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空間전략' 짠 승부사, 강승수 회장의 준비된 도전 
상태바
한샘 '空間전략' 짠 승부사, 강승수 회장의 준비된 도전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2.17 0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셀러리맨 신화... 입사 8년 만에 이사대우, 54세 회장 취임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판다”, 오프라인 직매장 기획 대성공
사장 취임 후 1년간 중국 전역 탐방... 철저한 현지화 전략
스마트홈-스마트시티 도전... 구체적인 미래 비전 제시
업계 유일 ‘5일 인테리어 시공’... 전국 단위 시공망 앞세워 ‘초격차 사업’ 강화
강승수 한샘 대표이사 회장. 사진=한샘
강승수 한샘 대표이사 회장. 사진=한샘

“디지털 시대 글로벌 홈 인테리어 시장에서 한국을 넘어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국내시장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해외시장 개척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겠다.”

강승수 ㈜한샘 신임 대표이사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지난 50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차근차근 기반을 닦은 한샘이,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산업 전 분야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샘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강승수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한샘이 걸어온 길은 도전의 역사로 요약된다.

1970년 창립 당시 자본금 200만원, 7평 규모 사무실이 전부였던 한샘은 ‘세계 제일’의 주방가구 기업을 목표로 경이로운 성장을 지속했다. 한샘 매출액은 2008년 4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2013년 1조원을 돌파했고, 2017년에는 국내 가구업계로는 최초로 2조원을 달성하는 기록을 썼다.

강 회장은 전임 최양하 회장과 함께 오늘날 한샘을 반석 위에 올린 ‘창업공신’ 중 한 명이다. 올해 54세로 젊은 전문경영인(CEO)인 강 회장은 영업, 마케팅, 기획, 해외사업을 두루 거친 준비된 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5년 한샘 입사 후, 입사 8년만인 2003년 이사 대우, 2007년 상무, 2009년 전무, 2010년 부사장, 2014년 사장, 2016년 부회장(기획실장)으로 승승장구하며 ‘셀러리맨 신화’를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사원에서 과장까지 각 4년씩 12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임원까지 오르는 데 다시 수년의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승진 이력은 놀랍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전임 최 회장이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갖춘 ‘카리스마’형(型) 리더였다면, 강 회장은 치밀한 기획과 전략으로 ‘이기는 게임’을 하는 ‘승부사’에 가깝다. 상반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은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대표적으로 토털 리모델링 서비스 ‘한샘 리하우스’ 사업이 있다. 거실과 주방, 욕실, 바닥재에 이르기까지 집 전체 인테리어를 전문적으로 리모델링 하는 한샘만의 독자 사업 모델이다. B2C 방식인 리하우스 사업은 20여년 전 처음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당시 업계에선 개념조차 생소했던 혁신 아이템이었다.

강 회장은 1997년 국내 처음으로 ‘원-스톱 쇼핑(One-Stop Shoppong)’이 가능한 선진국형 토탈 인테리어 전시장 ‘한샘플래그샵’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당시 주방가구 사업에 국한됐던 한샘의 사업영역을 종합 인테리어 분야로 확장시킨 것이다.

한샘은 전국에 리하우스 매장 23곳을 운영 중이다. 최양하 전 회장이 처음 구상한 것으로 알려진 이 사업을 현실로 만든 인물이 바로 강 회장이다. 생각에만 머물렀던 아이템을 실제 현실에 구체화하는 파격적인 실험은 그대로 적중해 한샘의 중요한 캐시카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샘은 강승수 회장 체제 아래서 리하우스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자체 보유하고 있는 전국 단위 시공 조직망을 바탕으로 상담-설계-인테리어 물품 제조-물류-현장 시공 및 점검에 이르는 전 영역을 풀패키지로 연결하는 리하우스 사업은 한샘이 국내외 대기업 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초격차 아이템’이다. 강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 가구·인테리어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샘 상암사옥. 사진=한샘
한샘 상암사옥. 사진=한샘

◆“가구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리하우스에서 스마트시티까지, 진화하는 한샘

강승수 회장이 방향타를 잡은 한샘의 대외 경영여건은 녹록지 않다. 가구업계 글로벌 공룡인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신규 인테리어 수요도 급감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위기 탈출의 해법을 ‘가구 밖’에서 찾았다. 강 회장의 지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가구만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는 부사장 시절부터 한샘을 단순 가구 제조 회사에서 전 방위적 유통 네트워크를 갖춘 가구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샘은 직매장과 아이케이, 대리점,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한편, 우수한 중소기업의 제품까지 아우른 온오프라인 가구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다.

