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브랜드에 립세린 론칭"... LG생건의 파격 [스핀오프 K-뷰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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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 브랜드에 립세린 론칭"... LG생건의 파격 [스핀오프 K-뷰티③]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4.03.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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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립세린 전 브랜드로 확장 초강수
MZ세대 겨냥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일본 색조 시장 공략, 힌스 인수 시너지
가맹사업 사실상 철수, 온라인 강화
브랜드별 전문몰 오픈, 매출 상승 추진

<편집자주> 올해 국내 화장품 업계는 ‘스핀오프(spin-off) 시대’로 평가될 전망이다. 기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보완과 분리, 결합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사례가 늘기 때문이다.

'스핀오프'는 원래 영어권에서 라디오나 텔레비전 드라마 등에서 다른 프로그램이 파생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외전 또는 속편, 번외편 등으로 번역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외전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가 대표적으로, 조연이나 빌런을 따로 주인공으로 제작하는 영화들을 일컫는다. 기존의 세계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주인공을 통해 타깃층을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스핀오프(spin-off)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화장품 업계에도 이러한 시도는 늘고 있다. 본지는 국내 화장품 선두 기업들의 스핀오프 전략들을 분석하고 2024년 화장품 시장을 전망해 봤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선언하며 파격적인 스핀오프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  사진=숨37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선언하며 파격적인 스핀오프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 사진=숨37

 

제품을 전면에... 립세린으로 신시장 개척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선언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고보습 기능성 립케어 신제품인 ‘립세린(Lipcerin)’을 출시하고 전 브랜드에 같은 종류의 제품을 론칭한 것이다. 

출시에 앞서 LG생활건강은 국내외 립케어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립케어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28억 3000만달러(한화 3조 8200억원)로 전년 대비 8.8% 커졌다. 같은 해 국내 립케어 시장 규모 역시 전년 대비 4.2% 성장했다.

미국에서는 SNS에서의 구매 경험 공유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 상승이 립케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타오바오(淘宝), 티몰, 틱톡 등의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 립케어 카테고리 매출이 5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역시 입술 건조를 유발하는 높은 발색의 틴트와 립스틱 사용이 늘어나며 립케어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형태도 립 크림, 립 로션, 립 에센스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일상 속에서 최상의 립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은 고객 니즈를 충족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기능성 립케어 제품 ‘립세린’을 개발했다.

‘립세린(Lipcerin)’은 입술의 Lip(립)과 대표적인 보습 성분인 Glycerin(글리세린)의 합성어다. 립세린에는 글리세린을 포함해 입술 피부의 5대 고민인 각질, 주름, 보습, 탄력, 윤기를 개선해주는 ‘LG 립세린 펜타 턴오버 리커버리 컴플렉스(LG Lipcerin Penta Turnover Recovery complex)’ 포뮬러가 적용됐다.

이 포뮬러는 LG생활건강이 지난 5년간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 5만 7,000명의 입술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해 입술 노화 특성에 대응하는 처방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립세린은 에어핏(Air-fit)’ 용기를 적용했다. 외부 환경 접촉을 최소화해 포뮬러 산화와 오염을 방지하고, 유효성분을 보호해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사용감을 유지시켜준다. LG생활건강에서 직접 설계하고 개발한 에어핏 용기는 바깥 용기(하부 다이얼)를 잡고 회전시키면 상단 가운데 작은 구멍을 통해 내용물이 조금씩 나오는 구동 방식이다. 한 번 돌릴 때마다 1회 사용에 딱 맞는 양의 립세린만 나오기 때문에 간편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기존 립밤과 립마스크를 장기간 사용할 때 반복적인 외부 환경 노출로 내용물이 변질될 수 있다는 고객들의 우려에 적극 대응했다. LG생활건강은 에어핏 용기 개발로 고객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LG생활건강 빌리프·CNP·비욘드·글린트·수려한 브랜드가 립세린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LG생활건강 총 16개 뷰티 브랜드가 립세린 제품을 공급·판매했다. 

가장 먼저 출시된 빌리프 립세린 제품 ‘슈퍼나이츠 멀티 비타민 립세린’은 멀티 비타민이 함유된 처방으로 건조한 부위에 덧발라 각질을 빠르게 진정시키는 멀티밤 겸용 상품이다. 또, 같은 달 출시된 CNP의 ‘프로폴리스 립세린’은 ‘꿀보습 광택’, 비욘드의 ‘엔젤 아쿠아 모이스처 플럼핑 립세린’은 ‘입술 볼륨 연출’, 글린트의 립세린은 은은한 펄이 함유된 ‘광채 효과’, 수려한의 ‘안티 링클 볼륨업 립세린’은 ‘안티에이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오휘, 숨 등 주력 브랜드도 립세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 립세린이 아직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스킨케어 기능을 더한 립밤들이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하나의 카테고리가 형성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판매를 봐야 성공 여부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브랜드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스핀오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더후
오프라인 브랜드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스핀오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더후

 

가맹사업 사실상 철수... 온라인이 이제 주인공

오프라인 브랜드를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스핀오프도 관심을 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실상 가맹사업을 철수하고 제품 공급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맹점주들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초 온라인에서 주력제품을 최대 72% 할인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를 전개했다. 앞으로 유통 판매 중심을 온라인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최근 LG생활건강은 2019년 4월 말 납품을 중단했던 쿠팡 로켓배송 직거래를 재개했다. 고객들은 엘라스틴, 페리오, 테크 등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등 음료 제품을 쿠팡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를 쿠팡 뷰티 전용관인 ‘로켓럭셔리’에 입점시켰다. 또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CNP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로켓배송 서비스가 제공된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제품 판매가 가능한 브랜드별 공식몰을 잇달아 오픈했다. 오휘·숨37·빌리프 등 주력 브랜드와 더 사가 오브 수(수려한), 이자녹스, 코드글로컬러, VDL 등 공식몰이 없던 브랜드의 판매 창구를 리뉴얼해 선보였다. 

