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근 칼럼] 김종대의 이국종 공격이 불편한 이유
상태바
[이선근 칼럼] 김종대의 이국종 공격이 불편한 이유
  • 이선근
  • 승인 2017.11.27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의 민족이 형성되고 나면 그 민족으로 흥망성세의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오욕과 영광을 거듭한다. 그래서 역사를 배워 다시 영광을 찾는 지혜를 얻는 것이 인간의 숙명적인 과제다.

요즘 한국의 상고사를 두고 식민사관과 민족사관으로 나뉘어 사활을 건 논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논쟁의 구도를 보면 마치 남한과 북한이 역사적 정통성을 두고 절대적 기준을 두고 싸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념에 맞추어 역사에서 정통성의 근거를 찾고 있는 듯하다. 역사에서 왜곡은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이의가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고학의 발전으로 고대 연한을 끌어올리는 유적들이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그 찬란한 모습을 보고 외계인이 아니면 이런 과학적 유적을 만들 수 없다는 지구인의 한계를 적시하는 외계문명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을 정도이다.

문자로 기록된 사적(史籍)중심역사학에서 고고학이 부수적인 역할을 하던 실증주의사학은 결국 한정된 연구실적으로 제국주의의 정당성을 입증하는데 급급했다. 그럼에도 제국주의가 만든 식민사관을 가진 사가(史家)들은 역사연구의 지평을 넓히지 않고 자신들의 학설로 얻은 지위를 고수하려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역사관을 수정하려는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민족사관론자들은 역사영토라는 얼토당토않은 논리를 내세우며 고토회복을 은연중에 내세우고 있다.

역사에서 하나의 주체로 나선 집단이 어떤 사회를 만들었고 인간성을 발현하는데 얼마나 역할을 하였는지 연구하는 것은 인류가 보다 나은 사회와 역사를 만들어나가는데 필수적인 것이다.

장황하게 고대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쟁을 얘기하였는데 그 까닭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이국종교수를 공격하는 논리 속에서 지금 진보세력이 이미 별개의 국가인 북한을 보는 시각이 매우 꼬여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한이 분열된 지 70년이 넘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이미 별도의 국가가 되어 합종연횡의 대상이 되는 두 국가가 되어도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한 민족이라는 당위성보다 별도의 국가라는 생각에서 서로가 협력하고 경쟁하는데 어떤 조건이 놓여 있는지 각 국가의 차원에서 국익을 우선에 놓고 정치과정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합일이 두 국가에 속한 국민의 복리가 최대화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통합을 의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전혀 아니다. 남북의 경제력 비교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다. 국민소득을 가지고 행복을 따지면 안 된다고 부탄을 내세우는 이론도 있다. 그러나 참 낭만적인 얘기로 그냥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이국종교수가 JSA를 돌파하고 내려온 북한 하사관의 용태를 이야기할 때 김종대의원이 춘추전국시대의 책사라면 프라이버시 운운하기 전에 어떤 말을 했을까를 떠올려야 할까. “갑나라의 민생이 피폐하여 국력이 매우 쇠잔하겠구나. 그러면 일시적인 지원을 하여 우리 편에 우호적으로 만들어서 민심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합종연횡에서 유리한 위치를 도모할 것인지, 이 기회에 그냥 침략하여 병탐을 할 것인지.”

그런데 지금 한반도 상황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실험으로 전쟁직전에 놓여있다. 70년이나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한 나라 때문에 남쪽의 다른 나라가 전쟁터가 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패권을 다투는 미 중 사이에서 외교력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패권다툼의 빌미가 되고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한 ‘비호하는 듯한’ 발언은 온 국민을 전율에 떨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외교에서의 지나친 확언은 부정과 같다는 격언이 있다. 미국이 코리아 패싱은 없다는 언급이 사실일지 아닐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살 떨리는 긴장감 속에서 포항 지진까지 국민들을 피로하게 하고 있다.

김종대의원이 인권 운운 한 것은 정말 잘못이다. 잘못하면 ‘종북’의 심정을 감춘 발언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빨리 사과했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익은 북한을 감싸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사태의 엄중함을 깨달아 핵개발을 중단하고 중국과 베트남처럼 개혁개방으로 나가도록 압박하는데 정치력을 모아야 할 때인 것이다. 그래야 기생충에 온몸이 감염된 군관이 있는 나라와 예전에 한 민족이고 한 나라였었다는 부끄러운 사실에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