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해괴한 방역패스, 소상공인은 우리 국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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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괴한 방역패스, 소상공인은 우리 국민 아닌가
  • 정연희 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회장
  • 승인 2022.01.2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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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희 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회장
형평성 없는 방역패스 판결, 최선입니까?
골목상권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고려해야
국가 재난 극복 위해 참았던 분노 치솟아
손실보상금, 매출액 대비 전체 인정 필요
정연희 여성소상공자영업협회 회장.

일부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가 해제됐지만 소상공인 업종은 여전히 '해당사항 없음'이다. 식당, 카페, 제과점, 미용실... 정부의 방역 정책이 바뀔 때마다 손님과 실랑이를 벌일 수 밖에 없는 소상공인들은 '또?' 라는 생각과 함께 2년째 시달리고 있다. 술 취한 손님과 시비 붙는 것은 다반사. 무시무시한 처벌 규정 때문에 방역패스를 확인하느라 손발이 엉킨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족같은 직원들을 정리하고 겨우 두 부부가 먹고 살겠다고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식당, 빵집, 피자집 등 소상공인들은 정부 정책을 언제까지 따라야 할지, 요즘처럼 심각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을 터다.

그동안 소상공인은 '국민들 건강이 먼저일테니...'라는 자조 섞인 심정으로 방역 정책을 묵묵히 따라 왔다.

집합 제한 업종은 말할 것도 없다. 모이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현실에 여행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못꿨다. 여행업은 한마디로 쫄딱 망한 것이다. 소규모 공연이 사라져서 무명 배우와 가수는 택배 기사와 대리 운전, 동네 슈퍼 계산원이 됐다. 그렇게 번 돈으로 문 닫은 가게의 점포 임차료와 전기세·수도세를 냈다.

버티는게 이기는 거라고 이웃 점포 사장들과 격려하며 견뎌왔지만 어느새 하나 둘씩 곁을 떠났다. 빈 점포 먼지를 치우며 내일이라도 당장 거리두기와 집합 금지명령이 풀릴 것이란 기대로 하루를 시작한다. 쥐꼬리만한 손실 보상금이 나와도 어떻게든 버텨서 다시 시작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고문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그런데 지난 4일 방역패스 법원 판결과 17일 정부의 방역패스 완화정책은 ‘이 나라의 소상공인은 국민이 아니다’는 사실확인서였다. 대다수 소상공인들의 한 줌 기대마져도 무너뜨리고 말았다.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 쇼핑몰에는 푸드코트도 있고, 작은 크기의 점포들이 벽도 없이 뻥 뚫린 공간을 칸으로 막아 영업하고 있다. 

개별 작은 점포를 갖고 식당, 빵집, 미용실, 카페, 문구, 서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사람을 써서라도 방역패스 확인을 해야 하고, 밀폐된 공간 속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대면거래를 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 쇼핑몰은 방역패스를 안 해도 된다니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확진자만 왔다가도 목숨줄이 끊길 판이라 매일매일 소독과 방역을 할 수밖에 없는데 '왜 우리만?'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결국 힘 없는 소상공인은 법에서조차도 차별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손실보상금도 국가가 문 닫으라고 한 업종만 주겠다고 하는 통에 피해를 봤으면서도 보상금 10만원 밖에 못 받은 곳이 허다하다.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뛰어나가는 것은 정부가 주는 돈을 더 받기 위한 것도, 보상금이나 대출로 한 몫 챙기기 위한 것도 아니다.

어려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 국민이 힘을 합해야 한다니 어려워도 같이 힘을 보태고 애쓴 죄 밖에 없는데 ‘왜 우리를 이렇게 홀대하나’라는 억울함 때문이다.

코로나가 모든 국민을 위협하는 탓에 소상공인들은 생계를 뒤로하고 정책을 따랐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협조 노력을 정부는 철저히 외면했다. 이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방역패스, 거리두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일상회복과는 별개의 방역 지침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형을 거듭하고 신형 치료제 개발도 한창이다.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이제 소상공인을 위한 별도의 방역 지침이 세밀하게 만들어져 시행돼야 한다. 방역패스를 하려면 보다 형평성 있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

힘 있고 돈 있다고 방역 지침에서 예외가 되고, 소상공인은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방역지침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

방역 지침이 차별과 형평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만들어지면 소상공인들은 목숨 내놓고 장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굶어죽나 맞아죽나 죽기는 매한가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봇물처럼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진보‧보수 구분은 정치판에서나 필요할 뿐 가족의 생계와 자식의 안녕이 걸려 있는 소상공인에겐 의미없는 이념이다. 나와 내 식구, 아니 최소한 내 자식만이라도 살려 줄 ‘유능한 정책과 전문가’만 필요할 뿐이다.

소상공인이 남아 있지 않은 이 땅에서 공약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후보들 스스로가 한번쯤 뒤돌아보고 되새겨야 한다. 국민이 없는 나라의 대통령. 누구를 위한 대통령이고 누구에게서 나온 권력인지 법전을 다시 들여다보길 대선 후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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