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계명 "계약서는 목숨이다".. 신의만 믿고 뛰어들었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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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계명 "계약서는 목숨이다".. 신의만 믿고 뛰어들었다간 낭패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2.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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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미예리 변호사 "스타트업 가장 많이 하는 '법실수'는..."
이미예리 변호사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계약서를 꼼꼼히 써야 한다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이기륭 기자

'스타트업'은 한국에서 이제 흔한 단어다.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이 경제 최전방을 점령했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수 억원에 수 백 억원의 투자를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느 때 보다 활발하다.

겹치는 아이디어도 많아졌다. 나만의 기술이라고 개발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개발에 성공한 사람들이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어떤 기업은 성공하고, 어떤 기업은 망한다.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왜 어떤 기업은 성공을 하고, 어떤 기업을 망하는 것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이미예리 변호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 자문위원)를 만났다. 

-스타트업 변호를 많이 하다보면 실패로 이어지는 원인을 잘 볼 것 같다.
실패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스타트업 종사자를 볼 때 마다 아쉬움으로 남는 것들이 꽤 있다. 그 중 하나가 끝난 다음에 찾아 온다는 것이다. 사업의 시작과 중간에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망하고 나서 찾아온다는 의미다. 이렇게 오면 정리해주는 것 말고는 도와줄게 많지 않다. 지금까지의 스타트업 자문 사례를 종합해 보면 '공동 창업', '사업 모델에 따른 단계적 법률 검토', '벤처캐피탈-투자사 계약' 등에서 문제가 많았다.

-공동 창업 문제는 내부계약서를 작성하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쥬커버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될 것 같다. 페이스북은 친구와 만든 제품인데, 큰 돈을 벌고 나서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서 계약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반대로 채무가 증가했을 때는 서로 책임을 떠 넘긴다. 특히, 요즘에는 스타트업이 활성화 되면서 영업비밀금지, 경업(耕業) 금지같은 민감한 사항이 계약서에 담겨지 있지 않아 더 문제다. 이 모든 것이 공동 창업을 할 때 수익과 지분 배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내부적인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스타트업도 창업이고 경영이다. 수익, 지분 배분 등을 규정할 때 법률 검토를 받는 것은 필수 중에 필수다.

 - 단계마다 어떤 법률에 저촉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모델에 따른 단계적 법률 검토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많이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자신의 사업이 어떤 법과 충돌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법을 잘 모르겠다고 하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가지고 법률 검토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ㅇㅇ 사업을 하고 있는데, 법적으로 무엇인 문제인지 알려주세요"라고 상담을 요청하는 것 보다 "ㅇㅇ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 정도의 위치에 와 있는데, ㅇㅇ법 때문에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이러이러해서 규제인 것 같은데,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습니까"라고 질문을 준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 변호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법을 100% 다 이해하고 있진 않다. 같은 법인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합법이 되고, 불법이 된다. 질문의 범위가 너무 커버리면 이런 중요한 사안을 놓칠 수 있다. 

-투자사와의 계약 시에는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벤처캐피탈 또는 투자사와 계약을 맺을 때 제발 법률 자문을 받았으면 좋겠다. 회사에 문제가 생겨 상담을 받으러 온 스타트업 대표들의 계약서를 보면 전혀 공정하지가 않다. 왜 이렇게 계약을 했냐고 물어보면 '투자를 받는 입장이었다', '기분이 상기돼 냉철한 판단을 못했다', '변호사 이야기를 꺼내면 당신의 회사는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될까 걱정했다'라고 말한다. 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 투자사는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하는게 주 업무다.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이 주 업무다. 서로 계약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순간 주도권이 투자사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므로 변호사를 대동하지는 않더라도 계약서 가안을 변호사에게 보여주는 등의 법률 전략을 짜야 한다.
      
-모두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돈이 많이 없다. 법률 상담이 너무 비싸서 꺼리는 것이 아닌지.
그렇지 않다. 찾아보면 무료로 상담을 해주는 곳이 많다. 코리아스타트업 법률특허지원단의 변호사, 변리사도 무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나 역시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무료로 상담을 많이 하고 있다.

- 끝으로 창업자들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점은.
스타트업계에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마인드가 저변에 깔려있다. 창업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것이 의미인데 요즘은 이 마인드가 일부 왜곡돼 사업을 로막는 법을 신경쓰지 말고 사업을 진행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어 안타깝다. 스타트업도 창업이고, 경영이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 많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법을 몰라 회사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예리 변호사 프로필>
-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前) 롯데카드 준법감시팀 변호사
- (現)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특허지원단 자문위원
    서울혜화경찰서 피해자지원팀 자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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