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아바타 성범죄 처벌 불가능... 아이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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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아바타 성범죄 처벌 불가능... 아이들이 위험하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6.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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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전문 홍세욱 변호사 인터뷰
음란성 채팅 등은 현행법으로 처벌
아바타 성폭력, 현재 법제로는 처벌 어려워
메타버스 범죄, 전혀 새로운 유형으로 진화 우려
입법적 대응 기다리기 전 기업 선제적 조치 필요
홍세욱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정상윤 기자
홍세욱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메타버스 범죄는 당장 입법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판례가 쌓이고 여론의 형성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정부와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홍세욱 변호사(사법연수원 42기·법무법인 에이치스)는 온라인 플랫폼과 메타버스 관련 법률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법조인이다. 그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 발전에 따라 범죄 유형 역시 매우 다양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업계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집중적 조명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 산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상세계 속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에 홍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가상 플랫폼 사업은 코로나 펜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 지난 2년간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기업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만들어낸 가상공간에서 구직자를 인터뷰하고, 벤처케피탈은 실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메타버스 공장라인을 둘러보며 투자처를 물색한다. 사람들은 교통 체증을 피해 VR기기 착용만으로 장소와 시간 제약없이 원하는 전시를 감상하고, 메타버스 속 거리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매력적 인터페이스로 그 효용을 입증하면서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대표 기업은 마크 주커버그가 이끄는 페이스북이다. SNS 선두주자였던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메타버스 '호라이즌월드'를 오픈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는 지난해 기준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186조3600억원(1485억 달러)으로 집계했다. 향후 2030년에는 1941조원(1조5429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려되는 사실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새로운 유형의 범죄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기술연구기업 카부니 부사장 니나 파텔은 '호라이즌월드'에서 본인이 겪은 성폭력 피해를 SNS에 올렸다. 이 사건은 그 동안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메타버스 성폭력에 대한 첫 번째 고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피해 사례 공개를 계기로 메타버스 기반 새로운 유형의 범죄 발생 위험을 입법·행정·사법 정책적 측면에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입법을 통한 대응은 절차상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기업이 선제적·자발적으로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하다는 견해가 상당하다. 메타버스 시장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우리나라 역시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등 현행법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당행위 대응을 국회에만 맡긴다면 효율적 피해 구제는 기대하기 어렵다.

법률이 현실을 따라가기에는 메타버스를 비롯한 융복합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시장 형성 초기 부당행위가 만연한단면 메터버스 산업은 생태계 조성이 이뤄지기도 전에 고사할 수도 있다. 이는 IT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 바라지 않는 결과이다. 

메타버스 산업 발전의 전제조건으로서 가상세계 속 범죄에 대한 효율적 대응법과 현행법 적용 여부, 입법 정책적 제안, 기업과 이용자의 역할 등을 주제로 홍 변호사와 대담을 가졌다. 

사진=정상윤 기자
홍세욱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메타버스 속 성범죄, 일부는 처벌 가능

메타버스 범죄와 관련돼 가장 의문스러운 점은 가상세계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유사 행위를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지이다. 홍 변호사는 범죄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채팅, 대화 등을 통한 성희롱 ▲음란물 유포 ▲위계 협박에 의한 성착취 등은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홍 변호사는 "이와 같은 사이버 성범죄는 N번방 사건 이후 많이 해결됐다"며 "판례에 따르면 위계 협박을 받은 피해자가 자기 신체에 대한 접촉을 동의하는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성폭력 유사 행위이다. 홍 변호사는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관련돼 해외 사례를 인용했다. 그는 "과거 가해자가 피해 여성 2명의 캐릭터를 조종해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며 "동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실제로 강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이는 1993년 텍스트 기반 MUD게임인 '람다무'(LambdaMOO)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게임 안에서 이용자들은 '부두인형'을 이용해 상대방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다. 가해자는 게임 기능을 악용해 2명의 여성 캐릭터를 성폭행했다. 

메타버스 특징 중 하나는 현실세계가 가상세계로 확장된다는 '연결성'이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현실처럼 느끼기도 한다. 저연령 어린이 또는 미성년자의 경우 정신적 피해는 더 심각하게 남을 수 있다. 

홍 변호사는 "캐릭터 대상 성범죄는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게임 속 캐릭터를 총으로 죽였을 때 이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성범죄에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당장 입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지만 판례가 쌓이고 여론이 형성되면 처벌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세욱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정상윤 기자
홍세욱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NFT 버킨백 사건 도마 위... 경제 범죄 다양화 우려

메타버스 범죄는 성폭력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작가 메종 로스차일드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에서 판매 중인 버킨백을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만들어 메타버스에서 판매한 사건이 있었다. 작가는 판매 과정에서 디자인 저작권을 보유한 에르메스에 허락을 받지 않아 문제가 됐다.

홍 변호사는 "이와 같은 경우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제범죄 역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사기이고 다른 하나는 온라인 아바타 간 상거래"라며 "실제 물건이 오가는 온라인상거래는 온라인쇼핑과 같아 처벌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는 가치가 불명확해 처벌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버킨백 사건은 메타버스 범죄의 다양성을 시사한다. 버킨백처럼 물건이 아니라 유명인의 얼굴을 이용해 아바타를 커스터마이징할 경우, 범죄 발생 위험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홍 변호사는 이 점을 주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연예인 얼굴을 닮은 아바타를 만든다면 단편적으로는 초상권침해, 타인 사칭으로 볼 수 있다"며 "나아가 이를 성범죄에 악용하거나 거액의 재산이 오가는 사기에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홍세욱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홍세욱 에이치스 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외국인 가해자 처벌은 가능... 국제 공조 수사가 문제

메타버스 범죄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주체가 외국인이라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은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며, 속인주의를 허용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글로벌 이용자들이 가상의 온라인 세계에서 만나기 때문에 법의 적용 범위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홍 변호사는 국내 IP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거나 해외 IP라고 해도 내국인이라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다만 서버 자체가 외국에 있다면 사정이 다르다. 가해자 검거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홍 변호사는 '다크웹' 사건을 그 예로 제시했다.

2020년 발생한 동 사건에서 범행 주체는 내국인이었다. 피고인은 다크웹을 이용해 국내외에서 접근할 수 있는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했다. 당시 피고인 검거를 위해 수사당국간 국제 공조가 이뤄졌다. 이는 외국에서 '아동성범죄'를 중범죄로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홍 변호사는 "다크웹 등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범죄는 단속도 검거도 어렵다"며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 국가에 직접가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공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 공조 수사가 가능하려면 메타버스 범죄에 대한 검경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 변호사는 "성범죄는 드러난 범죄유형이기 때문에 먼저 가시화되고 있을 뿐 향후 더 많은 범죄가 메타버스 안에서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며 예방적 조치에 대한 기업의 인식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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