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전통시장-쿠팡' 협력 필요성, 코로나 겪어보니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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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전통시장-쿠팡' 협력 필요성, 코로나 겪어보니 알겠더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5.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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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상인연합회 추귀성 회장 인터뷰
빈대떡 성지 광장시장 발길 뚝... 쿠팡 덕에 유지
대형유통사 협력없이 전통시장 발전도 없어
대형마트 입점 빌미로 '대기업 삥뜯기' 안될 말
상인정신과 소비자 배려는 일맥상통
尹 대통령, 전통시장과의 약속 지키리라 확신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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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서울 광장시장은 한복옷감의 원단 등을 판매하는 포목점 일색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광장시장의 대표상품은 원단이 아닌 빈대떡이 되었다. 장돌배기 생활 60년을 거치며 광장시장을 빈대떡의 성지로 탈바꿈시킨 서울상인연합회 추귀성회장을 만났다. 

- 본인 소개를 해달라

“20년전 광장시장에 터를 잡고 빈대떡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광장시장은 한복의 원단을 판매하는 포목점이 주를 이뤘고 빈대떡은 유명세가 조금은 있었지만 원단을 구입하러 온 포목상들이 오다가다 즐기는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들이 광장시장에 원단을 구입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빈대떡을 즐기기 위해서 찾는다. 광장시장의 대표상품이 된 셈이다.

지난 해 7월 전임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탄핵을 당하고 잔여기간 6개월동안 직무대행을 했다. 정식 투표를 거쳐 서울상인연합회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 2월이다. 17살 때부터 광장시장에 들어와 이런저런 장사도 하고 오퍼상도 하고 호텔 납품도 하다가 망해서 광장시장을 등진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에 광장시장에 다시 들어와 빈대떡 장사를 시작했다. 유통업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에 대한 봉사라는 상인 마인드를 살리고 ‘광장시장=빈대떡’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전통시장도 각자의 개성에 맞는 특산품을 만들어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빈대떡 먹으러 시장을 찾아서 생선이라도 한 토막 사들고 가는 손님들이 많다. 빈대떡이 광장시장의 상인들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전임회장 탄핵과 관련한 얘기를 해 보자

“전통시장은 해마다 네 건의 중요한 행사(전국 우수시장 박람회, 상인체육대회, 상인회 워크숍, 해외시장 탐방 등)를 치룬다. 이런 행사들을 치르다 보면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게 마련인데 일부 상인회장들이 공금과 주머니돈을 구분하지 못해 부조리가 발생한다.

정부보조금만으로 행사를 치르다보면 자금이 부족하기도 하고 상인회장으로서 공식행사에 참석하려고 해도 차비조차 변변히 지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러다 보면 공금과 사비가 혼용되게 되고 뜻하지 않게 공금을 유용하게 된다. 나도 회장 직무대행과 회장 재임 등 10개월여가 지났는데 사비만 5천만원을 들였다.

공금을 빼먹으려고 한 게 아닌데 뜻하지 않게 죄인이 됐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중기부와 서울시에 운영비와 관련한 매뉴얼을 만들어 제출하려고 한다. 나는 비록 사비를 지출하지만 내 후임 회장부터는 이런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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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대떡으로 광장시장을 널리 알렸다. 비결이 있나

“빈대떡 맛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좋은 녹두를 사용하고 밀가루 첨가를 적게 하면서 손끝의 맛이 더해지면 남다른 맛을 낼 수는 있겠지만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라는 노랫말처럼 싸구려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빈대떡도 좋지만 시설을 좋게 했다. 광장시장에 들어와 빈대떡 장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남녀화장실을 구분해서 마련하고 흡연실까지 별도로 구비했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개선됐지만 20년전만 해도 전통시장의 화장실은 냄새나고 지저분한 재래식 화장실뿐이었다. 화장실 바닥에 음식이 떨어지면 바로 주워먹어도 될 수 있도록 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했다. 덕분에 빈대떡이 잘 팔리고 손님들이 많이 찾게 됐고 유명세를 탈 수 있게 됐다.

어떤 손님은 외국에 나가서 몇 년 생활하다가 귀국하는 길에 공항에서 바로 빈대떡을 드시러 오셨다. 그런데 우리 가게 화장실을 보면서 자신의 고국이 이렇게 발전했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오늘(5월 6일)도 점심때 미대사관 직원들과 손님들 20여명이 빈대떡과 복분자주를 드시러 일부러 우리 가게를 찾았다. 오늘 저녁때는 몽골 대사관 직원들 20여명이 예약되어 있다. 오는 일요일(5월 8일)에는 영국대사관에서 20여명의 손님들이 오시기로 예약이 돼 있다. 모두 빈대떡을 드시러 오신다. 한국의 전통음식인 빈대떡이 글로벌푸드가 됐다.

박가네 빈대떡을 프랜차이즈화 해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체인점 몇 개 내주면 10억원이라는 돈 쉽게 벌 수 있다. 그러나 손끝에서 나는 맛은 쉽게 따라할 수 없다. 가르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게 상인정신이고 소비자를 배려하는 정신이다” 

-빈대떡 한 장에 5천원 하던데 하루 매출이 얼마나 돼나

“코로나가 풀리면서 요즘은 주말이 되면 손님들이 줄을 서서 빈대떡을 드신다. 광장시장 내에 본점, 1호점, 2호점 하는 식으로 여러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어 일 매출액만 천만원 정도 나온다. 지난 20년동안 모든 물가가 3배 이상 올랐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빈대떡가격은 똑같다. 빈대떡만 팔아서는 손해를 본다.

