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억 출자·신당 지원說, 사실일까 [공익법인等-태재미래전략연구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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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0억 출자·신당 지원說, 사실일까 [공익법인等-태재미래전략연구원①]
  • 시장경제 김호정 기자,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4.02.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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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태재아카데미’거쳐 2023년 3월 ‘태재미래전략연구원’으로 개명
2022년 결산 기준 한샘 조창걸 회장 700억 원 출자
동북아 번영과 통일을 위한 전략과제 연구개발 등 목적사업

<편집자 註> 공익법인 운영 투명성은 공정 사회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주장이 분출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공익법인의 역할과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익법인은 '공익법인설립에관한법률'에 근거하지만 ‘공익법인등(等)’은 상속증여세법상 시행령에 규정된 학교법인, 복지법인, 의료법인, 지정기부금단체 인정을 받은 사단법인·재단법인, 기타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시장경제>는 <NGO저널>과 함께 공익법인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해 ‘공익법인等’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정치권 제3지대 신당 창당론이 뜨면서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한 공익법인이 있다. 재단법인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해 한 언론은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신당 창당 과정에서 여시재 출신 인사들이 막후 지원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귀띔했다며 야권을 중심으로 여시재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시재(與時齋)는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의 옛 이름이다. ‘시대와 함께하는 집’, ‘시대를 어깨에 짊어진다’라는 뜻으로 '시대와 함께 가면(與時偕行-여시해행)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는 <주역> 풀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2015년 가구제조·유통기업 한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설립한 '여시재'에서 작년 3월 이름을 태재미래전략연구원으로 바꿨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태재미래전략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름이 바뀐 이유는 이해 9월 설립, 운영 중인 태재대학교와 관련이 있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커뮤니케이션 담당 업무를 하는 이 모 팀장은 “2021년 11월 태재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한번 바꿨는데, 이 이름으로는 대외적으로 별로 소통하지 않다가 태재대학교가 설립된 후 조창걸 명예회장님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두 기관을 운영하겠다는 기조 아래 태재대학교가 개교하면서 연구원도 이름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조 회장님은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어 태재대학교와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시너지를 내어 기여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명칭을 바꾸게 된 것”이라며 “작년 태재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꾼 후 내외부적으로 싱크탱크로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연구 기조 등을 조정하는 시점에서 정비를 마치고 작년 4월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변경 후 활동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모습/태재대학교 유튜브 채널 캡처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모습/태재대학교 유튜브 채널 캡처

‘한국형 싱크탱크’를 표방한 여시재는 화려한 참여 인사들의 면면으로 인해 출범부터 각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김현종 전 UN대사,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 이사진으로 참여했다.

또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 박병엽 팬택 창업자, 이재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등도 참여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시대정신을 창당했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으로 합류한 조정훈 의원(전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지역대표)이 상근부원장을 지내며 여시재와 인연을 맺은 바 있고, 이원재 전 희망제작소 소장이 기획이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연구원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현재 연구원 이사장은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이 맡고 있다. 초기 이사장을 지냈던 이헌재 전 부총리는 2020년 12월 17일자로 사임했고, 2017년 9월 이사로 취임한 이후 부원장을 거쳐 원장을 지내며 한때 ‘대권 도전 여시재 막후설’이 돌만큼 여시재 출신 대표적 인사로 꼽히는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2020년 12월 17일자로 사임한 것으로 돼 있다.

2016년 8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여시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설명하는 모습/이미지=YTN 관련보도 캡처
2016년 8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여시재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설명하는 모습/이미지=YTN 관련보도 캡처

이 전 사무총장과 함께 여시재와 관계설이 돌던 홍석현 회장은 2021년 2월 3일자로 사임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은 2016년 4월 21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일각에선 이를 여시재 독립성 보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2 사업연도 기준 현재 이사진은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을 포함한 8인으로 구성돼 있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으로 개명 후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누가 뭐래도 조 명예회장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미래전략을 짜고 실행할 제대로 된 연구재단이 필요하다는 그의 비전을 드러낸 가시적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조 명예회장이 연구원(여시재) 출연금으로 44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한 것도 출범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월간조선 등 언론은 2012년 이미 학술연구재단인 한샘드뷰를 설립, 연구지원 등을 해온 조 회장이 2015년 “‘한국의 브루킹스(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를 만들겠다’며 보유주식 4400억원(260만 주)을 내놓겠다고 선언했고 먼저 1000억원(60만 주)을 한샘드뷰에 출연했다” 등으로 보도하며, 연구원에 대한 조 회장의 비전과 의지를 크게 부각했다.

하지만 연구원 측은 출연금액에 대해선 “완전한 오보”라고 했다. 첫 오보에 뒤이어 여러 언론사에서 그대로 받아쓰다 보니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당시 왜 바로잡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오보를 바로 잡기 위해) 많이 (노력) 했다”고 했다.

커뮤니케이션팀의 이 팀장은 구체적으로 “2015년 출범 당시 초기 출연금은 기본자산 50억 원을 포함한 300억 원으로, 그 이후 사업계획이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출연받았다”며 “4400억 원 출연금은 주식 등과 연동되어 오보가 났던 것 같고 담당자들이 정정했다고 하는데 전 매체를 커버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2015년 1기 국세청 공시자료를 보면 조 회장의 출연금은 300억 원으로 확인된다.

조 회장은 이후에도 기부금 형식으로 연구원에 몇 번의 출연금을 내왔다. 감사보고서 등 국세청 공시자료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5년 300억 원을 출연한 뒤 2021년 100억 원, 2022년 300억 원을 추가로 출연해 총 700억 원을 출연했다.

국가 미래전략을 위한 싱크탱크를 표방한 연구원은 출범 초기 ▲ 연구개발 ▲ 포럼 등 각종 행사의 주관 ▲ 플랫폼 운영 및 간행물 발간 ▲ 인재육성 및 지원 등을 고유목적 사업으로 했다. 그러다 이헌재 이사장에서 김도연 이사장으로 바뀐 2020 회계연도부터는 더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목적사업으로 확대, 추가됐다.

정관에 기재된 공익목적사업 현황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 세계의 변화, 국제평화 및 글로벌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개발 ▲동북아의 번영과 통일을 위한 전략과제 연구개발 및 협력체제 구축 ▲지속가능한 성장과 다지털 선도사회를 위한 전략과제 연구개발 ▲동서양을 초월하는 신문명 및 문화교류 등에 대한 연구개발 ▲국내외 인적교류를 통한 아이디어 생산 및 정책대안의 제세 ▲동북아 미래인재 육성 및 지원 ▲포럼, 경진대회, 학술대회, 강연, 교육프로그램 등 국내외 각종 행사의 주관 및 지원 ▲플랫폼 운영, 간행물 발간, 출판업 등 연구결과의 공유와 확산을 위한 각종 활동 ▲제1회 내지 제8호의 부대사업 및 기타 재단의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업 ▲목적사업 경비 충당을 위한 수익사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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