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의 표대결' 영풍-고려아연... '정관변경' 안건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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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만의 표대결' 영풍-고려아연... '정관변경' 안건 부결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4.03.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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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정기 주총 앞두고 여론전 치열
결산배당금 안건, 고려아연 원안 통과
정관변경 안건 부결... 특별결의 요건 미달
고려아연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 찬성"
영풍 "다수 주주, 현 경영진 전횡에 제동"
3월 19일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고려아연 주총이 열렸다. 사진=시장경제DB
3월 19일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시장경제DB

'70년 동업자간 표대결'로 관심을 모은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는 이 회사 오너인 최윤범 회장과 영풍그룹 장형진 회장 측이 각각 1승씩 주고받은 끝에 무승부로 끝이 났다. 영풍 장영진 회장 측이 강하게 반발한 정관변경 안건은 찬성표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최윤범 회장 측이 추진한 결산배당금 지급 안건은 원안 그대로 주총을 통과했다.  

3월 1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일반 주주와 대리인, 의결권 위임기관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회사 측에서는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결산배당금 규모와 제3자 유상증자 대상에 외국 합작법인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한 현행 정관 규정을 삭제하는 안건을 두고 각각 상반된 입장을 취했다. 지분율은 우호지분 포함, 고려아연 33%, 영풍 32%로 엇비슷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주총을 앞두고 결산배당금 5000원 지급과 정관변경(삭제) 안건을 각각 상정했다. 영풍그룹 장형진 회장 측은 결산배당금 1주당 10000원 지급, 정관 현행 유지를 각각 주장하면서 최윤범 회장 측과 갈등을 노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있으나 창업자가 달라, 설립 초기부터 독립 경영 방식을 취했다. 두 오너 일가는 주요 사안에 보조를 맞추면서 창업 후 70여년 동안 큰 잡음 없이 동업 관계를 유지했다. 두 가문은 영풍 주력계열사와 고려아연의 주요 대주주로 상당한 주식을 맞보유하면서 '백기사' 역할에 충실했다.

양측의 동업관계에 틈이 벌어진 건 최근이다. 최윤범 회장 측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국내 일부 증권사와의 주식 맞교환 등을 통해 우호지분을 대폭 늘린 것이 계기가 됐다. 영풍은 최 회장 측이 오랜 동업관계에서 지켜져 온 협의 원칙을 저버리고, 주주이익을 해치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렸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반면 고려아연은 "독립 경영 원칙을 먼저 깬 건 영풍"이라고 받아쳤다. 양 측이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으면서 이날 표대결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표대결 결과 1호 의안인 결산배당금 지급 안건은 출석 주주 62.74% 찬성으로 고려아연 측이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정관변경 건은 반대 결과가 나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홈페이지 캡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홈페이지 캡처.

2호 의안이었던 정관변경 안건에 참석 주주 수의 53.02%가 찬성했지만 회사법상 특별결의 요건에 미달했다. 정관변경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영풍 측은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제3자 유상증자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한 현재의 정관은 동업관계를 상징하는 핵심 조항으로, 해당 조항을 변경할 실익도 명분도 없다는 것이 영풍 측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표준정관에 맞춰 문구를 전반적으로 정비하는 차원”이라며 정관변경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충분한 주주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사·감사 재선임 안건은 모두 원안 통과됐다. 이에 따라 최윤범, 장형진 회장 임기는 각각 2년 연장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국내외 산업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와 전기료, 원료비 상승 등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제련사업과 신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부연했다.

영풍 사옥. 사진=영풍
영풍 사옥. 사진=영풍

주주총회 결과를 놓고도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다수 주주들이 배당금과 정관변경 두 안건 모두 회사 편에 섰다"고 주장했다.

영풍 관계자는 "많은 주주들이 표를 모아 준 덕분에 주주권을 침해하는 현 경영진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며 "최대주주인 영풍은 앞으로도 전체 주주의 권익 보호와 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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