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AI가 14만종 식재료 비교·추천... 외상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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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AI가 14만종 식재료 비교·추천... 외상도 됩니다"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12.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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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가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인터뷰
자영업자 특화 식재료 주문앱 '오더플러스' 출시
골목식당 미래, 사회공동체 문제 인식
사업·생활·교육 케어... 사회적 가치 추구
투명한 가격 비교, 빠른 배송·반품 강점
밀키트 지원 서비스 운영... 과정 4주 내 완료
"자신만의 브랜드 만들어야... 식당 창업은 새로운 옵션될 것"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식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가 외식업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음식점주의 빚은 1년 새 평균 1000만원 가까이 증가했고 절반 이상은 폐업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출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식재료를 비교·주문하는 오더플러스 앱을 운영 중인 엑스바엑스다. 엑스바엑스는 골목식당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사회공동체 문제로 인식하고 사업과 생활, 교육 등 모든 영업을 케어하는 사회적 가치 추구 기업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아기유니콘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더플러스는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식자재를 비교하고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대기업부터 도매시장까지 50여개 업체, 총 14만개 식품이 입점해있다. 소비자들은 투명한 가격 비교, 빠른 배송·반품, 인공지능(AI)을 통한 맞춤형 지원 등을 강점으로 꼽는다. 전문성 있는 MD(상품기획자)는 식당마다 일대일 매칭으로 식자재를 어디서 구매하며 좋은지를 추천하고 상담한다.

기존 소상공인 외식 자영업자들의 경우 불투명한 비용, 불확실한 매출, 불충분한 현금 등 고질적인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는 "현재 유사한 서비스 중 가장 많은 상품을 제공하고 있고 가격 경쟁력이나 높은 품질을 보장하고 있는데 처음 접하신 분들은 이런 점들을 선호한다"며 "세 시간 긴급 재배송 서비스, 외상 서비스 등 편리하고 친절한 고객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밀키트 출시 지원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시설 투자 없이 기존 주방에서 패키지 제작과 온라인 판매를 진행할 수 있다. 주문이 들어온 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밀키트 기획, 촬영 디자인, 제작의 전 과정은 4주 내로 완료된다. 밀키트 온라인 판매 지원 '밀키트 마케팅 서비스'를 통해 식당 맞춤형 상세페이지 제작이 가능하다. 엑스바엑스에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채널 개설도 대행하고 있다.

박상진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니다 2013년 첫 창업에 도전했다. 박상진 대표는 "당시에도 외식업에 종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외식업 시장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과 역동적인 면모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맥주와 맥줏집을 추천하는 애플리케이션(오마이비어)으로 시작했지만 여러 규제에 막혀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기 어려웠다. 이 때 맥줏집 사장님들이 식자재 구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에 착안해 현재의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주말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낮에는 사업을 구상했다.

"먼저 시장 조사와 함께 유통 구조를 알아야 했어요.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식당 무급 아르바이트였습니다. 매일 가게 문을 열 때 식자재를 직접 받고 마감 때 발주 넣는 일을 도맡았죠. 홀 서빙과 계산대 업무를 보면서 시간을 쪼개 기획과 개발 작업도 진행했어요. 그 결과 지난 2016년 4월 식자재 중개 유통 플랫폼 '오더플러스'를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엑스바엑스에서 운영 중인 오더플러스 앱 서비스. 사진=시장경제DB
자영업자 특화 식재료 주문 앱 오더플러스 서비스. 사진=엑스바엑스 제공

오더플러스는 매년 200%에 달하는 가파른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문 건수는 2016년 8531건에서 2017년 5만3658건, 2018년 14만22건, 2019년 25만4476건, 2020년 46만8307건 등 급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회원 수도 97배 이상 증가했다.

박상진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 매출이 급감해 힘들었다"며 "식당의 생계와 생존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이나 마트에서 대면으로 구매하시던 분들이 오더플러스를 찾는 것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서비스도 이들에 맞게 바꾸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경제>는 외식산업의 잠재력, 청년창업 기획과 미래식당 구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 ID TOWER 9층에서 청년창업가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내용.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동기는?

"지난 2014년 개인 사업자를 설립해 맥주정보 큐레이션 서비스 '오마이비어'라는 앱을 출시했다. 다양한 맥주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맥주 초보자들이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맥주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맥주와 맥줏집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여개의 맥줏집과 제휴를 맺어 마케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제휴를 맺었던 맥줏집 사장님들은 하나같이 '식재료 수급이 가장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맥줏집의 경우 규모도 작고 정보력도 부족해 일반 식당들보다 더 식재료 수급을 어려워했다. '돈이나 인맥이 없으면 장사하기 힘들다'라는 얘기들이 나올 정도였다.

여러 곳으로부터 식재료 수급이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서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더 깊이 들어가고 또 들어갈수록 식재료 분야는 오프라인 시장의 전형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IT 기술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앱을 통해 비교하고 주문까지 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확신했다. 치열한 시장조사를 통해 식재료 유통 SCM(Supply Chain Management·공급망 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 왜 외식업인가?

