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이자이익만 30.5조...고정이하여신 24% 늘어
尹정부 지적에 투심 우려..."고금리=업계 탓 아냐"
수 년간 지속됐던 은행업계의 호황에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지만 최근 건전성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고, 현 정부 압박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사업 진출 등을 밝혔던 은행들이 최근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그룹 8곳(KB·신한·우리·하나·농협·DGB·JB·BNK) 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은 총 13조47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12조5394억원에 비해 7.5% 증가한 수준으로 8개 은행의 그룹 순익 기여도도 72%에서 78.2%로 높아졌다.
실적 성장을 이끈 건 이번에도 이자이익이었다. 5대 은행(KB·신한·우리·하나·농협)에서만 30조4988억원의 이자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7.6% 신장했다. 개별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의 증가폭이 14.7%로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은 이자이익만 7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순이익 12% 상승을 기록했다. KB금융도 이를 기반으로 4조3704억원의 순익을 냈다. 연간으로는 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간 계속됐던 고금리로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영향이다.
시장에선 호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부각된 변수가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건 건전성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각 은행이 잇따라 발표한 지표는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3분기만 보더라도 은행 5곳의 고정이하여신(NPL)은 43조520억원으로 나타나며 지난해 말(34조7580억원)과 비교해 23.9%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 대출채권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으로 부실채권에 속한다.
개별 은행 중에선 KB국민은행이 37.6% 늘었으며 ▲농협(33.5%) ▲우리(22.6%) ▲하나(16.0%) ▲신한(9.7%) 순으로 나타났다. 또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최근 2개월 연속 상승세다.
부실채권 증가, 연체율 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은행들은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게 된다. 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은행으로서는 실적이 감소될 수 있는 요인이다.
또한 최근의 정부의 압박도 호황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고금리 때문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후에도 '갑질', '독과점'이란 표현을 쓰면서 은행업계를 직격했다.
올해 2월 은행의 성과급을 두고 '돈잔치'라고 언급한 이후 두 번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6일 한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은 국민들 입장에선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라며 압박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다른 간담회에서 "은행 이자수익은 올해 60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은행산업이 어떤 혁신을 해서 6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꼬집었다.
대통령부터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으로 이어지는 압박에, 은행업계는 올초 선보였던 상생금융의 '시즌2'를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러한 기조가 당장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건 아니지만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은행이 거둔 호실적과 관련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고금리를 모두 은행 탓으로 전가하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기조로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채권금리가 오르는 등 은행 금리 변동엔 여러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다만 외부의 시각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의 실적은 결과적으로 금리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 이행 측면에서 상생금융책을 마련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한때 금융당국은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신사업을 장려하려는 행보를 보였지만 현재 분위기는 '이자장사'에 대한 지적이 부각돼 있다"며 "현재로선 (신사업과 관련된) 논의를 할 상황은 아닌 거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