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지연... "당국 우선순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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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지연... "당국 우선순위 아냐"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08.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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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윤종원 행장 취임당시 언급
노조 3인 추천했지만 절차 지지부진
"임명권자 금융위... 기관장 인사부터"
추경호 장관, "노조 추천이사 확대 신중"
관계자, "행장 임기중 성사여부 불투명"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시장경제DB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시장경제DB

IBK기업은행 윤종원 행장이 취임당시 언급했던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명권을 가진 금융위원회 진용이 갖춰지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기업의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현 지도부 임기내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조추천 이사제의 긍정적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현재 천문학적인 국가부채로 공공기관의 구조조정과 개혁이 절실해진 시기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기업은행 이사는 은행이 추천하면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방식인데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 진용이 갖춰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전임 금융위원장 퇴임 이후 신임 위원장 내정까지 공백이 길었고, 이후 국회 원(院) 구성과 인사청문회까지 지연된 바 있다.

금융위는 현재 산적한 안건들로 인해 노조추천 이사제 관련 논의는 후순위로 밀려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금융위는 기관장과 자회사 인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사외이사 임명은 후순위인 것이 일반적"이라며 "현재 마무리 되지 않은 사모펀드 사태, 이상 외환송금 등 굵직한 이슈로 안그래도 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 6월 임기가 끝났지만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근무하고 있으며, 4월 임기가 끝난 김학수 금융결제원장과 3월 임기가 끝난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도 비슷한 이유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외에도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 자회사 인사도 마무리해야 할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제청 절차도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로 전해졌다. 금융위와 어느 정도 일정이 조율돼야 본격적인 제청 절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종원 행장 역시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금융위원장과 정책금융기관장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금융위와 인사 관련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기업은행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3월 신충식 삼일회계법인 고문과 김세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의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자 법조계와 노동계, 학계 출신 인사 3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은행에 추천했다. 현재 금융위에도 관련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지지만 새 정부 출범 등으로 성사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기업활동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어 노조 추천 이사제가 확대되기는 어려운 여건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모두 35번 언급했고 이는 평화(12회)나 민주주의(8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횟수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가 전 정부와 달리 관(官) 주도 경제정책이 아닌 민간 주도 성장 정책을 천명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역시 노조추천 이사제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지만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 금융위원회 역시 이와 같은 정부 기조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8일 정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 하에서 추진된 노동친화적 정책들이 결과적으로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재 야권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면서 "노조추천 이사제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일부 공공기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선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 학계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이사직은 오직 주주의 의결권으로 임명돼야 하는데 이와 별도의 경로를 두는 것은 현행법은 물론 헌법정신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고용여건에 따라 언제든 이직이 가능하고 또 그것이 미덕일 수 있는 노동자와, 회사와 명운을 함께해야 하는 이사직은 분명히 다른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추천 이사제 도입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해야 할 사안이어서 임기 내 성사여부 등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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