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세금인데... 앞뒤 안맞는 'RSU 편법승계' 주장 [한화 RSU 是非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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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세금인데... 앞뒤 안맞는 'RSU 편법승계' 주장 [한화 RSU 是非②]
  • 최종희, 최유진 기자
  • 승인 2024.03.0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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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한화 '경영권 승계' 논란 팩트체크
편법 부추기는 초고율 상속세가 오해 촉발
경영권 승계 트랜드 무시한 'RSU 가설'
김동관, RSU 주식 0.35%... 10년 모아야 1%
"글로벌 시대, 주주 설득 없는 승계 불가능"
"수익 절반이 세금... 경영권 승계 악용? 난센스"
사진=인공지능(AI) 생성.
위 이미지는 '한화, 김동관, 경영권 승계, RSU' 등의 키워드와 특정매체의 제호를 생성형AI 'POE.COM'에 입력한 뒤 도출된 결과물입니다. 사진=인공지능(AI) 생성.

<편집자 註> ‘한화 RSU’가 경영권 부당 승계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연초부터 재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습니다. 특정 매체가 의혹의 불을 지폈습니다. 본지는 지난달 29일자 <'주식보상' 사례 다양한데... 왜 김동관만 때릴까? [한화 RSU是非①]>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의혹 제기가 합리적 사실관계를 갖췄는지 짚었습니다.

이번에는 한화에 국한하지 않고 RSU 제도 본질을 들여다봅니다. RSU가 실제 경영권 승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RSU 도입 기업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오해에서 비롯된 흠집내기 혹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RSU, 경영권 승계 도구로 적절한가? 

양도제한주식(RSU)을 그룹 경영권 승계에 이용한다는 특정 매체 가설의 사실관계를 따져보려면, 먼저 경영권 승계 방식에도 '트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경영권을 넘겨받을 이른바 ‘후계자’에게 회사 지분을 몰아주는 데만 초점을 맞춰 승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990년대 '신종증권'이 활개를 쳤던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입니다. 당시 신종증권으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주목받았습니다. 이들 사채에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거나, 신주인수권이 붙어있습니다.

후계자들은 신종증권을 싼값에 넘겨 받은 뒤 주식으로 전환, 대주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법의 빈틈을 승계에 활용한 셈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관련 법 개정에 나서면서 이 방식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후계자 회사에 중요한 영업이나 사업 일부를 떼어주는 식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습니다. 2000년대 불거진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허점이 매워졌습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새 트랜드가 출현했습니다. 계열사 간 합병, 분할 등으로 기업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지주사와 중간지주사들이 언론에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기업이 영속성을 보장받으려면 어떻게든 경영권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최대 60%에 달하는 엄청난 고율의 상속세입니다.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한 근본 이유를, 한국 세법의 불합리한 규제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그 효용을 인정받는 새로운 트랜드는 '승계 명분 확보'입니다. 후계자들은 '승계 정당성'을 자본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소수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이익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만 시장이 경영권 승계를 지지한다는 뜻입니다. 현행법상 요건을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고 기업 윤리과 투자자 이익 보호 측면에서도 모두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는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됐습니다.

사진=한화그룹
사진=한화그룹

 

"대주주를 지급 대상서 제외한 스톡옵션이 더 차별적"

이러한 배경에 견줘 RSU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선, '경영권 부당 승계를 위한 도구'로서 RSU는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후계자만을 겨냥해 지나치게 많은 주식을 부여한다면, 곧바로 시장 반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RSU 제도는 공시를 통해 모든 과정과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경영권 부당 승계를 위한 도구로서 RSU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합니다. 

승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합니다. 한화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 4년간 한화그룹으로부터 부여받은 RSU는 전체 주식의 0.35%에 불과합니다. 10년 넘게 매년 연속으로 RSU를 받아도 1%를 넘기 어렵습니다.

보유 지분을 늘리는 효과도 미미한데다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내용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에서 동 제도를 경영권 부당 승계의 도구로 쓸 기업은 없습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RSU 대신 급여나 성과급을 받아, 회사 주식을 매입해도 비슷한 의혹 제기가 나올 것”이라며 “결국 오너 일가는 대가 없이 일하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말라는 말인데,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대주주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스톡옵션이 차별적인 제도”라며 “RSU는 임직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효과 때문에 일본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외부투자자를 설득하지 않은 채 대주주 임의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RSU를 경영권 부당 승계의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는 시각에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RSU는 기업의 장기적 가치 재고에 도움을 주는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속·증여보다 RSU가 유리?

한국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가 이슈화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율의 상속세제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주식 등을 상속받을 때 최저 10%에서 최고 50% 상당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경영권을 넘겨받을 경우, 프리미엄이 20%까지 붙습니다. '가업 승계' 요건에 해당하면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 혜택을 받지만, 매출 5000억원 미만 기업에 한해 적용됩니다.

워낙 상속세 부담이 높다보니 위법과 탈법 혹은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경영권 승계'를 할 수 없을 것이란 비뚤어진 인식이 넓게 확산됐습니다.

상속 규모에 따라 수조원대 세금이 부과되기도 합니다. 세금을 내기 위해 상속받은 주식을 매도, 현금화하는 사례가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서 의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RSU로 주식을 양도받게 되면,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RSU 역시 납부해야 할 세금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RSU도 일종의 성과급이어서 취득 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세율이 최고 45%에 달합니다. 여기에 세액의 10%를 지방세로 추가 납부해야 합니다. 받은 주식 절반이 세금으로 나가는 셈입니다. 상속세보다는 상대적으로 납부금액이 적을 수 있지만, 세금 절감 효과가 크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진대근 세무법인 프라이어 대표는 "사실상 수익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하는 제도를 통해, 절세 효과를 노린다거나 경영권 승계에 활용한다는 식의 논리는 난센스"라며 "RSU 도입을 추진하는 많은 기업 의도가 왜곡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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