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상' 사례 다양... 왜 김동관만 때릴까? [한화 RSU 是非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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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보상' 사례 다양... 왜 김동관만 때릴까? [한화 RSU 是非①]
  • 최종희 , 최유진
  • 승인 2024.02.2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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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경영권 승계 논란 RSU 팩트체크
특정 매체,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집중 보도
"오너家 김동관 부회장에 특혜성 RSU 지급" 주장
스모킹건 없는데, 비슷한 프레임 기사 쏟아져
논리 비약, 일부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 확인
기사 "네이버, RSU 지급 대상서 대주주 배제"
네이버 "이사회 의결하면 대주주에 RSU 지급 가능"

<편집자 註> 한화그룹의 새 인사제도 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가 특정 언론사 한 곳으로부터 연일 집중 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한화가 RSU를 경영권 부당 승계 도구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보도를 두 달 새 10차례 넘게 쏟아냈습니다. 김승연 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내 RSU 주식을 가장 많이 취득한 사실을 핵심 줄기로 정하고, 파생되는 의심 정황을 곁가지로 붙여가며 의혹을 키우고 있습니다.

언론의 기능 중에는 비판과 견제, 감시 역할이 있습니다. 한화 오너일가로 향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기사화하는 것 역시 이러한 역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없는 상황에서 비슷한 프레임의 기사가 계속 이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의혹이 마치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론이 왜곡될 수 있는 셈입니다. 

기사에 대해 한화 측은 “RSU와 기존 성과급 제도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위 매체가 제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가지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대목이 있습니다. RSU는 한화를 비롯한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RSU 제도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위 매체는 이 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본지는 한화 RSU를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위 매체의 의혹 제기가 합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졌는지 되짚고, RSU가 경영권 부당 승계를 위한 도구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이어 'RSU' 도입에 관한 국내 스타트업 업계 동향과 관계자 인터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사진=인공지능(AI) 생성.
위 이미지는 '한화, 김동관, 경영권 승계, RSU' 등의 키워드와 특정매체의 제호를 생성형AI 'POE.COM'에 입력한 뒤 도출된 결과물입니다. 사진=인공지능(AI) 생성.

 

입사하자마자 성과 보상?

지난달 17일 위 매체는 <RSU, 한화 김동관의 경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한화 RSU가 김 부회장의 경영권 부당 승계에 이용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근거를 찾았다는 식으로 기사를 풀어냈습니다.

해당 기사는 김 부회장이 RSU를 받게 된 시점을 연도별로 상세히 기록한 단독 보도였습니다. 기자는 취재한 방법까지 일일이 나열하며 기사 내용이 사실임을 강조했습니다. ㈜한화는 물론, RSU와 관련된 계열사 공시 자료를 모두 분석했다는 것이 기자의 설명입니다.

위 기사는 김 부회장이 RSU를 받게 된 시점에 주목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서는 입사 한달 열흘 만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선 비상근 임원이 되자마자 RSU를 받았습니다. 본지가 교차 취재한 결과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매체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김 부회장이 입사하자마자 성과보상을 받은 셈이고, 이는 특혜에 가깝다고 해석했습니다.  

노무업계 등에 따르면 RSU는 직원의 '장기 성과'를 유인하는 제도입니다. '일정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RSU는 권리 행사 기간을 길게 늘여놓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부 인력을 스카웃 하거나, 실력 있는 인력을 오랜 기간 잡아둘 목적으로, 근로계약과 동시에 스톡옵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합니다.

이렇게 보면 김 부회장이 입사하자마자 RSU를 부여받은 사실만으로, 경영권 부당 승계 내지 특혜를 언급하는 건 근거가 부족해 보입니다.

한화의 절차상 흠결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RSU는 기업이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습니다. 상법 규정을 따라야 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별도 규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RSU는 부여 대상자나 수량, 시기 등을 기업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대주주나 외부인사에게 RSU를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부여 절차도 이사회 동의만 구하면 됩니다.

