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통통] "마약김밥에 환호"... 오색시장 명물 '엄마네식당'
상태바
[시장통통] "마약김밥에 환호"... 오색시장 명물 '엄마네식당'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12.08 1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도 오산 오색시장 '엄마네식당' 한지우 대표
100년 전통 경기 오산 '오색시장'
지역 명물된 엄마네식당 '마약김밥'
온라인 장보기 배송으로 활로 뚫어

<편집자주>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은 전통시장·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한 때 인파로 북적였던 우리네 전통시장은 발길이 뚝 끊기며 혹한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위드코로나' 시행과 더불어 그동안 억눌려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전국 방방곡곡 전통시장들도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시장경제신문>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시장통통' 코너를 새롭게 연재한다. 점차 다변화하는 소비시장에 대응해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를 발굴·소개하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이 코너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소상공인·전통시장에 한 줄기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엄마네식당 한지우 대표.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엄마네식당 한지우 대표.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통시장의 오색 빛깔로 버무린 톡톡 꿀맛 온라인 맛집

오산 오색시장은 1914년 개시된 오산시장을 잇는 100년 전통의 시장이다. 1792년 발간된 '화성궐리지'에 처음으로 기록이 등장했고, 처음엔 5일장의 형태였다. 경기 남부권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오산시의 한복판에 자리한다. 2010년에 오산중앙전통시장으로 변경됐다가, 2013년 5월 시민설문조사를 통해 현재의 '오산 오색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빨강, 녹색, 노랑, 파랑, 보라 등 색깔을 명칭으로 거리가 조성돼 있어 시장 방문객은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의 취약점인 주차공간의 부족을 해결해 총 4곳의 전용 공용 주차장을 갖춰 차량으로 부담 없이 방문이 가능하다. 

2021년 10월 기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제공하는 상권정보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오산 오색시장의 상권등급은 총 5등급 중 3등급(47.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권 내 업종 경기와 주변 집객시설, 교통 등 여건을 고려한 결과다. 구매력(14.7점)과 성장성(10.8점), 집객력(9.7점)에 비해 영업력(4.6점) 수치가 낮다. 주거인구 분포를 보면 남성과 여성이 각각 50%이지만. 유동인구는 남성(57%)이 여성(43%)에 비해 많고, 50~60대 이상 연령이 52%를 차지한다.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체적으로 주거·성별·연령별 인구 비율은 30~60대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선택지역 내 면적당 배후 주거인구와 직장인구 수 분포보다 유동인구비율이 높아 배달지역 범위를 넓히거나 고객 유입을 늘리려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오산시는 경기도는 물론 전국 지자체 중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젊다. 2015년부터 두 차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추진하며 전통시장 유동인구 30% 증가, 시장 내 공실률 0% 달성 등 성과를 이뤘다. 

오색시장은 상인회에서 온라인 주문 배송 및 참여점포 관리를 한다. 동네시장 장보기의 경우 네이버에서 담당 팀장을 두고 상품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입점 점포는 오색시장 내 녹색길, 빨강길, 아름거리, 맘스거리, 미소거리 등 구역별로 고르게 분포됐다. 작년에는 상인회 중심의 온·오프라인 이벤트 행사가 잇따랐다. 2020년 11월에 ‘다시 보는 시장, 오색시장 시소마켓’을 열었고, 앞서 7월에는 오색시장 동행세일 경품행사로 손님의 발길을 끌었다.

연말 크리스마스 라이브 커머스는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 한편 2021년 10월, 오산 오색시장에서는 경기도상인연합회 주관으로 상인 조직역량강화와 점포진열환경 개선을 비롯해 전통시장 온라인 장보기 ‘배달특급’과 관련한 교육이 두 차례 이어지기도 했다. 
 

경기도 오산 오색시장 전경.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기도 오산 오색시장 전경.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창업 5년 엄마네식당... 온라인 장보기 입점으로 활로

오산 오색시장 녹색길 1번 게이트. 엄마네식당이 입구에서 손님을 반긴다. 한지우(61) 대표. 서울 낙원동에서 태어났다. 젊어서부터 화성시 동탄면에 있는 전자회사를 다녔다. 2015년도에 갑자기 대기업 하청을 받던 부서가 구미로 옮겨 가면서 30년 직장생활을 접었다. 2016년 3월. 오색시장에서 엄마네식당을 열었다. 

“처음부터 이걸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저희 친정 엄마가 경기도 이천에서 족발집 하면서 전집을 하셨어요. 평소에 왔다 갔다 도와주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몸에 배었나 봐요.”

