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날아오른 은행들... 高연체율·政압박에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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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로 날아오른 은행들... 高연체율·政압박에 '삐걱'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3.11.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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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 등 8곳, 3분기 13.4조 순익...전년比 7.5%↑
5대 이자이익만 30.5조...고정이하여신 24% 늘어
尹정부 지적에 투심 우려..."고금리=업계 탓 아냐"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수 년간 지속됐던 은행업계의 호황에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지만 최근 건전성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고, 현 정부 압박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사업 진출 등을 밝혔던 은행들이 최근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그룹 8곳(KB·신한·우리·하나·농협·DGB·JB·BNK) 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총 13조47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12조5394억원에 비해 7.5% 증가한 수준으로 8개 은행의 그룹 순익 기여도도 72%에서 78.2%로 높아졌다.  

실적 성장을 이끈 건 이번에도 이자이익이었다. 5대 은행(KB·신한·우리·하나·농협)에서만 30조4988억원의 이자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7.6% 신장했다. 개별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의 증가폭이 14.7%로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은 이자이익만 7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순이익 12% 상승을 기록했다. KB금융도 이를 기반으로 4조3704억원의 순익을 냈다. 연간으로는 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간 계속됐던 고금리로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영향이다. 

(사진 좌측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진=각 은행
(사진 좌측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진=각 은행

시장에선 호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부각된 변수가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건 건전성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각 은행이 잇따라 발표한 지표는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3분기만 보더라도 은행 5곳의 고정이하여신(NPL)은 43조520억원으로 나타나며 지난해 말(34조7580억원)과 비교해 23.9%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 대출채권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으로 부실채권에 속한다. 

개별 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이 37.6% 늘었으며 ▲농협(33.5%) ▲우리(22.6%) ▲하나(16.0%) ▲신한(9.7%) 순으로 나타났다. 또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최근 2개월 연속 상승세다. 

부실채권 증가, 연체율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은행들은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게 된다. 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은행으로서는 실적이 감소될 수 있는 요인이다. 

또한 최근의 정부의 압박도 호황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고금리 때문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후에도 '갑질', '독과점'이란 표현을 쓰면서 은행업계를 직격했다. 

올해 2월 은행의 성과급을 두고 '돈잔치'라고 언급한 이후 두 번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6일 한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은 국민들 입장에선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라며 압박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다른 간담회에서 "은행 이자수익은 올해 60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은행산업이 어떤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꼬집었다. 

대통령부터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으로 이어지는 압박에, 은행업계는 올초 선보였던 상생금융의 '시즌2'를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러한 기조가 당장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건 아니지만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은행이 거둔 호실적과 관련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고금리를 모두 은행 탓으로 전가하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기조로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채권금리가 오르는 등 은행 금리 변동엔 여러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다만 외부의 시각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의 실적은 결과적으로 금리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 이행 측면에서 상생금융책을 마련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한때 금융당국은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신사업을 장려하려는 행보를 보였지만 현재 분위기는 '이자장사'에 대한 지적이 부각돼 있다"며 "현재로선 (신사업과 관련된) 논의를 할 상황은 아닌 거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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