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돌아온 이재용... 2대 키워드는 '차세대 반도체·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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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돌아온 이재용... 2대 키워드는 '차세대 반도체·배터리'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6.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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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박12일 유럽출장... 한결 밝은 표정 귀국
EUV 안정적 공급 숙의, 차세대 반도체 점검
헝가리 SDI 배터리 공장서 현장 의견 청취
대형 M&A 기대감 커져... 英 ARM 등 거론
반도체 선행기술 투자, 대폭 확대 전망
유럽 출장길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럽 출장길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ASML과 반도체연구소(imec)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박 12일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꺼낸 단어는 ‘기술’과 '차세대 반도체'였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선행기술 R&D 투자 확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고물가, 국제공급사슬 불안정 등으로 고통을 겪는 국내 관련 산업 생태계에 훈풍이 불 전망이다. 

헝가리 배터리 공장과 하만카돈 생산라인 방문, BMW 경영진 미팅 사실도 곁들여 향후 전기차와 전장부문이 삼성의 전략 포트폴리오가 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했다.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만에 이뤄진 해외출장길이었다. 이 부회장은 헝가리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국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 부회장은 “좋았다”며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에서 연구하는 연구원들, 영업·마케팅 (영역에서) 고생하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문한 출장지에 대해선 “헝가리의 배터리 공장도 갔었고 BMW 고객도 만났다”며 “하만카돈도 갔었고,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SML과 유럽 최대 반도체연구소 imec를 방문해, 글로벌 선행기술 연구 동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점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피부로) 느껴졌다"며 "시장에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7일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한결 밝은 가벼운 표정으로 입국장을 찾은 기자들과 만나, 유의미한 성과를 이끌어 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UV 안정적 확보 방안 숙의... 유럽 최대 반도체 방문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방문한 이 부회장은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대표를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 노광장비 EUV를 세계 최조로 개발, 글로벌 주요 기업에 공급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EUV는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나노(㎚·1㎚=10억분의 1m) 수준의 초미세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5나노 이후 초미세 공정에서는 EUV를 쓰지 않고는 생산단가와 수율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와 안정적 수율 확보를 위해서는 EUV 장비의 안정적 공급이 반드시 전제되야 한다. 차세대 D램(HBM) 고도화를 위해서도 EUV 장비 공급은 필수조건이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글로벌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대표(CEO) 등 경영진과 ▲EUV 장비 수급 방안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을 주제로 깊은 교감을 나눴다. 

ASML이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EUV 장비 수량은 40~5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1대당 가격이 1500억원을 넘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 장비 확보가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Luc Van den hove) CEO와 인사를 나누고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외에도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분야 연구과제를 소개받고 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이어 그는 헝가리 괴드시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1공장을 방문, 임직원을 격려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BMW와 폭스바겐 등에 공급된다. SDI는 같은 지역에 2공장을 건설 중이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5월, 세계 4대 전기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25억 달러(약 3조 1500억 원) 규모의 조인트벤처(JV)를 설립,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유럽은 볼보,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포진해 있어, 삼성SDI가 JV 설립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얼어붙은 'M&A' 빅딜 이뤄질까... '200조' 실탄 장전

이 부회장의 유럽 방문을 계기로 개점휴업 상태인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약 5년전인 2017년 전장 기업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이미 유럽의 몇몇 기업이 삼성전자의 M&A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비롯해, 차량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온 등의 이름이 오느내리고 있다.

특히, ARM은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매물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약 90%는 ARM의 반도체 설계 아키텍쳐를 따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할 경우,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비약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이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회동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ARM 인수를 위해 양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초대형 ‘빅딜’을 성사시킬 수 있는 ‘실탄’도 마련해 뒀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5조8896억원에 달한다. 2017년 말(83조원)보다 40조원 이상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1년 이내 동원할 수 있는 M&A 재원은 최대 2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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