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층 아파트 조립식으로 '뚝딱'... 반도건설도 군침, 'PC공법'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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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층 아파트 조립식으로 '뚝딱'... 반도건설도 군침, 'PC공법' 뭐길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5.2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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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사전 제작 콘크리트 공법, 편의성 특장점
기존 재래식 공법 대비, 인력 90%·공기 20% ↓
공장에서 벽, 바닥 등 만들어 현장서 조립
GS, 대우, DL, 현대 이어 반도건설도 진출
업계 "조립식 인식 아쉬워... 정부 차원 정책적 지원 필요"

반도건설이 기둥, 보, 바닥, 벽체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PC(Precast Concrete, 사전 제작 콘크리트) 시장에 진출했다.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메이저 건설사도 진출해 있는 사업 부문이다. 구조물 별로 각 사 의 기술 경쟁력에는 차이가 있지만 PC는 건설현장의 기계화, 탈현장화를 상징하는 사업 영역이자 건설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PC는 건축물에 따라 크기와 결합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PC 제품과 공법 역시 건설사들 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PC공법은 재래식 공법인 RC(철근콘크리트)공법 대비 10분의 1 수준 인력으로 최대 20%까지 공기를 앞당길 수 있다. 건설사들이 PC 시장에 진출하는 핵심 이유다.

LH의 충남 아산탕정 PC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한성피씨건설
LH의 충남 아산 탕정 PC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한성피씨건설.

최근 국내 PC 시장은 아파트 주차장과 물류센터에서 지식산업센터, 반도체 공장, 데이터 센터 등으로 적용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PC공법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추가적인 공법·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PC공법 적용률이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국내 PC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국내 건설현장은 콘크리트 타설 시 '습식공법'을 적용하는데, PC 기술 개발 후 이 방식은 재래식이 됐다. 친환경, 탄소정책, 노동정책 등이 급변하면서 재래식 공법은 한계점에 다다른 상태다. 재래식 공법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건식공법이고, 대표 기술이 바로 PC이다.

북유럽, 호주 등에서는 40층 이상 PC 아파트가 보편화 되고 있으며, PC+모듈러 공법 응용으로 100층 이상의 건물도 건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 18일, 2021년 6월 인수한 PC공장 리모델링을 마치고,‘HCS’(Hollow Core Slab, 할로우코어 슬래브)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HCS’는 PC의 한 상품이다. 스팩은 폭 1.2m, 길이 100~200m, 두께 100~500㎜이다. HCS는 바닥용 PC이며, 폐기물 발생량이 적은 친환경 공법으로 제작된다. 용도에 따라 필요한 길이 만큼 절단해 사용할 수 있고, 슬라브 및 벽체에 모두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현장에서 변화를 주는데 용이하다. 구조물의 '무(無) 동바리' 시공까지 가능한 제품이라는 것이 반도의 설명이다.

반도건설 여주 '코어PC공장' 자동화 생산라인 가동 사진. 사진=반도건설
반도건설 여주 '코어PC공장' 자동화 생산라인 가동 사진. 사진=반도건설

반도건설 PC 공장의 대지면적은 1공장 3만523㎡(HCS 자동화 생산라인), 2공장 1만3734㎡(야적장)이다. 연간 생산량은 4만㎥다. 1년 후 6만㎥, 향후 새로운 PC 생산라인을 증설해 연간 10만㎥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쌍용건설 외 여러 건설사들이 이미 제품을 문의 중이다.

반도건설은 “건설업계에 친환경·저탄소 정책에 따른 환경 이슈, 노조활동에 따른 인력 수급문제, 인건비, 원자재 가격 급상승 등의 다양한 원가 상승 요인이 리스크로 대두되고 있다”며 “반도건설은 향후 원가 상승 요인을 미리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이 사업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해 공업화, 기계화, 건식화가 가능한 PC사업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PC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스틸산업은 올해 초 PC 전문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천안공장 부지 일부를 PC 공장으로 리모델링해 ‘주거용 PC 모듈러’를 제작ㆍ생산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PC 공법이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기둥, 보, 슬래브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라면 PC 모듈러는 건축물을 3D(3차원) 박스 모듈로 사전 제작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적용 대상도 주택, 아파트 옥탑 등 운반 가능한 건축물로 제한된다. 현대스틸산업은 철골 전문기업이다. 제2롯데월드타워, 아모레퍼시픽 사옥 등의 철골 공사를 수행했다.

GS건설도 PC 시장에 뛰어들었다. GS건설은 지난해 PC 모듈러를 ‘신사업’으로 지정했다. 2020년 폴란드 '단우드'와 영국 '엘리먼츠' 등 PC 모듈러 기업을 인수했다. 단우드는 2020년 상반기 16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PC공법 회사 '지피씨', 모듈러 기업 '자이가이스트'를 자회사로 추가 편입했다. GS건설은 2020년 국내 최초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외부 벽체에 PC공법을 적용하는데 성공,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는 기술력 한계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의 정형구간(직사각형 구간)에만 신기술을 적용했으나 이후 PC공법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대우건설은 ‘하이브리드-PC 공법’까지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다.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 신축 현장의 경우, 전통적인 RC(철근콘크리트) 방식과 PC 공법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PC 공법’으로 옥탑층을 시공 중이다. 단지 12개동 가운데 5개 동에 하이브리드-PC 옥탑 기술이 적용됐다. '대우에스티'라는 PC 생산 자회사를 통해 PC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DL이앤씨가 시공한 모듈러 주택.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가 시공한 모듈러 주택.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는 '무용접 건식 마감' 기술을 접목해 ‘주택 토탈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그동안 PC 제품을 용접해 조립해 왔다면 DL이앤씨는 볼트 기반의 무용접 커넥터를 개발했다. 기능공의 수작업에 의존하는 용접 방식보다 균일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고, 보다 빠르고 안전한 제작이 가능하다는게 회사 설명이다.

DL이앤씨는 모듈러 주택 기술력을 인정받아, LH로부터 전남 구례, 충남 부여 동남 현장 총 176가구의 모듈러 주택 건설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PC 공법은 비용·안전 측면에서 매우 좋은 기술이지만 ‘조립’한다는 인식 때문에 인허가가 다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PC 발전을 위해선 정부 인허가 제도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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