어떤 이는 우스갯소리로 20년전에는 빈대떡으로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당시에는 이문이 정말 많이 남았다.

손님들이 빈대떡에 곁들여 막걸리나 복분자주를 드신다거나 육회나 낙지탕탕이 등 다른 메뉴들도 찾는다. 다른 음식에서 이문을 남겨 빈대떡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메운다. 광장시장 내의 다른 빈대떡 상인들이 빈대떡 가격을 인상하자는 건의가 빗발치지만 내가 반대해서 빈대떡 가격을 20년전 가격으로 유지하고 있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부쳐먹는 빈대떡’이다. 소비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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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인해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지 않았나

“옛날에 우리 할머니들이 농약이나 쥐약을 잘 못 놓아 아이들이 그것을 먹고 구토하거나 하면 녹두를 씹어서 먹이곤 했다. 예로부터 녹두는 100가지 독을 해독하는 해독제로 불려왔다. 녹두빈대떡이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더라.

빈대떡 장사를 하는 나도 잘 몰랐는데 빈대떡을 드시러 오시는 손님들이 얘기해줘서 알았다.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 등 어지간한 전통시장들이 모두 한번씩은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폐쇄되는 파동을 겪었지만 광장시장만큼은 코로나 기간동안 한 번도 문 닫은 일이 없다”

-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해독작용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빈대떡을 찾는 손님들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는 보편적인 유동인구를 줄여버렸다. 빈대떡장사도 약간의 타격을 입었지만 쿠팡이츠로 감소한 매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쿠팡이츠를 통한 매출로만 매일 평균 100만원씩 올릴 수 있었다.

쿠팡이츠는 배달하시는 라이더분들에게 예절교육을 똑바로 시킨 것 같다. 배달음식을 찾으러 와서 음식준비가 안 돼 있어도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친절했다. 그래서 나는 라이더들이 와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시원한 음료수를 대접하곤 한다. 코로나 기간동안 쿠팡이츠가 효자노릇 해 줬다” 

-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이커머스 포함)의 관계를 어떻게 보시는지

“이번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느낀 점이지만 대형유통업체와의 협력없이는 전통시장의 발전도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몇 년만 지나면 전통시장 30%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인들의 역량이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요즘은 서울의 변두리라고 해도 땅값이 평당 수천만원 한다. 도심개발이 계속되면 전통시장이 자리를 잡을 수 없다. 배추 몇 포기, 생선 몇 토막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비싼 땅 값을 감당할 수 있겠나. 시대의 흐름이다.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대형유통점 입점을 빌미로 대기업에 삥 뜯는 짓은 하면 안 된다. 구로구와 강서구에 복합쇼핑몰이 입점하는 것을 반대하는 상생협의회에 14개 단체가 들어와 있다. 상생협의회에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가 봤더니 진보정당과 여성단체, 장애인단체까지 끼어들었다.

대기업에 삥 뜯어서 나눠먹기 하자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짓인지 이해가 안 갔다. 망원시장 상인회장을 역임하고 서울시의원까지 지낸 김OO이 움직인다고 하면 돈만 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그래서 나는 탈회했다. 전통시장의 일인데 파리떼처럼 숟가락 들고 덤비는 것들이 문제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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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페이와 지역화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온누리상품권을 전자화하는 사업이 진행중인데 대부분의 상인들이 전자상품권을 받을 역량이 안 돼서 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본다. 상인들이 전자상품권을 받을 역량이 있으면 신용카드를 왜 안 받겠는가? 시장 가판대에 앉아서 판매하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사업자등록이 없다.

그러니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카드로 발급되는 지역화폐를 못 받을 뿐더러 전자상품권도 받지 못한다. 시장에 앉아서 노점하시는 상인들이 절반은 될 것으로 본다.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제로페이는 그게 뭔지 잘 모르고 매출도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언급할 게 없다. ”

- 신임대통령에 대해 기대가 있다면

“나한테 취임식 초청장이 석 장 왔다. 비서실에서도 직접 초청장이 왔다. 무대 바로 앞자리에 좌석배치를 받았다. 대통령이 대선기간 중에 광주광역시에 스타필드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자 김OO을 비롯해 민주당에 줄을 대고 있던 상인들이 이를 규탄하면서 전상연을 동원하려고 했다.

정치놀음에 상인들이 놀아나는 꼴이 될 것 같아 내가 막았다. 결국 김OO을 비롯해 겨우 10여명이 기자회견 한다고 떠들다가 말았다.

전상연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간담회를 가졌는데 내 발언차례에 청와대 가시게 되면 전통시장에 신경 못 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주도 상인회가 조직도 잘 돼 있고 시장활성화 잘 돼 있으니 다른 나라에서도 견학을 온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제주도에 가서 중문시장과 서귀포시장을 방문하셨다.

전상연과의 약속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당선되고 나서 인수위 현판식하고 첫 행보로 남대문시장 찾아가서 꼬리곰탕 드시는 모습을 봤다. 간담회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통시장을 가장 먼저 찾겠다고 했던 약속 때문이다. 우리와의 약속을 지키는 분이라는 믿음이 생겨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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