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취하 97%인데... 하자 1위 오명, 억울한 DL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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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취하 97%인데... 하자 1위 오명, 억울한 DL건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6.0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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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하자 신청 건수, 국회 제공
일부 의원, 건설사별 '하자 순위' 공개
신청 건수 기준 건설사 순위, '사실 왜곡'
'신청 취하'가 대부분... 실제 하자 판정 극소수
일부 건설사, 하자 순위 공개로 '낙인'
지난해 신청 건수 1위 DL건설... 취하 97%
사진=하심위
사진=하심위

하자가 없는데, '하자 1위 기업'으로 오명을 뒤집어 쓰면 해당 건설사는 얼마나 억울할까. 최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 신청 통계’가 ‘하자 판정 통계’로 잘못 알려지면서 억울한 피해를 입는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모 국회의원은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접수된 ‘2021년 아파트 하자 신고 건수’를 공개했다. 하자 '접수(신고)' 건수는 2018년 3818건, 2019년 4290건, 2020년 4402건, 2021년 7686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해마다 하자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건설사들이 경각심을 가질 만한 통계다.

문제는 '접수(신고)'와 '하자 판정'은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단순 신청 건수를 마치 하자가 확정된 케이스처럼 오인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신고 건수 기준 1위는 840건을 기록한 DL건설이었다. GS건설(385건), 중흥토건(331건), HDC현대산업개발(267건), SM상선(206건)이 뒤를 이었다.

본지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DL건설을 대상으로 한 하자 신청 840건 중 97%에 달하는 828건은 '취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2건 중 7건은 '기각' 판정을 받았다. 남은 5건도 하자 여부를 두고 심의가 진행 중이었다. 결과적으로 DL건설이 위원회로부터 실제 하자 판정을 받은 건은 현재까지 '0건'이다. 

지난해에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일부 정치인이 동일한 통계치를 '하자 판정 건수'로 둔갑시켜 일부 건설사를 낙인찍었다. 해당 건설사는 발표 직후 '기각율이 98%에 달한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돌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으로 하자 민원 신청은 더욱 간결하게 바뀐다. 하심위는 올해 4월, 아파트 단지가 단체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자관리정보시스템을 손질했다. DL건설과 같은 피해기업이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신청’이 곧 ‘하자 판정’ 통계로 인용되는 현실이, 건설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건설업계 전체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며 ‘순기능’을 주장한다.

이같은 논리에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을 왜곡한 데이터로 비난의 대상이 된 건설사들이 과연 경각심을 가지겠느냐는 것이다. 만약 순기능을 고려한다면 오인 가능성이 상존하는 '신청 건수'를 집계할 것이 아니라, 실제 판정 건수를 집계해 공개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심위의 통계가 그 본래 취지에 맞게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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