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단 100명 투입에도... SKT 이프랜드 '성폭력 예방'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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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단 100명 투입에도... SKT 이프랜드 '성폭력 예방' 한계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6.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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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랜드, 올해 3월 기준, 월 135만명 이용
메타버스 아바타 대상 범죄, 현행법 적용 난제
해외선 아바타 대상 성폭력 사례도 등장
피해 여성 "현실서 당하는 것처럼 끔찍한 경험"
美 메타, 제3자 아바타 '접근 제한' 기능 도입
사진=SKT 이프렌드 캡처
사진=SKT 이프렌드 캡처

SK텔레콤이 지난해 4월 출시한 메타버스 프로그램 '이프랜드(ifland)'가 아바타로 표창되는 이용자에 대한 성폭력 등 ‘가상세계 범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SKT 관계자는 "사고를 최대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고지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며 시스템 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현실과 가상을 잇는 ‘초현실 사회’를 본질적 특징으로 하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고려할 때, 회사 측 대응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과 개념이 다르다. 증강현실은 아바타를 통해 게임을 수행하는, ‘유희’를 위한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으나 메타버스는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세계 안에서 경제·사회·문화적 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특히 가상세계 속 시민인 아바타는 이용자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사람의 시각과 청각에 의지해 ‘가상현실 속 세계’를 모니터링 하겠다는 회사 측 방침은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이프랜드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이다. 출시 당시 회사 측은 "단순한 가상 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더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초실감 미디어 플랫폼"이라고 이프랜드를 홍보했다. 조작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콘텐츠 다양성과 그래픽 품질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1020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앞서 올해 1월 유영상 SKT 대표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된 CES 2022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지목했다. 유 대표는 "우리는 기존 플랫폼 기업과는 다른 차선으로 가고 있으며, 빠르게 나간다면 역전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아바타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범죄 내지 위법행위 발생 위험성이다. 아바타 자체는 현행법의 보호를 받는 '법인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연인이나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아바타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성립 자체가 논란이 된다. 다만 금전을 편취하려는 목적으로 채팅 등의 방법을 통해 상대방을 기망하거나, 대가를 약속하고 성관계를 약속하는 등 각종 범죄를 공모하는 행위는 적발될 경우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바타 대상 성폭력'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아바타를 사람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현행법상 아바타에 대한 협박이나 강요, 혹은 아바타에 대한 강제추행 등은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상황을 방관하기에는 메타버스 기반 플랫폼 진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국내외 IT기업들은 아바타가 가상세계 안에서 느끼는 감각을 진동 기타 방법으로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잇따라 개발 중이다. 이런 초감각 기술이 한층 고도화된다면 아바타 사이의 접촉을 현실과 동일하게 느끼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지금도 가상세계에 익숙한 아동·청소년 가운데는 아바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정을 종합하면 형사사법적 규제 가능성 여부를 떠나 성폭력을 비롯한 아바타 대상 범죄는 머지 않은 미래에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입법적 차원에서 실마리를 찾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적어도 당분간은 기업의 선제적 대응 외에 해법이 마땅치 않다.  

올해 3월 기준 이프랜드 방문자수는 월 평균 135만명. 회사 측이 배치한 모니터링 인력은 약 100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모니터링 요원의 수와 별개로 이같은 대응 방식이 범죄 예방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부니' 부사장 아바타 성폭력 경험... 상세 공유 화제

아바타 성폭력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메타버스 기술 연구 기업 카부니의 니나 파텔 부사장이 직접 겪은 피해 경험을 공유하면서 비롯됐다. 

파텔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메타에서 운영하는 메타버스 '호라이즌 월드'에서 자신의 아바타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호라이즌 월드는 VR 헤드셋 오큘러스 기기를 착용할 수 있는 가상플랫폼이다. 플랫폼 이용 중 3~4명의 남성 아바타가 그녀의 아바타를 도망가지 못하게 둘러싼 뒤 성적인 행동을 시도했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이다. 가해 남성 아바타들은 음성 채팅을 통해 성희롱을 하기도 했다.

파텔 부사장은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호라이즌 측은 메타버스 성폭력 이슈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인 경계 기능'을 채택했다. 해당 기능을 적용하면 친구가 아닌 아바타는 약 120m 이내 접근이 금지된다. SKT '이프랜드'에는 위와 같은 기능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상대로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황은 비영리단체 '섬 오브 어스'가 발표한 체험 보고서 '메타버스: 중독성 있는 콘텐츠의 또 다른 시궁창'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 문건은 위 단체 소속 연구원의 메타버스 속 경험담을 토대로 작성됐다. 

메타버스 내부에서 발생하는 범죄 혹은 그 유사 행위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메타버스 속 범죄 발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입법 한계 있어... 기업 역할 중요

홍세욱 메타버스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치스)는 '메타버스 범죄'에 있어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홍 변호사는 "메타버스 상에서 채팅이나 언어로 인한 성희롱은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반면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처벌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됐다"며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SK관계자는 "온라인 상 성희롱, 성폭력 등 이슈는 메타버스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에서 동일하다"며 "기술발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에 대해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와 시스템을 준비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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