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제철 '비정규직' 해법, 이제 노동계가 답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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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제철 '비정규직' 해법, 이제 노동계가 답할 차례
  • 신준혁 기자
  • 승인 2021.09.19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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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결 위해 '자회사 직고용' 결정
노조, '본사 직고용' 요구하며 통제센터 불법 점거
3주째 대규모 불법 시위 중... 현장 긴장감 고조
협력사 + 탈레반 합친 '협레반' 용어까지 등장
타 지역 노조원까지 집결... 명분 없는 싸움 계속
지난달 23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충남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사진=블라인드앱
지난달 23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충남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사진=블라인드앱

비정규직은 노동법상 존재하는 용어가 아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파견법 어디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OECD도 비정규직을 임시적 근로자라고 규정했을 뿐 구체적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다. '노조 비정규직지회'라는 명칭조차 실질을 따지면 '협력사 지회'로 고쳐 쓰는 것이 맞다.

정의가 모호하다보니 정부와 기업, 노동계 입장은 서로 나뉜다. 비정규직 도입 목적은 채용을 늘리고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것이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마치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에 떠넘기는 의미로 변질됐고 일종의 계급구조를 형성했다.

우리 사회는 지난 24년 간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분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기업은 소모적 논쟁을 끝내기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 직고용'을 선제적으로 제시했지만 노동계는 '본사 정규직 채용'만을 주장하면서 파업과 농성을 반복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3주째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100%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 협력사 직원을 직고용하겠다고 밝히자 '현대제철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통제센터를 점거한 것이다. 노조원 100여명은 지난달 23일 통제센터로 몰려가 경비업체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건물 전체를 장악했다. 노조원들은 통제센터에 있던 재경직 등 현대제철 직원을 건물 밖으로 몰아냈다.

당진제철소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노조는 출근을 거부하고 통제센터 주변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시위 중이다. 제철업과 상관 없는 전국 민노총 조합원까지 집결시켰다. 노조를 비판하는 기사에 악의적 댓글을 다는 '댓글부대'가 존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회사 직고용에 찬성한 협력사 직원들은 정상 근무를 시작했지만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노조원과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내에서는 폭력적이고 극단적 노조를 꼬집어 '협력사'와 '탈레반'을 조합한 '협레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지역사회는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제철소 인근 마트를 오가면서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는 '현대ITC', '자회사 직고용' 등을 금기어로 지정하기도 했다. 자회사 채용 관련 글이 올라오면 노조원과 협력사 직원, 주민 사이 논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습 점거 당시 현장에 근무했던 경비업체 직원 A씨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되면서 불법 농성 중인 노조원을 위해 이동형 임시 검사소가 설치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조는 방역법상 집회 가능인원으로 그룹을 나눠 '쪼개기 시위'를 하고 있지만 불법과 폭력행위로 이미 명분을 잃었다. 상황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고울 수는 없다.

노조는 본사 취업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고용노동부가 내린 '직접고용 시정지시'에 따라 불법파견 금지와 고용확약, 전횐배치금지 등 조치가 이뤄진다면 불법시위를 중단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택배 대리점주 사망사건과 국민보험공단 콜센터 불법시위에서 보여준 노조의 행태를 볼 때, 노동권 보장과 근로환경 개선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노조의 잇따른 파업은 이미 '귀족노조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무엇보다 대법원이나 고용부가 내린 '직접고용 시정지시'는 원청인 본사가 직접고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들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적게는 수백대 1, 많게는 1000대 1이 넘는 경쟁을 거쳐 채용된 본사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노사의 강대강 대치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은 본사 직고용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자회사 직고용에 반대하는 협력사 직원은 기존 협력사로 돌아가야 한다.

현대제철은 노조를 업무방해, 주거침입, 퇴거불응, 재물손괴,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데 이어 집시법 위반·감염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노조를 상대로 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간접강제 비용을 법원에 청구했다.

자회사 직고용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내놓은 전향적 결정이며, 정부도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 해법으로 자회사 직고용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본사 직고용'만을 요구하며 불법 파업을 강행하는 민노총의 요구는 설득력이 없다.

회사는 막대한 임금 추가 부담을 감수하고 노동부 시정지시 수준을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제 노동계가 응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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