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 "산 계란 죽여서 유통시키라는 정부,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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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시위] "산 계란 죽여서 유통시키라는 정부, 제정신인가"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12.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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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란유통협회 박승원 남양주지부장
한국계란유통협회 박승원 남양주지부장이 6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축산물위생관리법'개정안에 대한 반발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개방됐다. “열린 청와대 구현”이라는 정부 설명에서 엿볼 수 있듯 '국민 소통'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다. 1인 시위 시민들은 매일 20~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앞 분수대, 국회 정문, 정부 청사 주변 등 거리로 나선 시민들. 왜 피켓을 들었는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8월 국내에 발암물질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국내 유통사실이 밝혀져 영세한 계란 유통업자들이 한바탕 곤욕을 치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0월에는 달걀의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며 ‘식용란선별포장업’이 담긴 ‘축산물 위생관리법(이하 축산물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계란유통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이란 식용란을 전문적으로 세척∙건조∙살균∙검란한 뒤 포장 처리하는 일을 뜻한다.

지난 6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는 한국계란유통협회(이하 계란협회) 박승원 남양주지부장이 1인시위에 나섰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은 살아있는 계란을 죽여서 유통시키라는 법이며 영세한 계란유통업자들을 모두 파산지경으로 내 몰수 있는 법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피켓을 들었다고 한다.

계란협회는 세척란이 신선할 것이라는 생각은 계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강조한다. 계란을 물로 세척하면 껍질에 있는 큐티클층이 손상돼 세균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냉장유통을 하지 않으면 유통기한도 짧아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유럽에서는 자국내 계란 유통시 세척여부에 따라 계란의 등급이 달라진다. A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세척과 냉장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계란은 대부분이 A등급을 받은 계란이다. B등급의 계란은 세척과 냉장유통이 가능하지만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 유통되고 있는 계란은 대부분 세척과정을 거치지 않고 냉장보관 또한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먹거리에 대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영국에서는 소비자들에게 계란은 20℃ 이하에서 보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협회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은 계란가격의 폭등과 더불어 양계산업의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정된 축산물법은 모든 계란은 냉장유통을 필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유통과정에 냉장시설이 추가되면 소비자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조류독감으로 인한 계란값 폭등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지만 ‘축산물법’으로 인한 계란값 폭등은 계란의 수요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

실제 조류독감 파동으로 인해 계란값이 폭등하자 유통협회를 통한 계란유통량이 80%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축산물법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살충제계란 파동이다. 유통협회는 이를 두고 “잘못은 정부에서 저질러놓고 애꿎은 유통업자들에게 덤텡이를 씌운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살균제 계란 파동은 정부가 농약을 권장해서 발생된 일인데 뒷감당을 유통업자들에게 떠넘기기고 있다는 얘기다. 조류독감이나 살균제 계란이나 유통업자들과는 전혀 무관한 일임에도 모든 뒷감당을 유통업자들에게 미루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다음은 한국계란유통협회가 '소비자들에게 올리는 호소문' 전문이다.

영세 계란 유통업자가 올리는 호소문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저희는 50여 년간 계란 유통업에 종사해온 동네 계란장사들입니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부터 저희는 작은 트럭에 계란을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여러분들을 만나 뵀습니다. 처음에는 바가지에 담아 팔던 계란이 지금의 현대적인 포장법으로 소비자분들을 찾아가기까지 저희 계란 유통업자들은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2011년 ‘식용란수집판매업’ 지침에 따라 저희는 업소를 정비하고, 위생교육을 받으며 성실히 정부 정책에 따라왔습니다. 평생을 계란 유통업에 몸담으신 어르신들도 소비자에게 싱싱한 계란을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전해드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셨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올 한해 지옥과 같은 고난을 겪고 있어 억울함을 알리고자 이렇게 호소문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말, 조류독감의 유행으로 저희 영세 유통인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을 겪었습니다. 계란의 생산지 가격이 30알 한판에 만원이 넘게 거래되거나, 그마저도 없어서 폐업하는 동료들이 넘쳐났습니다.

