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예약오류 '배째라'... "약관 깡패" 논란에도 공정위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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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예약오류 '배째라'... "약관 깡패" 논란에도 공정위 모르쇠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5.2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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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면책조항 지나치게 광범위, 소비자 골탕
고객센터 "회사 귀책, 고객이 입증해라"
1시간 이내 취소시 약관 들먹... "회원 귀책"
천재지변에 따른 계약 취소도 면책사항
소비자원, 매년 1000건 넘는 피해구제 접수
50%가 '불공정 약관으로 인한 환불 불이행'
공정위 "숙박 플랫폼 약관 신고 접수 없어"
사진=야놀자 홈페이지
사진=야놀자 홈페이지

야놀자 등 온라인 숙박 플랫폼 운영 기업이 시스템 예약 오류를 주장하며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에게, '소비자 귀책사유'라는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는 숙박 플랫폼 이용 불만 건수도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약관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지만, 정작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최근 A씨는 야놀자를 이용해 숙박시설을 예약하던 중 '해당 객실은 이미 예약이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예약이 안된 것으로 이해한 A씨는 다른 숙박시설을 예약했다. 그런데 며칠 후 앞서 예약이 불발된 줄 알았던 숙박업소로부터 '노쇼' 전화가 오는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다. 숙박시설 두 곳에 예약이 돼 버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 어이가 없던 것은 야놀자 측 대응이었다. A씨는 야놀자 측에 즉각 환불을 요구했지만 '고객귀책 사유'라며 단칼에 거절당했다. 예약 시스템상 오류로 벌어진 일임에도 운영주체인 야놀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를 취했다. 거듭된 항의에도 불구하고 A씨는 환불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시장경제와의 통화에서 "서버 오류가 강하게 의심되는데도 소비자 입장에선 회사의 귀책을 증명하기 어려워 당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편의성을 위해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인데, 예약할 때마다 오류에 대비해 영상 캡처를 할 수도 없고 불편할 노릇"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야놀자 서비스센터 측은 "로그를 확인한 결과 예약완료 메시지가 나갔다"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A씨는 예약 과정에서 '예약완료'에 대한 아무런 메시지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지가 이에 대해 다시 질의하자, 야놀자 측은 "예약완료 메시지가 고객에게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예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다른 탭을 열어 로그인을 시도했기 때문에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폈다. 오류 발생의 원인이 A씨에게 있으니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결론은 그대로 유지했다.

디지털플랫폼 기업 간담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플랫폼 기업 간담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간에 말 바꾼 고객센터... 결론은 "고객 잘못"

통신 네트워크 속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야놀자 예약 접수 후 완료 메시지가 뜨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몇 초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미 로그인이 된 상태에서는 새로 탭을 열어도 동일한 화면이 나온다. 따라서 '고객이 예약 진행 중 새로 로그인을 시도해 오류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야놀자 측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A씨도 "예약 진행과정에서 다른 로그인 시도는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리하면, A씨가 첫 번째 예약을 하는 과정에서 '예약완료'가 아닌, '해당 객실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는 메시지를 받은 원인은 근본적으로 야놀자측 시스템 오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놀자측 문제라면 '이용자 귀책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회사측 실수로 말미암은 손해를 고객에게 전가한 셈이다.   

야놀자측의 무성의한 고객대응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제보자는 '환불규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야놀자에서 숙박 예약 후 1시간도 되지 않아 취소를 요청했지만 약관을 근거로 '고객의 귀책'이라며 30%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약관이 깡패인가"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용자들의 불만 제기에도 불구하고 야놀자측이 '배째라'식 운영을 계속하는 배경으로, 고객에게 불리한 '서비스 이용약관'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약관을 근거로, 분쟁 사안의 상당수를 '고객 귀책'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야놀자 홈페이지
사진=야놀자 홈페이지

 

이용자에겐 불리, 회사엔 유리... 약관법 위반 가능성 

야놀자 홈페이지에 공개된 서비스 이용약관 제5장 제26조 2항에는 '회원의 귀책사유로 인한 서비스 이용장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회원의 귀책사유'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귀책사유'가 자체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보니, 회사측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소비자가 얼마든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구조다.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회사측 과실을 증명하긴 어렵기 때문에 약관 내용 자체가 야놀자에 과도하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위 약관 제26조 7항 2호에 따르면 '서비스에 대한 접속 및 서비스의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손해'는 회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손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동 항이 정한 회사의 귀책사유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약관은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같은법 5조 2항).  

대다수 이용자들은 야놀자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이용약관에 대해 꼼꼼히 숙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약관을 읽었다고 해도,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을 맞딱뜨리기 쉽다. 

분야는 다르지만, 공정위에서 불공정한 이용약관의 시정을 명령한 사례가 존재한다. 이용약관을 방패삼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에게 많은 부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가상자산 거래소 8곳의 이용약관을 심사하며 시스템, 네트워크 오류 등은 '회사 귀책사유'라며 시정조치를 내린바 있다. 약관법 7조 2항은 '상당한 이유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위 조항의 적용 예시로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을 원인으로 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약관을 예시로 들었다. 

다만, 공정위는 숙박 플랫폼의 불공정 약관 문제에 대해선 미지근한 반응이다. '포스트코로나'로 점진적 일상회복이 이뤄짐에 따라, 숙박 플랫폼 예약 건수도 덩달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야놀자 등 숙박 플랫폼 약관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은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위반인지는 심사를 거쳐봐야 알 수 있다"며 "숙박 플랫폼과 관련된 신고는 없었으며, 사회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있어 현재는 조사 계획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서는 불공정약관의 유형을 크게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과 ▲개별 금지조항의 위반 등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동 법 6조는 공정성을 잃거나,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경우,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등 위반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위 법 7조는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킬 수 없도록 했다. 

최승재 변호사(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겸 세종대 법학부 교수) 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약관 불공정과 관련한 문제는 공정위가 담당하고 있는데, 공정위 소관 법령은 공정위를 거처야만 검찰 고발이 가능한 전속고발권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정위 산하기관인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소비자 분쟁에 대한 조정업무를 맡고 있으므로 신청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은 자율규범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전에 검토를 하는 기관도 없다"며 "그러나 약관 불공정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 만큼, 공정위에서 표준약관 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통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매년 숙박 플랫폼과 관련된 피해구제 신청은 1000여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은 1933건으로 이중 51.6%가 계약 당일 1시간 이내에 소비자가 취소를 요청했으나 사업자가 '약관'을 근거로 환금을 거부한 건이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숙박 플랫폼에 1시간 이내 예약을 취소하거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계약 취소시 계약금 전액 환불을 권고한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권고에도 불구하고 야놀자 측은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야놀자측에 질의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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