제 관료로서 상당히 유능하다는 평을 받았던 분들이지만 1년이 지난 뒤 보고 느낀 점은 관료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 관료는 관료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정확한 비전을 갖고 대통령에 고언을 하여 방향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할 사람들이 아니라고 평가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가 경제 안정화 정책을 펼 것인지 경기 침체를 막을 것인지 오락가락 정책을 편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한다면서 경기가 꺾이는데도 대규모 감세를 하는 앞뒤 안 맞는 정책을 내놨다. 노동개혁도 협조 관계가 필요한데 노조 때리기 태도를 보인다.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타이타닉호를 보면 선장이 빙하에 부딪히기 전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경고를 무시하다 직전에서야 급하게 선회하다 결국 부딪히고 파국을 맞는다. 제조업 위기, 심화되는 양극화, 탄소중립 이행 등과 같은 중장기적 난제를 풀려면 파국을 맞기 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상인 교수는 문재인 전 정부나 윤석열 현 정부나 관치금융의 본질적 차원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고 한다. 제대로 된 규제로 관치에 의해 공고해진 카르텔을 깨야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상인 교수는 문재인 전 정부나 윤석열 현 정부나 관치금융의 본질적 차원에서 달라진 점이 없다고 한다. 제대로 된 규제로 관치에 의해 공고해진 카르텔을 깨야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많은 전문가가 윤 정부 금융정책 1년을 ‘신관치금융’이라고 지적한다. 과거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신관치금융이라는 말을 왜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역대 어떤 정부든 관치금융은 계속돼왔다. 다만 현 정부에서 기조가 좀 더 강해졌다는 거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금융위원회를 통했지 은행 지주회사 회장 인선에 눈에 보이는 개입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인없는 회사 운운 하는 등 이상한 핑계를 대고 개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를 통해 금융권 전반에 개입하고 간섭해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관치금융은 바뀐 게 없다.

관치금융 기조가 더 강해졌다면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라면?

표면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가장 차이를 보이는 점은 인사 문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따로 있다. 관치와 함께 가면서 금융권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은산분리, 금산분리를 자꾸 허물려는 거다. 이건 문재인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 정부가 지방선거 대승하고 은산분리를 깨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밀어붙였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엉뚱한 일을 벌인다.

플랫폼이 은행을 하니 이젠 은행이 은행업과 본질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는 다른 플랫폼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하도록 허용해주자는 거다. 이렇게 가다 보면 재벌도 은행을 하게 해주자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 금융산업에 도움이 될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만들 때 은행업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매기효과, 핀테크 산업 발전, 중저신용자 대출 등에 효과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무슨 효과가 있었나. 전혀 없었다.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혁신기업이 크게 성장해 지배적 사업자가 된 이후 계속해서 자기 분야 혁신보다 (관련 특례법 등을 활용해) 지네발 확장으로 쉽게 돈 버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자기 본연의 기능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SNS 경쟁력 떨어지고 있고 네이버는 검색 기능 좋아졌나? 지금은 구글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은행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 관치금융이 문재인 정부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비판을 받는 거다.

박 교수는 관치금융의 적폐를 뿌리 뽑는데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공론화 작업이 시민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 올해부터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교수는 앞으로 제조업 위기, 양극화, 탄소중립 이행 등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를 세팅하는데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관치금융의 적폐를 뿌리 뽑는데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공론화 작업이 시민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 올해부터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교수는 앞으로 제조업 위기, 양극화, 탄소중립 이행 등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제를 세팅하는데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치금융 비판, 시장 방임과는 달라

관치금융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 즉 금융분야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

관치금융 하면 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그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공고한 카르텔이 형성된다. 당장 금융위, 기재부 관료들이 금융 쪽으로 낙하산 가기 쉽다. 그리고 관치금융으로 인해 그쪽 협회들이 많이 생긴다. 일종의 자기들 노후대책이 되는 거다. 규제 산업인 은행으로선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있고 또 예대마진을 누리는 것과 같이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은행은 자체적으로 신용 평가도 하지 않고 땅 짚고 헤엄치기인 담보 대출만 한다. 이게 다 규제에 의한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금융 관리쪽 좋고 은행도 좋고 정치권도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숟가락 올린다.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정치권, 관료, 업계가 카르텔을 형성하기 좋은 거다. 그래서 관치가 참 바뀌기가 어렵다. 

관치금융을 비판하는 쪽은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시장 자체에 맡기라는 것 아닌가?

그게 아니다. 제대로 규제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규제 완화의 이름으로 하지 말아야 할 규제까지 완화해주는 게 관치의 폐해라는 거다. 예를 들어 금융위가 리스크 평가나 최소한의 대책없이 CFD(Contract For Difference)와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허가해줘 투자자들이 크게 피해를 봤다.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하고 평가해 규제해야 하는데 금융산업 육성에만 매몰되어 이것저것 특혜를 주고 일을 키우다 결국 소비자가 피해받고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게 관치와 카르텔 이익에 부합하는 행태다. 금융은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제일 중요한 규제산업으로 시장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관치금융 비판은 그저 내버려 두라는 식의 접근과는 전혀 다르다.

관치금융의 적폐를 개혁하려면 어떤 방향과 방법으로 가닥을 잡아가야 하나?

세계에서 금융이 가장 발전한 나라가 미국과 영국이다. 투명성이나 예측 가능성 면에서 규제가 제일 확실하고 강한 금융 강국들이다.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크다는 뜻은 관치의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또 금산분리, 은산분리와 같은 규제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하다. 그럴 때 금융산업이 오히려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규제 완화라는 미명 하에 온갖 규제를 풀어주고 사건이 터졌을 때 금융당국이 개입해 뒷처리를 한다.

그 뒤처리 잘했다고 또 악순환을 반복한다. 정부가 잘 해야 할 것은 뒤처리가 아니라 사전에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금융 회사 어떤 사장을 뽑아라 마라, 이자를 올려라 내려라 하는 관치하지 말고 건전성을 위한 사전 규제나 투명성 확보 등 이 방향으로 유도하고 제대로 규제하라는 거다. 그래야 금융산업이 발전한다. 금융시장 위험을 관리하고 투명한 절차를 만드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올바른 일이다.

금융개혁을 위해 시민사회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국민에게 계속 알리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내야 국민이 알고 국민이 알아야 바뀌기 시작하지 않겠나. 악순환의 고리를 깨어주는 게 지식인과 시민단체, 시민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초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이 되셨다. 소감과 앞으로 각오 한 말씀 들려달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여야를 불문하고 이들이 항상 기득권 이익에 부합하는 퇴행 정책들을 시도하면 우리 시민사회는 막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는 바뀔 것 같지 고 이젠 아젠다 세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한국 사회는 아젠다 세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사라졌다. 언론도 정치권도 자기 이익이 우선이다. 사회 변화를 위해 이 역할을 시민사회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이타닉호처럼 대한민국이 침몰하지 않도록 앞서 언급한 제조업 위기, 양극화, 탄소중립 이행 이 세 가지 정책 아젠다를 만드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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