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대림 페이퍼컴퍼니' 라던 APD社, 알고보니 정상 법인
상태바
공정위가 '대림 페이퍼컴퍼니' 라던 APD社, 알고보니 정상 법인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12.23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경25시] 이해욱 대림 회장 4차 공판 쟁점 분석
공정위 조사 곳곳 '부실 정황'... 檢 기소도 의문
호텔사업 추진 위해 설립한 법인 'APD' 실체 확인
변호인단 APD 설립 멤버 이력, 법정서 공개
워커힐, 신라, 하얏트, 롯데호텔 등 출신 구성
국내외 최상위 호텔리어 10여명 영입한 TF
공정위, 검찰 고발하면서 APD 임직원 프로필 확인도 안 해
DL타원(구 대림산업). 사진=대림그룹
DL타워(구 대림산업). 사진=대림그룹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해욱 대림 회장 공판에서, 검찰이 '페이퍼컴퍼니'로 의심한 법인 APD(Asia Plus Development)의 실체가 드러났다. 심리 결과 동 법인의 주요 인력은 검찰의 의심과 달리 국내외 최상위 기업에서 업력을 인정받은 엘리트 호텔리어들로 구성돼 있음이 확인됐다. 검찰의 이 사건 기소는 'APD는 총수 사익편취를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APD가 정상급 호텔리어로 구성된 전문기업이라는 점이 법정 심리를 통해 확인되면서 검찰의 기소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17일 14시 이 사건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는 APD의 몸통으로 불린 호텔개발팀장 최OO씨가 출석했다. 최씨는 APD 호텔 브랜드 ‘글래드’ 제작과 APD 사업 전반을 총괄한 인물이다.

변호인단은 최씨를 상대로 APD 설립 당시 영입된 멤버들의 이력, 이들의 APD 재직 시절 담당 업무, 퇴직 후 이직 기업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검찰의 ‘APD=사익편취용’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하고, 공정위 부실 조사의 문제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증인에 따르면 APD 설립 당시 최씨는 4~5명으로 호텔개발팀을 꾸렸다. 본인 근무기간 동안 직원의 수는 10여명에 이르렀다고 최씨는 진술했다. 인력들은 워커힐, 신라, 하얏트, 롯데호텔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호텔체인 출신들이었다. 

☞ 대림, 글래드호텔사업 사건 개요

건설과 정밀화학 분야를 주업종으로 성장한 대림산업은 2010년대 초반 그룹의 미래먹거리로 호텔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했다. 이 회장은 2010년 7월 ‘APD(Asia Plus Development)’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이 회사의 지분은 이 회장을 비롯한 일가가 100% 보유했다. 워커힐, 반얀트리 등 국내외 메이저 호텔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엘리트 호텔리어들이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APD는 2012년 이후 대림산업의 호텔브랜드 ‘글래드(GLAD)’를 개발하고, 상표 등록을 마쳤다. 대림산업은 2014년 이후 오픈한 자사 계열 호텔에 글래드 브랜드를 적용, 사업을 시작했다. 글래드 호텔의 운영은 대림산업이 100% 출연해 설립한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맡았다. 

대림 측은 오라관광을 통해 APD와 브래드 사용권 계약 등을 체결하고 거래관계를 유지했다. 위 계약에 따라 오라관광은 APD에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지급했다. 2018년 7월 이 회장은 자신과 일가가 보유한 APD 지분 100%를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호탤 브랜드 '글래드'는 대림이 개발한 뒤 그 상표권을 이 회장 일가가 급조한 신설법인 APD에 넘겼으며, 매년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상표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동 법인에 부당 지급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APD는 호텔 브랜드를 개발할만한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림 측이 보유한 상표권을 APD에 넘기고, 매년 수억원 이상의 금원을 동 법인에 지급하는 과정에 이해욱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 내지는 관여가 있었다며, 이 회장과 대림산업 전현직 임직원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총수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인용해, 이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사익편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해욱 대림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증인 최씨는 SK 대졸 공채 출신으로 워커힐 호텔에서 근무했다. 지배인, 식음료팀장, 전략 마케팅 팀장을 거쳐 W호텔 테스크포스트팀에서 근무했다. W호텔에서는 중장기계획 수립, 신규 호텔 런칭, 브랜드 선정 등의 핵심 업무를 맡았다. 최씨는 호텔 경영진이 되기 위해 미국 코넬대로 유학(호텔경영학)을 가기도 했다. 코넬대는 호텔업계 세계 최정상급 대학이다.

APD는 최씨와 같은 호텔업계 경력자를 10명 이상 영입했다. 최씨는 APD 대표 전OO 씨가 채용했다. 이후 직원들은 최씨가 채용업무를 대행, 팀을 꾸려 사업을 확장했다고 한다.

최씨를 영입한 APD 전 대표는 워커힐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전 대표는 APD를 거쳐 반얀트리 스타 서울 운영사인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주) 리조트 부문 대표로 취임했다.

최씨와 함께 일한 직원 A는 APD 입사 전 워커힐, 국내 최초 비즈니스 호텔인 이비스 호텔에서 호텔 개발 실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글로벌 호텔 체인 아쿠워임배서더 이사로 재임 중이다.

직원 B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하얏트 호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런던의 칼튼타워, 2008년 반얀트리 서울, 2011년 W호텔에서 근무한 호텔 운영 전문 인력이다. 그는 APD 호텔사업팀에서 근무했다.

직원 C는 미국 힐튼, 중국 쉐라톤, 한국 쉐라톤 큐브 등에서 근무했다. APD로 이직 후 호텔사업팀에 배치됐다.

직원 D는 APD 입사 전 쉐라톤 디큐브 런칭 디자인을 총괄했다. 현재는 롯데호텔의 비즈니스 브랜드인 롯데시티호텔 테크니컬 서비스 총괄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직원 E는 프라자호텔에서 근무하다가 APD를 거쳐 현재 신라호텔 사업총괄 팀장을 맡고 있다. 타이러스홀딩스 호텔 개발 컨설팅 담당자로 근무하던 안 모 씨는 APD 대표로 취임했다.

최씨는 이 같은 인력 구성에 대해 “당시 최적의 인력 구성”이라고 증언했다.

변호인: APD 재직 당시 인적 구성을 비춰볼 때 APD의 호텔 사업 역량은 어느 정도였나?

최씨: 제가 속했던 조직이어서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은 비지니스 호텔을 개발한 곳이 롯데 신라 등이었는데, 그런 곳에 있었던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저희(APD)에 모여 있었다. 호텔 개발팀으로서는 그 당시 최적의 인력 구성이었다.

 

공정위 'APD 임직원 이력 조사', 부실 드러나 

APD의 인력 구성 공개로 검찰의 ‘APD=사익편취’ 논리는 기초가 사실상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인력 구성을 볼 때 ‘APD=대림그룹 신사업용’이라는 변호인단의 주장이 훨씬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고발권자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관 김 모 씨는 올해 8월 20일 이 사건 1차 공판 증인으로 나와 “(APD 소속의) 모든 직원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APD 출범 당시 직원의 수가 10여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정위 조사관의 증언은 납득이 쉽지 않다. 공정위의 조사 부실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사건 최대 쟁점은 이 회장이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개발을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총수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같은 법 23조의2 제4항). 

최씨는 “이해욱 피고인의 일방적 지시는 없었죠?”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온 공정위 조사관부터 최씨까지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은 일관되게 "이 회장이 업무를 직접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