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항소심 촉각... 내부통제 이슈, CEO 징계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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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항소심 촉각... 내부통제 이슈, CEO 징계 명분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07.1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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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문제 방점... 법리 검토 중
업계·법조계, 재판 결과 예상 엇갈려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내부직원 횡령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현행법 위반이 드러날 경우 기관과 임직원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22일 예정된 우리은행의 DLF 항소심에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 사유가 인정될 경우 금융권이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 관련 검사에서 지배구조법 위반에 방점을 두고 제재를 위한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면서 금융권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6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한 검사를 마쳤고 내부통제상 문제점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현재 은행법과 지배구조법 가운데 어느 쪽을 우선 적용할 것인지, 금융 관련 법규 외에 수사기관의 처벌 여부 등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4월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에 달하는 횡령 사건이 약 6년에 걸쳐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해당 직원은 구두 보고나 수기로 작성한 보고서로 관리자를 기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직원은 부동산 신탁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문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는데 우리은행 측이 캠코와 전산상 크로스체크만 했어도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사고가 난 부서가) 부실기업 관리업무 등 인사고과에 유리한 업무가 아니다보니 기피부서가 됐고, 한 직원이 오래 근무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DLF 2심, CEO 징계 분수령 되나

금융권에서는 이번 횡령사건이 계기가 돼 또 한 차례 당국의 'CEO 회초리'가 재현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8일 손태승 회장의 DLF 항소심 선고가 돌연 22일로 연기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무성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오는 22일 금감원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DLF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단을 뒤집고 금감원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당국은 이번 600억원 횡령 건 역시 내부통제 준수의무 위반을 들어 CEO를 제재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손태승 회장이 2심에서도 승소할 경우 CEO 제재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파생결합펀드(DLF)는 주가지수 등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펀드로, 지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자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와 이를 편입한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당시 우리은행이 DLF상품을 판매하며 원금손실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를 했고, 경영진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그 배경이 됐다면서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경고(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손 회장 측이 불복하면서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손태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금감원이 관련 법률을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손태승 회장에게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근거로 중징계를 권고했지만 CEO가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된 조항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감원이 항소하면서 소송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편 이번 항소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민사8-1부(권순민, 김봉원, 강성훈 부장판사) 측이 8일 추가 법리검토를 위해 선고를 미룬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다양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의 소송 경험상 1심 재판부의 판단이 큰 틀에서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선고를 미뤄가며 추가 법리검토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최근 의욕적으로 업계 기강확립에 나서고 있는 신임 금감원 지도부의 기조로 볼 때, 1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다수 금융권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 A씨는 "쟁점이 많은 사건은 선고일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로, 이를 가지고 일방의 유불리를 점치긴 어렵다"면서 "1심에서 금감원 징계를 재량일탈로 판단했다면, 법치의 일관성 차원에서 2심이 이를 완전히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여의도 정계 인사 역시 "현재 금감원은 전 정부하에서 발생한 대형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정관계 유착, 현금흐름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무적으로 전선을 크게 확대할 타이밍은 아니지 않나"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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