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냐 사기냐... '獨헤리티지펀드' 놓고 금감원 내부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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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냐 사기냐... '獨헤리티지펀드' 놓고 금감원 내부 이견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8.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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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DLS 배상 촉각, 계약취소 가능할까
소보처·분조위, 獨 당국 회신 두고 갑론을박
사기·불완전판매 쟁점... 은행법 위반은 인정"
판매사 부실 입증 부족... 불완전판매 적용 가능성
피해자들, 분조위 거부 조짐 "온전한 사기 판매" 반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사기가 아닌 불완전 판매로 가닥을 잡으면서 향후 투자자와 반발이 예상된다.

8일 본지 취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독일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한 주요 금융사를 중심으로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와 분쟁조정위원회 사이에서 배상과 쟁점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보처와 분조위는 금감원 내부 조직이다. 대규모 환매 중단에 대한 분쟁 조정은 소보처와 분조위가 각각 의견을 나눠 방향을 잡는다. 최종적으로는 분조위가 피해 보상, 피해자 구제, 분쟁 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소보처는 지난 5월 독일 연방금융감독청이 보내온 ‘계약 취소’ 가능성에 대한 회신을 주목하고 있다. 반면 분조위는 독일 감독당국의 회신에만 근거해 문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내부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소보처는 독일 연방금융감독청으로부터 “(헤리티지 펀드 문제는) 하노버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행사의 은행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는 취지의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감독당국이 시행사의 위법 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헤리티지 사태 국면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그동안 소보처는 사기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확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보처는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된 파산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초에는 헤리티지 펀드의 복잡한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영국·싱가포르 금융감독당국에 자료 협조 요청을 보낸 바 있다. 6월에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소보처의 요청으로 독일 금융감독청 부청장과 면담을 갖고 헤리티지 펀드 조사 협조를 구했다. 

분조위는 독일 감독당국이 보낸 회신에 대해 정확한 것은 아니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구체적인 내용 언급에 대해서도 밝히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분조위 관계자는 “당시 일부 보도된 내용은 약간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은행법규를 위반하고 시행사가 사업에 투자한 상품을 국내에서 판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은행법규 사항은 투자자와 밀접한 연관이 없다”며 “단순히 그쪽(독일)에서 업을 영위하기 위한 법일 뿐, 우리나라 투자자에 대한 부분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 취소로 문제를 보려면 살필 것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어 “판매자가 허위·부실기재 내용을 설명해 투자계약이 체결됐다는 점 등이 확실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추후에 추가 증거가 더 발견되면 재조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펀드공동대책위원회는 독일 헤리티지 분조위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배상 논의 결론이 '불완전 판매'로 결정되면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대위 측 관계자는 “독일 헤리티지는 거짓 정보를 제공한 사기 계약”이라며 “불완전 판매가 아닌 온전한 사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 다른 금융사들도 분쟁 조정을 하려면 검사와 제재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생략하고 삼자대면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계약 취소와 전액 배상, 정확하고 심도 있는 조사를 금감원에 촉구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매주 금감원과 신한금융투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펀드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지난 주 신한금융투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펀드공동대책위원회 제공
펀드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주 신한금융투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펀드공동대책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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