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한국 AI, 일본에 따라잡힐라 [시경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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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한국 AI, 일본에 따라잡힐라 [시경pick]
  • 최종희, 최유진
  • 승인 2024.02.19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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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천기술 대신 'AI 서비스' 확대 방점
일본 정부, 'AI SW' 개발사에 30% 소득 공제 '혜택'
슈퍼컴퓨터 구입비 직접 지원... 생태계 육성 총력
한국 정부, 반도체 지원이 먼저... AI 지원은 후순위
"일본처럼 재정지원 방식으로 지원 체계 전환해야"
업계·경제단체 "AI산업, '국가전략기술' 격상 필요"
스마일게이트가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버추얼휴먼 한유아의 인스타그램 캡처.(사진=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가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버추얼휴먼 한유아의 인스타그램 캡처.(사진=스마일게이트)

일본이 파격 정부 지원책을 앞세워 인공지능(AI) 시장 선점 포석을 깔고 있다. 정교한 대응 전략 없이 이대로 가다간 일본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AI 기반 서비스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에 따르면, 일본이 최근 ‘혁신 박스’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AI 기반 소프트웨어(SW)를 자체 개발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SW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최대 30%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내년 4월 1일부터 2032년 3월 31일까지 지원이 이뤄진다.

국내 AI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을 두고, 일본이 AI 원천기술 확보 경쟁이 아닌 산업별 특화 서비스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원천기술의 경우, 미국 오픈AI의 챗GPT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을 사용하되,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은 “AI 원천기술은 일부 기업 내지 산업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대신, AI 활용에 힘을 주겠다는 정책”이라며 “AI 서비스를 빠르게 늘리겠다는 일본의 의도가 확인된 만큼 우리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이번 결정으로 AI 시장 주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우리가 일본을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투자전문지 인사이더몽키가 발표한 ‘2023년 AI 국가별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7위를 차지했다.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영국에 이어 싱가포르와 캐나다,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일본은 대부분의 산업 인프라가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점이 불리함으로 작용,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하지만 AI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순위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 일본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AI 서비스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까지 확산하고 있다. 전 산업 영역에 챗GPT를 도입하는 움직임도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한다. AI 활용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AI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소득공제 정책 역시 비슷한 연장선에 진행됐다.

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도체, SW와 같은 주력 산업에 비해 AI가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SW 개발자에 대해서는, 경력에 비례한 임금 책정 규정을 마련했지만, AI 개발자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SW와 달리 AI는 저연차 개발자가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발자의 창의력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에 맞는 임금 규정이 요구되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AI 사업의 핵심 슈퍼컴퓨터(고성능 GPU 탑재 컴퓨터)도, 구입비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일본과 달리 기업 간 서로 빌려 쓰도록 하는 정책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슈퍼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고 있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팀장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리 정부 노력과 기업 투자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다만, 미래 기술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AI를 신성장 원천기술 혹은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포함하는 등 전향적 정책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국내 한 AI 기업 관계자는 “국가 주도 하에 AI 산업을 진흥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재정 지원을 통해 기업 진흥을 유도한다”며 “실효성과 진흥 속도 관점에서는 일본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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