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中企 죽이는 식약처... 맞춤형화장품制 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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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中企 죽이는 식약처... 맞춤형화장품制 왜 만들었나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1.10.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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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화장품 활성화에 찬물... 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없이도 교육·훈련받은 직원이 화장품 리필매장에서 제품 품질관리, 매장 위생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 실증특례 사업을 9월 15일에 개최된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되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없이도 교육·훈련받은 직원이 화장품 리필매장에서 제품 품질관리, 매장 위생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 실증특례 사업을 9월 15일에 개최된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되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정부가 화장품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맞춤형화장품 제도가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지난달 15일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없이도 교육·훈련받은 직원이 화장품 리필매장에서 제품 품질관리, 매장 위생관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화장품 리필매장에서 화장품을 소분·리필해 판매하는 경우 ‘화장품법 제3조의2’에 따라 맞춤형화장품판매업을 신고해야 하며, 국가자격을 취득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둬야 했다. 하지만, 이번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없이도 샴푸, 린스, 바디클렌저, 액체비누 4종의 제품 리필이 가능하게 됐다.

맞춤형화장품 제도의 핵심은 소분 판매이다. 정부는 맞춤형화장품 제도를 시행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 화장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라는 신규 직종까지 만들고 국가 자격시험을 2차례에 걸쳐 시행했다.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특히 아모레,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기업들이 맞춤형화장품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조제관리사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지난해 2월 실시된 제1회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시험에는 9천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응시할 정도였다. 대기업들이 리필 매장 확대에 나서면서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해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약처의 이번 조치로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들의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졌다. 특히, 현장에서는 애초 기대만큼 맞춤형화장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실정이어서 사실상 채용의 기회는 극히 적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는 규제 특례를 통해 화장품 리필 문화가 확산돼 포장재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조제관리사 채용이 어려운 소규모 매장에서도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지만 맞춤형화장품제도의 애초 취지를 생각할 때는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샴푸, 린스, 바디클렌저, 액체비누 4종에 국한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현장의 혼란만 더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소비된다. 또한 많은 시행착오도 존재한다. 하지만 처음 제도를 만들었을 때 가졌던 목표와 신념을 잃어서는 안 된다. 초심을 잃은 법과 제도는 그 존재 자체가 민폐가 될 수 있다. 맞춤형화장품 제도 시작 당시의 취지를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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