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지역 맛집음식을 HMR로... 함께 크는 착한자본가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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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지역 맛집음식을 HMR로... 함께 크는 착한자본가가 꿈"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12.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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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비엔에스' 정승원 대표 인터뷰
맞춤형 생산·브랜드·홍보 시스템 구축
'집국백서' 자체브랜드 내년 홈쇼핑 런칭
내후년 간편식 시장 10兆... "코로나는 기회"
"맛집과 동반성장하는 착한 자본가 되겠다"
승우비엔에스 정승원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승우비엔에스 정승원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예상치 못한 코로나 팬데믹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큰 시련을 주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등 정부의 방역 규제는 전국 맛집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백년이 넘는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지역 맛집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면 이는 자영업자의 사업 실패를 넘어 음식문화를 즐기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일 수 있다.

승우비엔에스는 이런 때일수록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역설하는 젊은 스타트업 기업이다. 정승원 대표는 "지역 맛집의 정체성과 노하우를 가정간편식(HMR)화하고, 식단에 맞춘 마케팅과 컨설팅을 지원한다면 '전국구 맛집'으로 키울 수 있다"면서 "코로나 위기에도 급성장하고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사실 정승원 대표는 지역 맛집과는 거리가 먼 해외파다. 스위스와 미국에서 경영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고, 호주에서 개발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는 등 20대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특히 스위스 정부가 운영하는 5성급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북미 등 전 세계 다양한 인사들과 교류했다. 석사학위 이후에는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는 국제기구 관련 업무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정승원 대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이 각국 시민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세계적 규모의 외부 리스크는 개인과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적응하는 쪽은 기회를 잡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위기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세계화 시대에 외부 리스크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그 리스크를 냉정히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한 유연한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승우비엔에스는 이러한 창업 이념을 바탕으로 2018년 3월 법인 설립 후 '시대적 트렌드에 따라 가정에서 필요한 제품이 무엇일까'를 일관되게 고민해왔다. 창업 직후 유아용품 브랜드 '비오' 제품 3종을 개발·양산했다.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지원사업'에도 선정됐다. 이어 2019년 '비오 순면 건티슈'를 런칭하고 2020년 생활용품 브랜드 '8PerScent'를 통해 프리미엄 세탁세제, 유연제, 유아 기저귀를 개발했다. 

이 무렵 간편하고 위생적이면서 경제적 부담도 적은 가정간편식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정승원 대표는 가마솥 수제국 '집국백서' 8종을 런칭하고 IBK기업은행의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창공' 5기로 선정되는 기회를 잡았다.

정승원 대표가 기업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IBK창공 5기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2021년 10월 정승원 대표가 기업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IBK창공 5기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정승원 대표는 현재 전국 맛집들의 정체성과 노하우를 가감없이 가정간편식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적 연구 외에도 음식별 마케팅, 경영컨설팅 지원을 위한 컨텐츠 개발로 분주하다.

23일 시장경제신문은 경남 김해시 소재 승우비엔에스 본사에서 정승원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 창업 배경과 비지니스 분야는 무엇인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계화 시대에는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외부 리스크가 올 수 있습니다. 승우비엔에스는 외부 변화와 리스크에 노출된 다양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상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면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선량한 자본가가 저희 창업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저희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생활용품과 식품을 시장의 트렌드에 맞게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제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온·오프라인 시장 마케팅·판매의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빠르게 진행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트렌드에 발 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기획하고 개발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부적인 시스템과 역량을 지난 3년간 키워 왔습니다. 

2018년 유아용품 브랜드 '비오' 제품 총 4종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런칭했고 2019년에는 '에잇퍼센트(8 PerScent)'라는 생활용품 브랜드와 제품도 출시했습니다. 2021년에는 식품쪽으로 영역을 확장해 HMR(가정간편식) 냉동국 브랜드인 '집국백서' 8종, 마시는 유산균 요거트 브랜드인 '또모비'를 시장에 런칭했습니다."

- 현재 승우비엔에스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올해 저희가 중점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입니다. 코로나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전국에 있는 지역 맛집들은 매출 급감을 경험하고 있는 반면 온·오프라인 가정간편식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저희는 전국의 지역 맛집들을 전국단위 HMR시장으로 진출시키고자 합니다. 전국 맛집들이 HMR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역 맛집들은 음식에 대한 레시피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브랜드화하고 대량 생산할 방법을 알기 어렵습니다. 전국 단위의 온·오프라인 시장 진출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일부 유명 식당의 경우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HMR시장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아주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지역 맛집들은 소수 배달앱을 통해 한정된 시장에만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희는 전국 맛집들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브랜드화하고 대량생산해 전국 가정간편식 시장인 HMR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시키고 급성장 중인 HMR 시장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현재 테스트베드로 저희 PB상품 '집국백서' 국 시리즈 8종을 개발해 올해 6월 온라인 시장에 런칭해 5개월 동안 빠른 판매성장을 이뤘습니다. 특히 9~10월에는 약 5만팩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집국백서'는 최근 롯데홈쇼핑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진행하는 '상생하우스'에 선정돼 내년 1월 말에 롯데홈쇼핑 생방송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복국, 대구탕, 돼지국밥 등 부산을 대표하는 국들을 가정간편식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직 개발단계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표 지역 맛집과 협력해 본래의 맛과 풍취를 가감 없이 HMR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연구개발진들과 수 차례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향후 제주도, 전라도, 강원도 등 지역별 대표 음식들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가진 핵심 역량은 브랜드·제품 기획, 개발과 생산, 온·오프라인 마케팅·판매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국 지역 맛집들과 협업해 그들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사업화해 전국 단위 시장에서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희 회사는 지난 3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브랜드와 제품 개발, 온·오프라인 마케팅과 판매 등 핵심 역량을 갖췄습니다. 이제 지역 맛집들이 전국단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우선 살아남고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보다 큰 사회적인 이익을 창출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서 깊은 맛집을 살리고 나아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것은 단순한 금전적 이익만을 보고 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선량한 자본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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