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하이트진로의 이유있는 '파업교섭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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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하이트진로의 이유있는 '파업교섭 뒷짐'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2.08.10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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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형태 뭐길래... 성수기 파업에 속앓이
올해 3월부터 파업 시작... 5개월간 장기 파업
경찰연행·투신 등 노사 갈등 격화, 손배소 제기
'전속성' 주장하지만... 현행법상 도급간섭 '불법'
8일 경찰 적극 협조로 평시 92% 수준 출고
9일부터 직원 현장 투입 보류... 필수 인력만 지원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 파업이 3월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노사간 타협점을 찾지 못해 파행을 이어가며 공권력 투입, 조합원 투신 등 격화되는 양상이다. 파업 장기화의 쟁점은 특수고용형태근로자(특고근로자)다. 특고근로자인 화물기사들은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직접 나서길 요구하고, 하이트진로는 법적인 문제로 나서질 못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자회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기사들은 강원도 홍천 소재 강원공장에서 올해 3월 19일 부분 파업에 나섰고, 6월 2일부터 전면 총파업했다. 이들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운임 인상, 고용승계 및 고정차량 인정, 표준계약서 작성 등을 요구했다. 여기에 이천·청주공장 근로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노사간 갈등은 격화됐다. 화물기사들이 파업 기사 대신 투입된 운송차량 진입을 막고, 하이트진로는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됐다며 6월 17일 수양물류 소속 노동자 11명에게 총 5억 7800여만원에 달하는 손배소를 제기했다. 이후 지난달 29일 피해액이 더 늘었다면서 총 27억7500여만원으로 변경했다.

6월에는 공권력이 투입돼 조합원들이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달 4일에는 경찰의 강제 해산 시도에 저항하는 조합원이 교량 아래로 뛰어내리는 일도 있었다. 

8일 공권력이 추가 투입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확인 결과 기존 경찰 인력 외에 추가로 투입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파업 양상에 따라 가능성은 열려 있다. 

 

"원청 나와라"... 나설 수 없는 속사정

파업 장기화의 원인으로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화물기사들은 근로기준법상 특수고용형태근로자(특고근로자)로 분류된다. 특고근로자는 위임이나 도급계약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근로자다. 이들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노동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어 일반 근로자와 성격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레미콘차량 운전사, 방송구성작가, 퀵서비스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외근직 A/S근무요원, 판매원 등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된다. 

특고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와 유사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반면, 파업 조합원들은 하청인 수양물류의 경영진이 모두 하이트진로 임원이고, 업무 지시 등 '전속성'이 높아 근로자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도급 혹은 근로자가 아닌데 원청이 직접 교섭하는 경우 불법에 해당한다.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와 도급계약을 맺고, 수양물류는 화물기사와 수수료 계약을 체결했다. 현행법상 도급기업의 경영·노무에 간섭하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하이트진로가 파업한 조합원들의 요구에도 응할 수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파업에 원청이 나서야 한다면 법인이나 계열사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하며 "법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을 주장하며 억지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성수기에 파업... "피해 막대"

맥주 성수기에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실제 추가로 들어간 비용만 50억원 이상이고, 영업손실과 생산차질 등의 비용까지 따지면 피해 규모가 100억원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7~8월은 맥주 시장 극성수기로 꼽히는 시기다. 특히 올해는 엔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여름이라 주류업계 기대감이 유달리 높았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필두로 매출과 점유율 반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적기로 봤다. 따라서 이번 파업이 더욱 뼈아프다. 

업계 관계자는 "출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껏 확보한 영업처가 막히면 잠정적 손해는 막심하다"며 "한번 뺏긴 영업처를 다시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유흥시장은 테라와 카스로 양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사는 치열하게 점유율 경쟁을 벌여왔다. 엔데믹을 맞이해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강원공장 파업은 하이트진로에게 치명적이란 분석이다. 

8일 출고 맥주를 상차하고 있다. 사진= 하이트진로
8일 출고 맥주를 상차하고 있다. 사진=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이를 막기 위해 8일 오전 8시쯤 본사 및 공장 직원 250명이 강원 공장 앞 진출입로를 확보해 제품 공급을 도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8일 강원경찰청과 홍천경찰서의 진출입로 확보 등 적극적인 도움으로 현장에 투입된 당사 직원들과 큰 충돌없이 안전하게 출고를 진행했다"며 "8일 최종 예상 출고량은 약 11만상자, 평시 약 92% 수준으로 오늘처럼 정상적인 출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8일 이후에도 경찰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정상적인 출고가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9일부터 경찰 협조로 당사 직원들의 대대적인 현장 투입은 보류하고, 필수 필요 인력만 현장 지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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