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덜 신선한 계란이 더 비싼 아이러니... 이런 규제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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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덜 신선한 계란이 더 비싼 아이러니... 이런 규제 폐지해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3.0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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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강종성 회장
"옥상옥 규제 남발... 계란 유통 정책 일원화해야"
"중복 규제 만드는 부처 이기주의, 소상공인 범법자 내몰아"
계란이력제‧전자입력제 폐지 주장... 청와대 앞 1인 시위
사진=시장경제DB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강종성 회장. 사진=시장경제DB

“고령화된 계란 유통 소상공인들에게 복잡한 이력 정보를 PC로 매일 입력하라는 것은 범법자가 되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계란 유통상인들이 필수적으로 기입해야 하는 계란 이력 정보는 기존 상품에 표기돼 있는 정보를 그대로 다시 컴퓨터에 입력하는 ‘옥상옥’과 같은 규제에 불과합니다. 계란유통 주무부처가 이원화되면서 생겨난 중복 규제이고 관련 부처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죠. 유통상 대부분은 컴맹에 가까워 PC 입력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계란 이력의 전자입력제 폐지를 주장하는 소상공인들이 (사)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주도로 지난달 3일부터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매일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일 현장에서 만난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강종성 회장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계란이력제 의무화와 관련해 “수십 년간 계란산업을 키워온 유통 소상공인들을 정부가 예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며 “농림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된 각 부처 이기주의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계란은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완전영양식품이다. 닭이 낳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수 십년간 별다른 제제 없이 농장에서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왔다. 계란 유통 소상공인들에 의해 농장에서 식탁까지 바로 전달되는 것이다. 농협을 비롯한 대기업과 여타 중견기업이 유통시장에 뛰어든 현재도 전체의 60% 이상을 소상공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계란 유통 선진화'에 따라 지난 2011년부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계란이 포함됐다. 특히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제도권 하에서 계란을 관리하려는 축산당국의 의지가 반영돼 유통 전반의 위생관리 수준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강종성 회장은 “농림부의 권유로 농장에서 살충제를 사용해 발생한 사건은 사실 계란 유통업자들과 직접적 관계가 없지만 위생 관리의 책임은 모두 계란유통업자들이 떠안았다”며 “위생 관리를 한답시고 살아 있는 계란을 죽여서 유통시키라는 식용란 선별 포장 제도도 황당한 정책인데 정부 부처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똑같은 일을 두 번 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우리 심정이 오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엉터리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덜 신선한 계란을 더 비싸게 사 먹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사진=시장경제DB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강종성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앞서 식품 관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일원화되면서 기존 농림부에서 관리하던 계란은 식약처 소관으로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관련 법에 따라 계란 포장재 뿐만 아니라 난각(계란껍데기)에도 농장별 일련번호와 산란일자를 표기하게 됐다. 살충제 성분 등 입고검사서, 식용란거래내역서, 파손된 계란 폐기 내역서 등을 기입하며 HACCP 설비 장착 등이 권장됨에 따라 계란유통 소상공인들은 난각 인쇄 프린터, HACCP 설비를 구비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투자하며 정부 방침을 따랐다. 

하지만 식약처가 아닌 농림부가 계란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관련 이력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겠다며 계란이력제를 들고 나와 전자입력제 문제가 불거졌다. 

계란 유통소상공인들은 현재 농장 정보, 사육 환경, 산란일자, 유통업체 거래내역, 폐기 계란 관리 내역 등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하고 관리하고 있는데 이것을 또 PC에 입력하라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중복규제라고 주장한다. 

강종성 회장은 “현재 관리되고 있는 정보를 농림당국이 입력하면 될 일인데 이를 계란유통 소상공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는 계란유통정보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는 중견기업 이상에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 소상공인들은 죽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작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들여가며 계란이력제와 선별포장제 등 이제껏 정부의 억지 방침에도 두말 않고 순응해왔다”며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호소하는 우리의 노력이 마치 정부의 위생 수준 향상 정책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는 계란이력제와 전자입력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다.

강종성 회장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억지 규제로 소상공인들을 옥죌 것이 아니라 계란정책과 관리의 일원화를 통해 중복 규제를 해소하고 현재 수준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농림부는 ‘소·돼지 등도 모두 전자입력을 하고 있으니 계란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나 돼지는 연간 유통두수가 종별 60만~80만마리 수준으로 연간 18억개가 유통되고 있는 계란과 비교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종성 회장은 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2~4대 회장을 거쳤다. 지난해 6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다시 계란유통소상공인들을 대표해 활동하고 있다. 2~4대 회장 시절에는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의 산파 역할을 했다. 현재는 소상공인연합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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