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6시간'... 증거 못내민 檢, 증인 신청 250명 인해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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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6시간'... 증거 못내민 檢, 증인 신청 250명 인해전술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3.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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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삼바 회계 의혹' 2차 공판준비기일
檢, 예단·추론 섞어 PT... 변호인단과 신경전
국정농단 기존 주장 되풀이... 새 내용 없어
辯 "사후 정당성 확보 위해 재무제표 조작?"
검찰의 앞뒤 안맞는 논리·법리상 모순 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 11명을 피고로 하는 '삼성물산 부당 합병 및 삼바 회계 의혹' 사건 공판이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약 6시간 동안 ‘마라톤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연결고리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을 거론했지만, 17년 열린 국정농단 사건 당시 주장을 사실상 되풀이 하는데 그쳤다. 이날도 검찰은 다양한 정황과 그에 따른 의혹만 열거했을 뿐, 혐의를 특정할 ‘스모킹 건’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 사건 수사 당시부터 검찰의 치명적 허점으로 지적된 '증거 부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점에서, 검찰의 향후 행보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이 증거 부족으로 초래된 수세적 상황 만회를 위해 역대급 규모의 증인신청 명단을 제출하는 등 '인해전술'을 펼 것으로 예상돼, 이 사건 1심 심리기간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 측 신청 증인은 2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이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외부감사법상 분식회계, 업무상 배임 등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핵심 현안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의 경우,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합병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합병 비율 역시 자본시장법이 정한 바에 따라 결정됐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상 위법이 없었음을 이미 다수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확인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장 기재 내용에 대해, 실체가 없는 '설'만 존재할 뿐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검찰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검찰의 삼성 합병 수사 사실을 보도한 YTN 뉴스. 사진=화면 캡처.
검찰의 삼성 합병 수사 사실을 보도한 YTN 뉴스. 사진=화면 캡처.

 

'합병 사후 정당성 확보' 위해 재무제표 조작?
앞뒤 맞지 않는 논리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지원을 목적으로, 모직에 유리하고 물산에는 불리한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했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4.69%로 그룹 전체 지배력 확보를 위해서는 부족했고, 그 해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대0.35였다. 삼성물산 매출규모가 제일모직의 5.5배에 이르고, 자산 역시 3배에 달했는데도,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많이 확보하도록 제일모직은 지분가치가 높을 때, 삼성물산은 낮을 때 합병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검찰 주장에는 중요한 맹점이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7월17일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확정됐다. 두 회사의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합병비율 산정'은 이보다 2개월 전인 같은 해 5월 자본시장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산정됐다. 검찰도 이 사실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은 삼성물산이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삼바 재무제표를 뒤늦게 조작했다는 주장을 뒤늦게 들고 나왔다.

합병의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재무제표 조작에 나섰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합병이 당시 시세와 법령을 기준으로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정당성은 이미 확보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사후 정당성 확보를 위해 뒤늦게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는 검찰 주장은 논리법칙상 성립하기 어렵다. 

 

검찰, 합병 전 제일모직 주가 급락 우려?
변호인단 "기관투자자 4600억 순매수"  

변호인단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주식가치는 시세조종이 아닌, 시장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상장할 때부터 재무구조가 탄탄했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를 통한 바이오 산업 미래가치가 반영돼 주가가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제일모직이 고평가돼 급락 우려가 있었다고 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 주장대로라면 기관투자자들이 제일모직 주식을 다 팔아치워서 손실을 최소화했어야 맞지만, 실제는 합병발표 전 6개월 동안 약 4600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부연했다.  

'삼성물산 가치가 의도적으로 평가절하 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건설회사의 경우 순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미치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2015년 당시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였다”며 “당시 삼성물산의 주당순이익(PER)을 보면 저평가됐다고 할 수 없고, 타 건설사들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고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변호인단은 “검찰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에서 합병 과정에 있었던 모든 사실이 위법하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사건은 주가 조작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근본 목적은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 안정화'에 있었다는 것이 변론 요지이다. 당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해외 투기자본에 의한 적대적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고,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합병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2018년 9월 삼성그룹 순환출자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며 “당시 국내 건설업 시장 상황 악화로 해외 프로젝트에 막대한 손실이 있었음에도 삼성물산은 신용등급 상승과 사업 수주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삼성, 삼바 자본잠식 막고 싶었을 것"
檢, '예단'과 '추론'으로 공소장 작성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릴 필요가 있었고,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재무제표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부채를 은폐하고자, 고의로 회계 분식에 나섰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핵심은 삼성바이오의 2012~2014년 회계처리 변경이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아울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지배력이 현실화된 시기를 2015년으로 본 삼성바이오 판단에 위법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종속기업, 자회사)으로 판단하고 '연결회계'를 적용했다. 회사 측은 이 판단을 2014년까지 유지하다가 2015년 변경했다. 그해 9월과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2종의 판매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는 공동투자자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삼바는 2015 회계년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에피스를 단독지배기업이 아닌 '공동지배기업'(삼바-바이오젠 공동지배)으로 보고, 지분법 회계를 적용했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면서 에피스의 지위는 종속기업에서 관계사로 바뀌었다. 

검찰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제약 사항을 은폐하고 콜옵션 부채를 계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및 각종 동의권에 의해 삼성바이오는 처음부터 에피스에 대한 단독 지배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은 이 부분 설명을 하면서 특유의 예단을 상당 부분 섞었다. 다음은 이 부분 검찰 주장 일부이다. 

“회계기준에 따라 2012년 재무제표부터 연결회계를 지분법회계로 고쳐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콜옵션 부채로 인해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지게 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상태에 빠지면 합병 비율이 공정했다는 주장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고 싶었을 것.”

검찰의 위 법정 발언을 살피면, 공소장 기재 내용이 '예단'과 '추측'에 바탕을 두고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검찰의 이 사건 '증거 부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연결회계를 지분법 회계로 바꾸면 자본잠식상태에 빠진다는 검찰 주장은 다수 회계학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홍기용, 이병태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검찰의 이 부분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바이오젠 콜옵션, 15년 이전 실질 권리 아니었다"  

변호인단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2012년부터 실질적 권리였다는 주장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콜옵션을 실질적 권리로 보려면 주식에 대해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공정가치 평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평가와 함께, 에피스가 사업적으로 성공한 이후에야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변호인단은 “에피스 설립 이후 3년까지는 성공여부를 아무도 알 수 없었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당시 과연 실질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도 국내 유수 대기업이 진출했지만 제품 개발 단계에서 실패해 포기한 곳이 많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을 끝으로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이달 25일부터 본공판을 열기로 했다. 공판 간격은 5월까지는 격주, 6월부터는 매주 1회로 결정됐으나 추후 변경 가능성도 있다. 변호인단은 "준비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7월 말까지 격주 공판 속행을 희망했다. 재판부는 공판 진행 과정과 법원의 휴정기 등을 고려해 일정을 다시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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