눈물로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고, 불굴의 의지로 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버텼지만, 두 번째 시련이 저희를 찾아 왔습니다. 추석을 앞둔 시기에 난데없이 살충제 계란 파동이 전국을 휩쓴 것입니다. 일부 악덕 농장의 욕심으로 다른 양심적인 양계농가와, 특히 저희 계란 유통업자들은 함께 된서리를 맞아야 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계란 유통인들에게 정부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이라는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2017년 9월 28일 박인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식용란 영업장에서 위생적인 선별·포장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조류독감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인해 소비자 불신이 제기됨에 따라 계란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매우 좋은 취지의 사업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계란 유통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죽이는 졸속행정이며, 현실성 없는 악법입니다! 정부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통해 소비자가 깨끗하게 물로 세척하고 냉장유통 되어 더욱 신선한 계란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세척란이 신선하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입니다. 미국식 대량생산 구조의 이점을 가져온 ‘세척란’은 관리 편의를 위한 유통 시스템입니다. 계란은 물 세척 시 자연 보호막인 큐티클층이 손상되어 오히려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실제로 유럽 대다수 국가에서는 비세척란 유통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세척란은 오히려 값싼 계란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척란은 실온에서 유통할 경우 단기간에 부패하여 반드시 냉장유통을 해야 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란은 세척이나 비세척 관계없이 한번 냉장한 것은 끝까지 냉장해야 합니다. 저희가 아무리 냉장유통을 하더라도 소비자의 입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냉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의미한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 발생하는 비용 역시 소비자 가격에 고스란히 책정되겠지요.

여기에 자연 상태의 건강한 계란을 인위적으로 물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의 낭비, 오수의 발생, 냉장유통을 위한 다량의 전기와 냉매제 사용까지……. 과연 ‘식용란선별포장’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요?

‘식용란선별포장’은 지난 50년간 이른 새벽 양계장에서 싱싱한 계란을 받아 그날그날 소비자와 슈퍼에 배달해온 저희 영세 상인에게 100평 이상의 사업장과 수십억 자본 투자가 필요한 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이 시행되면 전국 2,500업체의 영세 유통업자들은 모두 죽고, 자본력을 앞세운 소수의 신규 식용란선별포장업체와 대기업이 독식하는 체제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오늘도 영세 계란 유통업자들은 피를 토하며, 살려달라고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데, 돈을 앞세운 자본가와 대기업들은 마치 황야의 맹수처럼 날뛰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희 계란 장사들 눈에는 대한민국의 정의가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으로 여김 받지 못하고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현실에 낙심하고 비통하여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칼날을 댄, 그 계란유통의 구조 안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50년간 식용란수집판매업에 몸담아온 2,500여 사업장 1만여 명의 유통인이 숨 쉬고 있습니다!

‘식용란선별포장’은 불량계란(액란)을 유통하여 뉴스에서 맹비난받았던 대형유통업체 ‘한국양계농협’과 같은 대형업체의 불법유통을 규제하는 법도,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흉인 악덕 양계업자를 규제하는 법도 아닙니다. 그동안 묵묵히 계란을 유통해온 저희 소규모 영세 계란 유통인들을 말살하는 법입니다!

저희는 50년 계란 전문가입니다. 어떻게 해야 소비자에게 신선한 계란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브러쉬 세척법과 공기압 이용법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한 계란을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습니다. 불량 계란의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생산 농가의 방역과 시스템 개선 등에 정부가 힘을 보태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영세 계란 유통인들을 살려주세요!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산업을 위해 노력해온 저희 식용란수집판매인의 기존사업자 권리를 인정받고, 모든 소상공인이 지속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님과 관련 기관 여러분, 저희의 소리를 담아 법안을 다시 논의해 주세요! 법안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저희 식용란수집판매인이 중심이 되어, 20평형 저자본 위생대책을 마련하는 등 현실적으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희 식용란수집판매인 일동은 영세 유통인의 권리를 인정받고, 소비자가 안전한 계란을 구입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합니다.

2017년 12월 _일

사단법인 한국계란유통협회 일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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