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한 달에 130개씩 도산...제조사 대금 지연 연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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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한 달에 130개씩 도산...제조사 대금 지연 연쇄 피해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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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조사 불황 여파로 경영 악화 '도미노'

중소기업이 한 달에 130개꼴로 도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 시대 때보다 많은 수치로,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외환위기 때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파산 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은 1533개다. 파산 659건, 기업회생 874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파산은 22.7% 증가했고, 법정관리는 4.3% 늘었다.  대법원 통계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나,  실제 도산 기업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IMF 이후 파산·법정관리 기업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에 따르면 1997년(IMF 직 전) 492건에서 1998년(IMF 직 후) 1343건으로 대폭 증가했만 1999년 910건으로 1000건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1년 1024건으로 1000건대를 돌파했고, 2015년 1512건, 2016년에 1533개를 돌파했다. 2016년은 11월까지 합산한 수이기 때문에 12월까지 더하면 1600건은 족히 넘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전문가들은 파산 증가의 원인으로 대형 제조업체의 불황 여파에 따른 납품대금 지연을 꼽는다.

조선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5월 STX조선해양이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매출의 94.5%를 STX에 의존하던 고성조선해양도 뒤따라 두 달 후 회생절차를 밟았다. 2차 협력업체인 한국공작기계는 지난 10월와 케이에스피는 지난 7월 잇달아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한국공작기계는 한 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한국의 대표 중견기업이었고, 케이에스피는 코스닥 상장사이기도 했다.

이 여파는 현재 부산의 소기업까지 미치고 있다. 부산시기계공업협동조합 소속의 한 기업 관계자는 "조선업 침체로 피해가 크다"며 "종전에는 3년 치 일감을 쌓아뒀었는데 지금은 원가 이하로 계약한 덤핑수주 1년 치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TX조선의 결제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적자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에 따르면 조선업 침체로 회원사들의 평균 가동률은 80%로 하락했다. 기계조합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불황, 유가하락 등에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조선경기까지 침체되면서 업계 전체가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준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지난 25일 발표한 ‘기업 취약성 지수 개발·기업 부실화와의 연관성’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적 한계기업의 취약성 지수는 지난해 0.66으로 조사됐다. 0.66이면 돈을 벌어도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IMF 직후였던 2010년에는 1.1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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