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털었다"... SK이노 분할, 왜 긍정 시그널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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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털었다"... SK이노 분할, 왜 긍정 시그널로 볼까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1.08.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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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view] SK이노 '배터리·석유화학 분사' 분석
일부 주주 반발... ”주식 반토막, 회사에 배신감”
재계 "분할로 '리스크 상호 작용' 근본 해소"
증권가 "기업가치 제고... 물적분할 충분히 긍정적"
조직 슬림화, 한 박자 빠른 전략적 의사결정 용이 
김준 사장 "구조 확보 측면서 중요, 그린 성장에 필수 전략"
김준 사장. 사진=시장경제DB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사진=시장경제DB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석화화학 부문 ‘물적 분할’을 결정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SK이노 주주토론방 등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서는 ‘존속회사의 기업가치가 쪼그라들면서 주가가 곤두박질 칠 것’이란 암울한 견해를 담은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매체는 주주가치 훼손을 주장하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견해를 전하면서 회사의 물적 분할 결정을 부정적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온도차가 매우 크다. 이들은 ”SK이노의 물적 분할은 두 주력 사업의 ‘리스크 해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우호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두 사업 부문이 각각 신설법인으로 분할하면, 어느 한 사업 부문에 내재화된 리스크가 다른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난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분할 결정 직후 나온 증권가 컨센서스는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분할 발표 후에도 "SK이노의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적극적 매수’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향후 2~3년간 적극적인 배터리 증설 투자를 통해 선제적 시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IPO를 통한 투자재원 마련은 기업가치 제고에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부연했다. 

재계 전문가들의 분석도 결이 같다. 이차전지 사업 분할은 SK 배터리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건이란 설명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차전지 시장에서는 한 박자 빠른 과감한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슬림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적 분할은 이런 의미에서 SK 배터리 브랜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재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물적 분할 설명 자료.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물적 분할 설명 자료.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미래 성장 가속화 위한 구조 확보"... 문구에 담긴 의미

SK이노베이션은 다음 달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0월 1일 자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기존 법인인 SK이노베이션은 신설되는 두 법인 지분 100%를 소유한다.

지난달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김준 총괄사장은 분할 결정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해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 가치를 만들어 갈 것.”

물적 분할로 배터리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연구 ▲리튬이온 배터리 에너지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소재 개발 ▲니켈 등 핵심 원료 생산 내재화 등에서 비약적 성과가 기대된다.

석유화학 부분은 정유와 범용 소재 생산에서 탄소포집·저장(CCS)과 수소 사업으로 포트폴리오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앞두고 있다.

재계와 주식시장 전문가들이 물적 분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논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리스크 상호 작용'의 최소화이고 다른 하나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다. ‘조직 혁신’이란 측면에서 볼 때 SK이노의 물적 분할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사용한 표현은 다르지만 시각은 김 총괄사장의 그것과 같다. ‘미래 성장 가속화를 위한 구조 확보’는 곧 조직의 혁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리스크 상호 작용’ 난제, 물적 분할로 해소

분할 전 SK이노의 취약점 중 하나는 핵심 사업이 각각 안고 있는 리스크가 다른 사업부문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체인 리엑션’(chain reaction)이었다.

석유화학 산업은 전통적인 장치산업이다. 석유화학 시설이 밀집된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 등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수시로 터진다. 공정에 사용되는 휘발성 유독물질이 공장 안팎으로 유출되는가 하면 설비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해마다 수 천 억원의 비용을 공장 설비 보수에 쓸 만큼 '안전 문제'는 석화산업의 내재화된 리스크이다.

배터리 산업의 리스크도 사업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중요 변수 중 하나이다. 화재 위험성이 상존하는 액상 전해질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는 2020년대 중반까지, 전기차용 이차전지 제조 기업은 ‘배터리發 화재·폭발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자사 전기차 모델의 리콜을 실시할 때마다 당해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한 이차전지 제조사에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SK이노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도 이같은 현실을 고려해 해마다 막대한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제조 단가가 충분한 수준으로 내려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전에는, 앞으로 상당기간 현재와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2030년 대 이후에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건재할 것이란 견해에 공감을 표하는 전문가들은 많다.

이차전지 제조사들이 앞다퉈 소재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번 충전에 500~1000km를 주행하는 높은 에너지효율을 보장하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대폭 높이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물적 분할로 두 기업이 각각 신설되면, 리스크 상호작용에 따른 체인 리엑션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 기업은 자기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한 박자 빠른 의사결정,

레드오션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건

전기차용 이차전지 산업은 블루오션을 지나 레드오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사실상 양분하다시피 했던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유럽과 미국 브랜드가 가세하면서 경쟁이 한층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쟁이 다변화되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의 ‘속도’이다. 한 순간의 실기(失期)가 기업의 존폐를 가르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공 이면에는 특유의 한 박자 빠른 의사결정이 있었다.

글로벌 이차전지 선두권 기업들은 생산 설비 확충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남미와 동남아시아 정부로부터 채굴권을 얻어 핵심 원료를 직접 생산·가공하는 움직임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양·음극에 적용되는 신소재 개발과 전지박(동박)·분리막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SK 배터리는 물적 분할로 몸집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조직 슬림화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속도'를 더할 수 있는 분명한 호재이다. SK이노의 물적 분할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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