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신(不信) 키우는 업비트의 '무책임 행보'
상태바
[기자수첩] 불신(不信) 키우는 업비트의 '무책임 행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6.28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루나폭락 상황서 거래 재개, 자산가치 99.9% ↓
수익 100억 추정... 일부 투자자도 수백억 챙겨
회사 측 "더 큰 피해 막기위한 불가피한 조치"
루나 상장·자전거래 등 의혹도 도마위
송치형 회장 '사기 혐의' 항소심 재판 주목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경제이론에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용어가 있다.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또 누군가는 잃지만 결국 모든 이익의 총합은 '0'에 수렴한다는 내용이다. 주로 투자와 관련된 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제로섬 게임’은 내가 오늘 얻은 이익이 누군가에게는 손실임을 일깨우는 사례로 언급된다. 시야각을 달리해 사안을 되돌아본다면 내가 오늘 입은 금전적 손실만큼 다른 이는 이익을 얻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냉혹한 ‘제로섬 게임’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도 있기 때문이다. 거래를 알선하는 거간꾼이 그 예이다. 자본시장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이들은 거래의 양 당사자로부터 모두 수수료 명목의 금전적 이익을 챙긴다. 거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급등, 급락과 관계없이 이들은 언제나 일정 규모 이상의 수수료 상당 이익을 얻는다. 시장 자체가 붕괴되거나 사라지지 않는한 중개인은 얻는 수익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파산이나 폐업에 내몰릴 위험은 상당히 낮다.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이라 불린 가상화폐 루나·테러 급락 사건으로 가상자산거래소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상장 및 운용으로 배를 불리면서도 정작 투자자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업비트의 안이한 행태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기업은 블록체인 전문기업 두나무이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시황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거래량만 받쳐준다면 꾸준히 수수료를 벌어들인다. 가상화폐 시장은 24시간 내내 돌아가기 때문에, 거래수수료를 통해 업비트가 얻는 수익은 어마어마하다. 

업비트는 가상자산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두나무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무려 3조원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110%, 영입이익은 3429% 폭등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9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업비트의 점유율은 무려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대기업 반열에 오른 것은 현재까지 두나무가 유일하다.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두나무를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기준 두나무 자산총액은 약 10조 8천225억원, 고객예치금 약 5조 8천120억원이다. 창업자인 송치형 업비트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은 총수로 지정되면서 '재벌 오너' 중 한 명이 됐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 참석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2022.6.13 [국회사진기자단]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대책 긴급점검 당정간담회'에 참석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루나 대량매입 후 전량 매도 1500억 수익.... 투자자들 '먹튀' 의혹   

52조원이 증발하고, 28만명의 피해 투자자를 발생시켰던 이번 테라·루나 사태에서 업비트가 보여준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테라·루나가 폭락한 지난달 13일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달리, 업비트는 오전 내내 루나의 입출금을 허용했다. 이 틈을 타 일부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싸게 매입한 루나를 업비트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매도하는 코인 ‘환치기’를 통해 360배가 넘는 폭리를 얻었다.  

업비트 측은 "가두리(거래소간 입출금이 막혀 특정 1개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코인)로 인한 가격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다. 업비트는 몇 시간 사이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100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무엇보다 업비트의 행위는 루나 폭락세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했다. ‘패닉셀’이 가속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루나 계좌가 99.9% 폭락해 ‘휴지조각’이 되는 사이, 업비트는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사실, 테라·루나 폭락사태는 이미 2019년부터 예견된 측면이 있다. 그해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업비트의 루나 상장과 관련돼 ‘셀프상장’ 의혹을 제기했다. 두나무의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는 2018년 4월 약 25억원을 들여 루나 2000만개를 매입했는데, 업비트가 루나를 상장함으로써 사실상 '자전거래'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두나무앤파트너스의 루나 대량 매입에 대해서도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이 회사의 초기 자본금은 약 4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회사가 그 자본금의 60%에 이르는 금액을 위험성이 다분한 신생코인에 투자한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논리이다. 지난해 2월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루나 2000만개를 전량 처분해 13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은 공분했다. 일각에선 루나 폭락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먹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나무 측은 “비트코인으로 바꾼 것일 뿐, 현금화 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법정에 간 경영방식... 송치형 회장 '사기' 혐의 항소심 주목

업비트의 불투명한 운영방식을 둘러싼 송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 역시 투자자들의 신뢰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위를 점하고 있는 업비트가 투자자들과의 ‘상생’이 아닌,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는 이유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남 모 재무이사, 김 모 퀀트팀장 등 경영진 3명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항소심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가짜 회원계정을 만들어 비트코인을 허위 거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검찰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송 회장 등 두나무 운영진 3명은 2017년부터 9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ID8’이라는 가짜 회원계정을 개설했다. ‘ID8’에는 1221억원이 예치됐고, 전산 조작과 허수 주문, 가장매매를 통한 거래량 부풀리기 용도로 악용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 요지이다. 검찰은 송 회장 등이 벌어들인 부당이득 규모를 1500억원대로 추산했다. 

앞서 2020년 1월 열린 이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사전자기록위작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무죄 선고의 주된 이유는 혐의 입증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재판부 무죄 판단은 법조계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가상화폐거래소가 자전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관련 법 미비로 단죄하지 못했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에선 1심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까지 불사하며 칼을 가는 모양새다. 이 사건 내용에 밝은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재판부는 'ID8 계정' 개설 목적이 거래량 부풀리기에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지난해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되면서, 업비트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했다. 해당 법률은 신고서 제출 5년 이내, 대표자와 임원 등이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를 신고 결격사유로 정했다. 송 회장 등이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면 업비트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두나무와 업비트 관계자들은 '사전·사후 매우 엄격한 검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투자자 손실은 유감스러우나 회사는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식의 화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같은 해명이 통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