엄마네분식의 시그니처 메뉴는 마약김밥이다. 처음 가게를 열고 서울 동대문 시장, 경기도 평택 등 시장 조사를 무던히도 다녔다. 이전부터 이 김밥이 매출의 반을 차지했다. 시장 안 20평 남짓의 가게는 보증금 5000만 원이다. 종친회 건물이라서 주변보다 월세가 싸다. 직원은 셋을 뒀고, 이것저것 추리려면 월 매출 2000만 원은 넘겨야 하는 데 코로나 팬데믹이 덥쳤다. 시장 전체가 움츠러든 무렵,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팀이 오색시장을 찾았다. 2020년 9월, 창업 5년 엄마네식당은 네이버 온라인 동네시장 장보기 입점으로 새로운 활로를 뚫었고, 마약김밥은 오산의 명물이 됐다.
 

엄마네식당 전경.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엄마네식당 전경.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사실 저게 굉장히 어려운 거예요. 재료 자체도 그렇고. 처음에는 주먹구구식으로 했다가 실패하거나 버리는 것도 많았죠. 아직도 배우는 단계예요.”

한 대표는 식품 재료를 사러 발품을 많이 판다. 신선함과 가격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다. 수원의 농산물 시장과 서울 가락시장을 새벽에 오간다. 가락시장의 경매는 밤 11시부터 3시 사이에 이뤄진다, 직장을 다니는 아들이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일을 돕는다. 1982년에 결혼에 1남 1녀를 뒀다. 엄마가 할머니 가게에서 전 부치던 어릴 적 기억을 아들은 고스란히 품고 있다. 

“가게 이름은 그냥 제가 지었어요. 친정 엄마 생각도 나고, 엄마한테 음식을 배우기도 했고. 아무래도 엄마 그러면은 친근감이 더 있잖아요. 엄마 손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엄마네식당입니다.”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엄마네식당’ 베스트 3색 메뉴 

“요즘 신도시, 신도시 하잖아요. 오산하고 동탄이 그렇거든요. 그런데 동탄이 재래시장이 없어요. 원래 모두 한 동네였는데 개발이 되면서 동탄이 있는 화성시도 신도시가 돼버렸죠. 그때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하는 팀이 홍보하러 왔더라고요. 오색시장도 온라인 장보기 입점에 동참하라고요. 제가 서울출생이다 보니까 암사시장이 이미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흔쾌히 한다고 했죠.”

엄마네분식은 온라인 장보기에 입점 후 마약김밥이 입소문을 타면서 휘청거리던 가게 운영에 숨통을 틔웠다. 마약김밥은 육전, 수제 식혜와 함께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에 올라온 ‘엄마네식당’ 베스트 3색 메뉴다. 평점이 5점 만점에 4.8점에 이른다. 마약김밥의 리뷰수가 388개로 가장 많다. 초기 입점 시기에 플랫폼 업체는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도 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정착을 도왔다. 2021년 상반기 결제상품 수는 1,258개, 결제금액이 천만 원을 넘었다. 주문은 하루에 오전 11시, 오후 1시 두 차례 취합하는데, 마약김밥 주문이 밀려 오후 3시 출고 마감까지 80줄의 김밥을 싸기도 했다.
 

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엄마네식당은 평일 저녁에는 직접 끓인 우거지탕과 갈비탕을 손님에게 낸다. 명절에는 전에 집중한다. 지난 추석 때는 채소 값이 워낙 올라 육전으로 메인 구성을 바꿔 150kg 분량을 판매했다. 한 대표는 신메뉴 개발을 늘 궁리한다. 강릉 떡갈비 식당과 대관령 한우촌 등을 다니며 나름의 맛을 집어낸다. 느끼함과 개운함은 한 뼘 차이다. 요즘은 비지를 이용한 뼈다귀 해장국을 구상 중이다.

“저는 그냥 뚝딱 하는 게 아니에요. 순대국 한 그릇을 만들기까지 수도 없이 다니며 여러 곳의 순대국을 먹어봤어요. 아주 질리도록. 저희 친정 엄마가 장사를 하려면 재료 아끼지 말라고 항상 그랬어요. 내 손에서 한 색깔 덮으면 고객이 더 먼저 안다고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전통시장들도 빠르게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배송센터로 향하는 것은 어느새 상인들에게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오색시장은 새로운 동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100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지우 대표. 엄마네식당은 이순 나이를 뛰어넘어 삶의 기력을 온전히 바쳐 돌리는 풍차다. 오랜 터널이었다. 이제부터는 ‘위드 코로나’다. 느릿느릿 구르는 세상의 희망이 조끔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글·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리=유경표 기자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