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뒤 전기차에 전고체 탑재" LG엔솔 공언... 허언 될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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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뒤 전기차에 전고체 탑재" LG엔솔 공언... 허언 될 가능성 높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4.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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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고분자계, 황화물계 나눠 개발 추진”
'26년 고분자계, 30년 황화물계 상용화' 목표
국내외 경쟁사와 달리 ‘투 트랙’ 전략
고분자계, 양산 가능성 높지만 상품성 의문
‘황화물계’ 대비 에너지밀도 현저히 떨어져
사진=시장경제신문
사진=시장경제신문

국내 전기차용 이차전지 제조사 중 한 곳인 LG에너지솔루션이 '고분자계' 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6년으로 제시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LG엔솔은 지난달 17일 서울 코엑스 인터배터리 행사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제품의 양산시점을 각각 2026년, 2030년이라고 밝혔다. 다른 경쟁기업과 달리 ‘투 트랙’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만큼 양산시점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못 박은 회사는 국내에서 LG엔솔이 유일하다. 회사 관계자는 고분자계 배터리 개발 동향을 설명하면서 전기차 탑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회사 측이 밝힌 대로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와 전기차 탑재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고분자계는 현재 시장의 주력 제품인 액상 전해질 이차전지와 구조가 유사해 기존 생산설비를 재활용할 수 있다. 제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공정도 간단해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반면 배터리 에너지효율의 바로미터인 이온전도도가 기대치를 밑돌아 고출력을 내야 하는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탑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견해이다. LG엔솔이 고분자계와 별도로 황화물계 모델을 동시 개발하는 사정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저출력으로도 구동이 가능한 소형 기기용으로는 고분자계를, 전기차와 ESS 등 고출력 기기 용도로는 황화물계를 각각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의 선택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형 전지의 경우 화재나 폭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고출력에 용이한 액상 전해질 배터리의 상품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분자계 배터리, 전기차 탑재 어려워 
상용화돼도 저출력 소형 드론 등에 우선 적용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회사 측이 밝힌 2026년 고분자계 배터리 조기 상용화 계획의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구체적 수치는 말하기 어렵지만 액체 전해질 대비 동등한 수준의 계면저항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양산 단계 제품이 아닌 개발 중인 시제품 성능 측정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소형 로봇이나 드론 등에 우선 탑재할 예정”이라며 전기차 탑재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국내 전고체 배터리 개발 동향에 밝은 전문가 A는 “26년 양산을 해도 소형 드론 정도에나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고분자계는 이온전도도가 너무 낮다”며 전기차용 이차전지 탑재 가능성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업계 전체가 주목할 대형 이슈이나 그것이 게임체인저로 기능하기 위해선 ‘양산 성공’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격과 에너지 효율, 기계적 특성, 배터리셀의 안정성 측면에서 현재 시장의 주력 제품인 액상 전해질 기반 이차전지 수준의 효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대형 모빌리티의 에너지원으로 충분한 정도의 성능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양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 의미는 퇴색될 수 있다.

반론도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 양산’이 갖는 의미를 폄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사진=시장경제신문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먼길 
LG엔솔 "고분자계부터 양산" 

전고체 배터리는 가연성 높은 액상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분리막이 필요치 않으며,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나 폭발 위험도 사실상 없다.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는 임의로 구멍을 내거나 절단을 해도 물성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론상 화재·폭발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그만큼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 액상 전해질 기반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구조가 단순하고 화재 방지를 위한 냉각장치도 불필요해 전기차 경량화와 주행거리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액상 전해질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밀도를 바탕으로 고출력이 필요한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에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가연성 액상 전해질의 특성상 고온·고압에 취약하고, 니켈을 비롯한 양극·음극 활물질과 액상 전해질의 화학반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 약점으로 꼽힌다. 리튬이온전지의 상존하는 화재·폭발 위험성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바나듐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제품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해법을 찾고 있으나 소재 개발 난이도가 높아 2030년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유력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LG엔솔의 고분자계 배터리 조기 상용화 계획은 흥미롭다.
 

도요타 25년, 삼성 27년 양산 목표 
'세계 최초' 타이틀 신경전    

회사 관계자는 “기존 시설을 조금만 손보면 바로 고분자계 양산에 쓸 수 있다”면서 2026년 양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소재에 비래 성형도 쉬워 파우치형, 원통형으로도 생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은 최근 들어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쟁의 초점은 ‘고출력 확보를 위한 소재 개발’에 있었으나, 현재는 ‘세계 최초 양산’ 타이들을 누가 거머쥐느냐로 옮겨간 모습이다.

일본 도요타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너리 상용화 시점을 2025년으로 앞당겼다. 삼성SDI가 설정한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 일본의 닛산은 이보다 한 해 뒤인 2028년을 목표로 잡았다. LG엔솔의 ‘26년 고분자계 배터리 양산, 30년 황화물계 배터리 양산’ 계획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양산 로드맵과 비교할 때 차이가 있다.

소재별로 구분해 투 트랙 개발을 결정한 회사의 대담한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을 지켜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편집자주] 

<전고체 배터리 개발 동향 분석> 

전 세계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이다. 도요타는 10여년 전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어 실증용 전기차에 시제품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 주행시험에 나섰다. 국내로 범위를 좁히면 삼성SDI를 꼽는 이들이 많다.

업계 후발주자인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관련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수원 연구소에 약 6500㎡ 규모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다. 삼성SDI는 황화물계와 산화물계를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고체 배터리 관련 연구는 전해질 물성에 따라 크게 세 갈래로 구분할 수 있다.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전해질이 그것이다.

황화물계는 3종류 전해질 가운데 연성(延性)이 가장 우수하다. 양·음극과의 계면저항이 낮아 액상 전해질 수준의 이온전도도를 구현하는데 강점이 있다. 반면 제조단가가 높고, 유독성 기체인 황화수소가 배출된다는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산화물계 배터리는 황화물계보다는 이온전도도가 낮으나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고전압이 흐르는 전기차나 ESS 등 탑재에 최적화돼 있다. 기계적 강도가 우수하고 산소와의 반응도가 낮아 취급이 용이하다, 이같은 특장점에도 불구하고 산화물계는 위 3가지 소재 중 상용화가 가장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결정립 경계 저항’(grain boundary resistance, 전해질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저항)이 매우 커, 1000℃ 이상의 소결과정이 필요하다. 고온에서의 리튬 휘발, 상전이(相轉移), 불순물 형성 등도 난제로 꼽힌다.

고분자 전해질의 특장점은 구조가 액상 전해질 배터리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제조원가가 낮고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지만 이온전도도가 위 3가지 소재 중 가장 낮아 고출력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 열 및 기계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계는 산화물계와 고분자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전해질 개발로 방향을 틀어, 해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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