대표적인 전문몰은 '더후'다. 더후 공식몰은 현재 운영 중인 전 품목을 베스트셀러, 제품 유형, 브랜드 라인, 피부 고민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고객들이 쉽고 편리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한 더후만의 차별화된 선물포장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얄 아트 기프트’도 공식몰에서만 가능하다. 로얄 아트 기프트는 포장지, 장식, 보자기 등을 선택해 나만의 선물 포장을 완성할 수 있는 ‘커스터 마이징’ 기프트 서비스다.

제품 선정부터 포장 다지인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선물을 준비하는 모든 순간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립세린이란 새로운 카테고리를 제안하며 색조 시장 공략에 나선 LG생활건강은 해외 시장 공략에 최전선에 색조를 포진시키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지난해 말 립세린이란 새로운 카테고리를 제안하며 색조 시장 공략에 나선 LG생활건강은 해외 시장 공략에 최전선에 색조를 포진시키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현지화 전략... 색조로 일본 시장 공략

최근 LG생활건강은 해외 시장 공략 최전선에 색조를 포진시키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일본 대표 온라인 쇼핑몰 ‘큐텐’에 화장품을 첫 출시한 지 약 6개월 만에 300%에 달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큐텐은 일본 MZ세대가 많이 찾는 대표적인 온라인몰이다. LG생활건강은 일본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올해 5월부터 큐텐, 아마존 등에 주요 브랜드 제품을 꾸준히 론칭했다. 현재 일본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 제품은 화장품 브랜드 9종과 HDB(홈케어&데일리뷰티) 브랜드 9종이다.

LG생활건강은 큐텐이 주최한 ‘메가와리’ 행사에 참여해 브랜드를 알리고 고객층을 확대하는 노력을 전개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메가와리(11월 22일~12월 3일)에서는 직전 9월 행사 대비 약 135%의 신장률(이하 매출 기준)을 기록했다. 처음 참여한 6월 메가와리와 비교하면 신장률은 294%에 이른다.

11월 행사에서는 브랜드 ‘오휘’에서 첫 선을 보인 ‘얼티밋 핏 롱웨어 & 톤업 진 쿠션 3종’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오휘 진 쿠션은 실제 데님 패브릭을 패키지에 적용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난해 5월 국내 첫 론칭 후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쿠션 카테고리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말 행사에서도 오휘 진 쿠션은 일본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라이브방송 등을 통해 12일간 5,000여개가 소진되며 ‘파운데이션’ 부문 판매 3위, ‘쿠션’ 부문 판매 5위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메이크업 브랜드 ‘글린트’는 대표 품목인 하이라이트 ‘하이라이트’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11월 행사에서 론칭한 ‘글린트 립세린’은 준비한 수량이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데일리뷰티 제품에서는 프리미엄 오랄케어 브랜드 ‘유시몰’의 화이트닝 치약이 직전 행사 대비 66%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리빙’ 부문 판매 2위를 차지했다. 유시몰은 치아 미백 기능성에 뷰티 컨셉을 접목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 더마 브랜드 ‘피지오겔’, 건강기능식품 ‘리튠’ 등도 일본 온라인 채널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은 온라인 채널을 발판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으면서 일본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의 색조 브랜드 강화 노력은 유망 브랜드 인수를 통해서도 진행됐다. 지난해 말 LG생활건강은 색조 화장품 브랜드 ‘hince(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회사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힌스
LG생활건강의 색조 브랜드 강화 노력은 유망 브랜드 인수를 통해서도 진행됐다. 지난해 말 LG생활건강은 색조 화장품 브랜드 ‘hince(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회사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힌스

한편 LG생활건강의 색조 브랜드 강화 노력은 유망 브랜드 인수를 통해서도 진행됐다. 지난해 말 LG생활건강은 색조 화장품 브랜드 ‘hince(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회사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1월 첫 선을 보인 힌스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로 론칭과 함께 MZ세대들에게 주목 받아 왔다. 제품의 자연스러운 컬러감과 곡선을 강조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감성적인 패키지가 특징이며 ‘세컨 스킨 파운데이션’, ‘트루 디멘션 래디언스밤’ 등 히트 상품을 바탕으로 MZ 세대들 사이에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 내 K-뷰티 인디 브랜드 대표주자 중 하나로 성장한 힌스는 일본 직영점인 ‘힌스 루미네이스트 신주쿠’, ‘힌스 아오야마’, ‘이세탄(伊勢丹)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타 브랜드와 대비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현재 힌스의 인스타그램 국내 계정 팔로워 수는 21만 2,000명, 일본 계정은 8만 3,000명에 이른다. 또한 론칭 후 시코르에서 큰 인기를 모은 이후 온라인 자사몰과 올리브영을 비롯한 헬스&뷰티숍,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힌스 매출액은 218억원이며, 매출 비중은 국내 50%, 해외 50%다. 해외 매출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힌스 만의 차별화된 색조 브랜드 빌딩 역량을 확보하고 색조 화장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LG생활건강은 힌스를 통해 일본을 비롯한 국내외 MZ 고객을 선점할 계획이다. 이어 고객들이 향후 더 큰 구매력을 갖췄을 때, 스킨케어 등 중·고가 화장품 영역에서도 사업 기회를 보다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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