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재용 복권(復權)은 특혜 아닌 책무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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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재용 복권(復權)은 특혜 아닌 책무 부여
  • 천재민 변호사
  • 승인 2022.04.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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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마지막 특사, 내달 부처님 오신날 추진
경제5단체, 이재용 등 기업인 특사 청원
"한국 경제 회복 위해 헌실할 기회 줘야"
가석방, 공간적 제약 해소... 경영복귀 못해
특경법상 취업 제한 안풀려 해외 출장도 제약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도 사실상 불가
삼성, 오너 공백 속 투자 지연... '초격차' 위기
천재민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사진=시장경제DB.
천재민 변호사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기술과 시장점유율에서 ‘초격차’를 유지했던 메모리 반도체는 마이크론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203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공언한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선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대형 M&A도 2016년 하만(Harman) 인수를 끝으로 명맥이 끊어졌다. ‘초격차’를 지탱할 투자는 더디고, ‘세계 최초’를 사족처럼 달고 다니던 R&D 부분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위기를 타개할 혁신, 불굴의 기업가정신,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결정은 현재의 삼성전자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강력한 리더십에 기초한 책임경영 실종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경영인만으로는 책임경영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과거 소니(SONY)와 야후(YAHOO) 등의 사례에서 목도한 바 있다. 단기성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기업의 미래 30년을 책임질 장기 비전 제시와 투자결정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 경영에 정상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선 경영 복귀를 가로막는 법령상 제약이 너무 크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자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간 그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당국의 가석방 결정으로 장소적 제약에서는 벗어났지만 온전한 의미의 경영복귀를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법령상의 제한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먼저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음은 물론 국제 비즈니스 행사에서 변변한 공식 직함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그에게 책임경영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요구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해외출국시마다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차라리 사치에 가깝다.

산업계 글로벌 리더들과의 네트워킹 구축은 오너 경영인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강점이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정·재계 네트워크는 유명하다. 일본의 소부장 수출규제와 국제 공급망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가 한국 경제를 덮쳤을 때, 이 부회장의 국제 네트워크는 빛을 발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방역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을 때도 삼성은 이 부회장의 해외 인맥을 적극 활용해 대규모 물량을 확보, 국민들의 불안과 동요를 잠재우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 부회장이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삼성은 그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이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재 가격 급등,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공급 불안정, 인플레이션 등 한국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진정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 역시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오너 이재용'의 경영 일선 복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5단체는 다가오는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계기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원했다. 특별사면은 형의 집행이나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이고, ‘복권’은 형 선고의 효력으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특별사면뿐만 아니라 '복권'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책임경영이라는 임무를 완전히 부여할 수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특혜가 아니라 무거운 책무의 부여이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대는 복수의 여론조사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성철스님은 “불교에는 용서(容恕)라는 말 자체가 없다.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은 나는 잘했고 너는 잘못했다, 그러니 잘한 내가 잘못한 너를 용서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상대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은 특혜와 용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삼성에 대한 책임경영과 한국경제의 위기 탈출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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