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삼성 준법委를 '제2의 감사조직'이 아니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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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삼성 준법委를 '제2의 감사조직'이 아니라 했나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1.01.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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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화 충남대 교수 '시장경제' 특별기고 분석 
컴플라이언스 권위자가 말하는 준법감시의 본질
이재용 파기심 앞두고 학계·법조계 관심 집중
"준법감시 본질은 내부통제와 자정 프로세스"
"경영진에 대한 강제력, 실효성 판단 기준으로 부적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단기적 위법행위의 필터링 실패가 준법감시 체제의 흠결이나 무용론 또는 무가치론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본다.’

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연구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박세화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시장경제>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둘러싼 성급한 무용론에 우려를 나타냈다.

상사법학계는 박 교수를 ‘현재 개별 기업들이 채택하거나 시행 중인 다양한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직접 고안안 설계자’로 평가한다. 그만큼 학계에서 박 교수가 차지하는 위상은 상당히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파기환송심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 사건 심리 막바지, 변호인단과 특검 및 검찰을 상대로 마지막 석명준비명령을 내리면서 박 교수의 관련 논문 두 편을 구체적으로 인용했다.

박 교수는 <시장경제> 기고문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살피기 위해서는 기업 준법감시체제의 본질적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준법감시위, 제2의 감사조직 아니다
경영진에 대한 강제력... 실효성 판단 기준으로 부적절 

박세화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시장경제DB.
박세화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시장경제DB.

무엇보다 그는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판단의 기준’과 관련돼 평면적 시각으로의 접근을 경계했다. 준법감시조직 혹은 그 체제를 ‘강제력을 구비한 제2의 감사조직’ 정도로 인식해서는 기업 컴플라이언스 제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는 특검 및 검찰, 참여연대 등이 삼성 준법감시제도를 바라보는 시각과 전혀 다르다.

“경영진에 대한 ‘강제력’ 행사와 강력한 규제력 작동시스템 설치를, 준법감시체제의 실효성 판단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체제의 본질과 조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영진이 준법감시조직을 제2의 감사조직으로 여기는 순간, 준법의무 위반을 점검하는 자정 프로세스로서의 효용성은 찾기 어려워진다.”

기업 준법감시조직이나 그 체제의 본질은 강제력 혹은 구속력을 갖춘 감시·감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를 비롯한 기업 경영진의 자정 프로세스’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준법감시체제는 본질적으로 경영진이 회사의 위험 총체를 관리하는 내부통제체제의 일부분이다. (중략) 내부통제체제는 경영진 스스로가 참여하는 일종의 자정 프로세스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교수는 “내부통제체제의 본질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과 최고경영진들이 준법감시위원회의 설치를 통한, ‘그룹 차원의 준법문화 형성’을 강조하고 있다면 일단 그것을 진정성 있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부통제체제로서의 준법감시위원회는 법령요구사항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는 경영진의 준법경영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 사진=시장경제DB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 사진=시장경제DB

 

위원회 ‘대외 공표’, ‘총사퇴’
실효성 담보할 수 있는 유용한 대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강제력 내지 구속력 부족’에 터잡아, 동 위원회의 실효성을 부인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의견을 달리했다.

체제 자체의 하자, 즉 위원회의 독립성 결여와 같은 근본적 흠결이 있다면 실효성을 인정키 어렵지만, 수단 내지 방법론 측면에서의 미비점을 이유로 실효성을 부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법원의 심리와 전문심리위원보고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적으로 운용되지 않을 가능성 특히 모니터링체제의 흠결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준법감시의 체제적 흠결을 보인다면 당연히 지적받아야 하고 실효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렇지만 ‘단기적 위법행위의 필터링 실패’가 준법감시체제의 흠결이나 무용론 또는 무가치론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문제는 체제의 유효성 검토에서 문제점을 탐지해 개선할 수 있고, 적정성의 문제라면 이사의 선관의무 위반으로 해결할 수 있다.”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 사진=시장경제DB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 사진=시장경제DB

박 교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임의기구이므로, 실효성 검증은 ‘위원회 체제 자체의 유효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삼성 준법감시위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용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최고경영진이 위원회의 권고에 따르지 않거나, 계열사 준법지원조직이 동 위원회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보고를 거부하는 등 위원회 차원의 준법통제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감시위원들이 사퇴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생각보다 강력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계열사 경영진들이 당해 회사 준법지원인(준법감시인)의 준법의무 위반이나 위험성에 관한 보고나 요청을 무시하는 경우, 위원회가 계열사 준법지원인들로부터 이를 보고받아 대외적으로 공표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된다면 계열사에 대한 준법감시의 효용성도 강화될 수 있다.”
 

최고경영진 위법, 효과적 예방 가능 
출범 10개월 만에 완벽한 자정 요구는 무리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판단에 대한 박 교수의 총평은 긍정적이다. 그는 ‘현재의 같은 노력이 계속될 것’을 전제로, “위원회는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위험을 예측, 최고경영진의 위법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최고경영진의 기존 위법행위를 유형화하고 경험데이터를 축적해감과 동시에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면서 선진적인 위험평가와 관리기법을 도입하는 일련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위험을 예측해 최고경영진의 위법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위원회 출범 후 10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단계에서 완벽한 자정효과를 기준으로 실효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합리적 근거를 전제한다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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