이금구 노무법인 C&B 대표는 “특정인에게만 지급하는 것이 아닌데, 경영권 승계와 결부짓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RSU는 임직원 장기 근속을 유도하고, 회사의 미래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인사제도로 주목받으면서 한화는 물론 경영계 전반으로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사진 왼쪽). 사진=한화그룹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사진 왼쪽). 사진=한화그룹

 

상급자보다 RSU 더 받았다? 

해당 매체는 김 부회장이 상급자보다 더 많은 RSU를 받은 점도 파고 들었습니다.

지난달 24일, <한화 김동관, 사장 때 부회장보다 RSU 더 받았다>는 제목의 기사가 그것입니다. 매체는 위 기사를 통해, "애초 RSU가 김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 근거로 2021년 김 부회장이 ㈜한화 전략부문장(사장) 재임 시절, 대표이사였던 금춘수 부회장보다 RUS를 더 가져간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급여 대비 RSU 비중이 다른 임원들보다 높게 나타난 자료도 제시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김 부회장은 ㈜한화부터 RSU 약 13만7000주를 받았습니다. 같은 기간 금 부회장이 받은 8만7000주보다 많습니다.

매체는 RSU 지급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화 측이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은 것도 원인일 겁니다. 의혹 해소에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는 쓴소리가 나올 법합니다.

다만 기사 말미에 최소한의 힌트가 제공됐습니다. 한화 관계자 말을 빌어 “직위, 직급만으로 RSU 부여량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이 등장합니다. 해당 임직원의 ‘업무상 역할’과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 한화 측 입장입니다.

풀어쓰면, 직위 내지 직급이 낮더라도 그 역할과 비중을 고려할 때 상급자보다 더 많은 RSU를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김 부회장은 차기 한화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꼽힙니다. 그룹 내에서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는데 이견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왜 네이버와 기준 다른가?

지난달 24일 <한화, 성과 없어도 6개월 재직 땐 RSU 보상…사실상 주식 고정급> 기사에는 국내 RSU 도입 기업들이 차례로 소환됐습니다. 기업 간 비교를 통해 '한화 RSU'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기사입니다.

매체는 대주주에게 부여할 수 있고, 성과 달성 조건이 없다는 것이 '한화 RSU'의 특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애둘러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주주에게 RSU를 부여하지 않는 기업 사례를 나열했습니다.

네이버가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 대주주는 RSU 부여 대상이 아닙니다. 매체는 "네이버 창업자이자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RSU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퓨처엠, CJ E&M 이름도 등장합니다. 이들 기업 역시 RSU 부여 대상에 경영진과 대주주는 제외됐다고 매체는 부연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사안이 있습니다. 기업별로 서로 다르게 운영되는 성과급 제도의 다양성을 매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네이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해진 GIO는 성과 보상으로 타겟 인센티브와 주식으로 구성된 상여를 받았습니다. 구체적 보상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스톡그랜트(Stock Grant)' 일환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톡그랜트는 일정 기간 성과에 따라 자사주를 무상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네이버는 2021년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RSU 부여 대상에서는 대주주와 경영진을 제외했지만, '매도 불가한 자사주'를 상여 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RSU가 아니어도 경영진이 자사주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RSU는 직원들에게만 부여하지만, 경영진 등 일부에는 퇴직 전까지 매도 불가한 주식이 상여 목적으로 지급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채, RSU 운영 방식상 차이만을 이유로 특혜를 주장하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보도 내용 중 미심쩍은 부분도 확인됐습니다. 본지 취재 결과, 이해진 GIO가 지금까지 RSU를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책적으로 RSU 부여 대상에서 빠진 것은 아니라는 네이버 측 설명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동안 이사회에서 현금보상 결정을 내렸을 뿐, 이해진 GIO가 RSU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이사회 결정에 따라 대주주에게도 RSU가 지급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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