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색내기 그친 '손실보상 긴급 민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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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색내기 그친 '손실보상 긴급 민생회의'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2.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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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손실보상 민생회의' 형평성 도마위
상위기구 전국상인연합회 배제후 진행
지역단체 경기상인연합회 대신 불러
'입맛 맞는 단체 불러 전시성 이벤트' 도마위
코로나피해자총연합 소속 단체도 불참
사진=더불어민주당 이동주의원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동주의원실

지난달 23일 민주당 ‘코로나 비상대책본부’와 ‘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에 걸쳐 소상공인단체들과 ‘코로나 손실보상 추경 증액 긴급 민생회의’(민생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는 정회와 개회를 반복하면서 하루 동안 네 차례 열렸다.

코로나 방역대책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증액이 회의의 대주제였다. 그러나 민생회의에 참석한 단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생색내기용’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회의에 이름을 올린 경기도상인연합회는 경기 지역 전통시장상인회가 연합한 단체이다. 여당이 코로나 방역대책으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전국 영세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했다면 지역상인연합회가 아니라 그 상위기구인 전국상인연합회를 초청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여당은 경기도상인연합회에 자리를 내줬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전상연은 민생회의가 열리는 줄도 몰랐고 여당으로부터 초청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상연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전신인 노무현 정권이 만든 기구가 전국상인연합회인데 현재 여권 관계자들이 우리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상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달 25일 국회 앞에서 자영업자의 분노를 표출하는 299인 삭발식을 연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 소속 단체들도 민생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여당이 주도한 민생회의의 진성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와 별도로 전국소기업총연합회를 불러 회의를 진행한 사실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전국소기업총연합회 구성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와 겹친다. 두 곳을 각각 따로 불러 민생회의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 전국소기업총연합회는 지난해 8월 소상공인연합회장 선거에서 출마한 후보 측이 중심이 돼, 지난해 12월 급조된 단체이다. 소상공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당이 소상공인들의 분열을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동주의원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동주의원실

 

민병덕 의원 “국채 발행 말자는건 추경하지 말자는 얘기"

민생회의는 내용 측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진성준, 민병덕 의원은 코로나 피해 손실보상 규모 축소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민병덕 의원은 “국민의힘은 더 많은 손실보상금이나 방역지원금을 마련하라고 하지만 재원에 대해서는 입을 닫거나 국채를 발행하지 말라고 한다”며 야당 책임론을 앞세웠다. 

민 의원은 “100조원 투입 운운하면서도 기존 예산 항목을 변경해서 사용하자는 것은 추경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국채를 발행해 코로나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며 손실보상 확대를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 의원 발언은 실제와 차이가 있다. 해외 주요국의 자영업자 손실보상 규모가 대폭 늘어난 주요 원인은 그 방법론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 주요 국가는 ‘선지원 후정산’ 방식을 선택해 한국의 10배가 넘는 손실보상금을 자국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했다. 손실보상 확대는 방법과 수단의 효율성 문제이지 국채 보상 여부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

야당이 국채 발행에 동의를 해주지 않아 손실보상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민 의원 발언은 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진성준 ‘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위원장은 “손실보상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생계지원금 수준”이라며 보상액 증액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그러면서 “손실은 대부분 임대료와 인건비에서 발생하는데 소상공인들은 이를 대출로 메우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출 감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이재명 후보 공약인 한국형 PPP제도를 도입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정비인 임대료와 인건비를 계산해서 그 부분은 상환을 면제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민 의원 발언이 현실을 왜곡했다면 진 의원 발언은 유체이탈화법에 가깝다. 그의 발언과 달리 생계지원금 수준의 손실보상법 통과를 밀어붙인 주역이 바로 민주당이다.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자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행태는 후안무치하다.

지난달 18일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10%만 줄여도 30조원의 예산 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추경만능주의로 흐르는 여당의 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발언이다. 

소상공인들은 여당이 추진한 손실보상법제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면서 정부 여당의 책임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표를 의식한 유체이탈화법은 소상공인들의 분노를 키우고 상황을 더 꼬이게 할 뿐 해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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