"식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외식업만 해도 연간 120조원, 관련 유통과 생산까지 하면 식품 산업은 200조원이다. GDP의 10%가 넘는다. 반도체만큼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외식업 종사자는 200만명에 달한다. 종사자가 이렇게 많고 규모도 큰데 외식업은 사람들의 인정을 못 받아왔다. '우리 아이가 커서 식당을 차리면 좋겠다'고 말하는 부모는 없다. 다른 산업은 정부에서 앞다퉈 육성하는데, 왜 외식업은 예외일까.

식품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다른 좋은 비즈니스도 많지만 직접적으로 행복을 주는 인간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외식업은 세계적으로 봐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 산업이다. 한국은 맛에 대한 기준이 높고, 맛집 문화도 있다. 동네 식당도 프렌차이즈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데 인프라가 부족하다. 열악하지만 외식산업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오더플러스 특징과 경쟁력을 꼽는다면?

"오더플러스는 식당 사장님들을 위한 국가대표 식재료 구매처다. 식당 사장님들을 대신해 좋은 식재료를 찾아 연결·관리해 드리는 SCM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고 식재료 유통 네트워크다.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식당에 맞는 식재료 공급망을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설계·관리해 드리고 있다. 오더플러스는 식품 유통에 특화된 형태소 분석기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은 서로 다른 상품 표기법을 갖고 있다. 콤마나 슬래시 뿐만 아니라 오탈자나 혹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표기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형태소 분석해 표준화 할 수 있는 기술이 처음부터 필요했다. 엑스바엑스는 이러한 기술을 2019년 2월에 상용화하고 수많은 식품 데이터를 자동으로 표준화하고 있다. 식당에서 오더플러스를 통해 주문하는 식자재 수요를 정확하게 정량화해서 표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하고 더 나아가 수요를 예측하며 공급업체 추천, 채권 부실까지 전망하는 매우 광범위한 데이터 기술을 응용해 사용하고 있다.

그 동안 식품 유통산업에서 데이터 기술이 필요했던 부분은 구매 및 결제와 관련된 부분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재료 구매 관리 직원이 한 명 생긴 것 같다'는 사장님의 평들이 가장 많다. 식당에서 필요한 식재료가 생기면 그것을 일일이 업체에서 찾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들어오던 식재료가 갑자기 품절돼 수급이 어려워지면 대체 업체를 찾으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더플러스는 고객들에게 좋은 식재료 업체를 지속적으로 찾아 연결해주고 관리해드리고 있다. 식재료 구매 직원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수익 모델과 향후 전략은?

"기존 개인 식당의 식자재 구매 방식은 전화나 문자 방식의 주문, 업체 간 가격 비교 어려움, 구매자의 구매력과 협상력에 따른 판매가격 차별 문제가 존재했다. 엑스바엑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식자재 비교와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 정보 비대칭성에 대한 리스크 감소와 대기업 유통사와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시장 내 입지도 튼튼한 편이다. 수익 모델은 중개 수수료, 솔루션·서비스 매출, 금융 서비스 등이다. 밀키트 사업화 지원과 솔루션 매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지불) 탑재 서비스를 통한 금융 서비스 마진 발생도 기대된다."

-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회사 모든 자금이 떨어져 굉장히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 신한금융그룹 신한대체투자운용과 신한캐피탈에서 투자를 유치해줬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은 사회적 기업에 투자를 하는 소셜임팩트 펀드였다.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좋게 봐줘서 임팩트 투자를 해줬다. 신한캐피탈은 금융서비스나 금융결제, 특히 온라인 외상결제 서비스에 대해 투자를 지원했다. 핀테크와 마켓플레이스의 결합이 투자 유치의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박상진 엑스바엑스 대표. 사진=시장경제DB

- 박상진 대표의 꿈은 무엇인가?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자'라는 것이다. 식당을 위한 서비스라 보니 '식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슬로건도 제시한다. 저는 한국 외식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에 있어 충분하다고 믿는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케이팝과 같이 한국에 있는 외식산업은 일반 선진국 기준 대비 다양성과 창의성이 굉장히 우수하고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퀄리티가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콘텐츠적인 특성 품질에 대한 부분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엑스바엑스는 현재 국내 최대 공급망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해외로 확장해 나가면서 한국의 외식산업을 글로벌하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외식업이 단순 점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리테일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경계를 허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저희는 AI 채권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개별 가게의 외상 규모, 연체 이력, 상환 의지를 10일 단위로 평가했다. 채권에 대한 구조화를 통해 식당 사장님들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외상을 허용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경영이 어려워진 가게를 대상으로 최대 90일간 결제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슬로우페이’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의 외식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로 확대되고 국가의 경쟁력있는 기반산업이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외식업 전반에 걸쳐 사업이 더 커질 수 잇도록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

- 예비 식당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프렌차이즈도 충분히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지만 개인 외식 브랜드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자신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규정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식당 사장님들께 왜 창업하느냐고 물어보면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다. 자신의 꿈과 열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큰 방향성이라고 할 때 직장인에게도 식당 창업은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자신만의 맛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 관리를 받으며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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