실제로 도심형 백화점 모델을 지향하는 한샘 직매장은 66·99㎡(20·30평형)대 모델하우스를 직접 구성해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신혼부부·싱글족·이사 등 고객의 수요에 맞춰 공간을 특화했다. 무엇보다 한샘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는 ‘디자인’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경쟁력 있는 디자인은 필수다.

강 회장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미래 동북아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공간’ 그 자체를 디자인하는 한샘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담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5일 인테리어 시공’... 이유 있는 ‘매출 10조’ 선언

한샘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고객 감동’을 강점 중 하나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는 직원들이 단순히 제품을 파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불편사항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다.

강 회장이 취임식에서 ‘디자인’, ‘디지털’과 더불어 ‘인재’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샘이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업계 1위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자리했다.

강 회장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한샘만의 기업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자율성과 창의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탁월한 인재를 발굴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미래의 경영자·관리자를 육성한다는 생각. 이는 강 회장이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이자 영속하는 한샘을 꿈꾸는 그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사람이 먼저’라는 인재론이 빚어낸 성과가 바로 ‘5일 시공 완료’로 대표되는 리하우스 사업이다.

한샘은 전국 단위의 촘촘한 시공망과 정밀한 원자재 발주 시스템을 통해, 업계 유일의 ‘5일 시공 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반적인 리모델링 공사 기간이 20여일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4배나 빠르다. 효율적인 조직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구조다.

강 회장이 취임하면서 밝힌 비전 중 하나인 ‘스마트시티’도 빼놓을 수 없다.

한샘이 지난 50년간 쌓아온 홈인테리어 노하우에 IoT 기술을 접목, 스마트홈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강 회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텔리전트 빌딩 제어, 통신, 보안, 안전을 망라하는 스마트시티 부문으로의 진출 의지도 밝혔다.

한샘 리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한샘
한샘 리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한샘

◆한샘, 강승수 회장 지휘 아래 중국 공략 ‘박차’

강 회장은 한샘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중국 시장’ 공략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가구·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무려 7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규모 40조원과 비교하면 18배나 큰 시장이다. 중국 시장은 최근 20년간 매년 35%씩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한샘이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96년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다. 2004년에는 베이징에 자체 공장을 마련하고, 신축 아파트에 주방가구를 공급하는 B2B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실적은 미미했다. 글로벌 유명 메이커들의 격전지인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묘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2013년 말 사장으로 취임한 강 회장은 주요 임원 2~3명과 함께 짐을 꾸리고 중국으로 날아갔다. 그는 1년간 상하이와 북경 등 중국 주요 도시를 돌아보며 현지 가구 시장과 유통망을 자세히 분석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던 이케아, B&Q를 비롯해 현지기업 홍싱메이카이롱, 홀라 등의 사업전략도 살폈다.

2015년 한국으로 돌아온 강 회장이 내놓은 결론은 B2C 시장 진출이었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1등 브랜드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는 중국 중산층을 공략하는 홈인테리어 매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했다.

올해 강 회장이 한샘의 경영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중국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한샘 중국법인은 중국 가구 기업인 ‘멍바이허’ 등 현지 투자자로부터 1억7000만 위안(약 292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샘은 유통망을 확장하고 현지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샘 중국법인은 2017년 쑤저우에 물류센터와 공장을 설립했고, 같은 해 8월 상하이에 중국 1호 오프라인 매장 ‘상하이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항저우에 2개, 우한에 1개의 ‘플래그십스토어’ 매장을 더 열었다. 한샘은 향후 중국 주요 도시에 20여개의 매장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100년 한샘’을 위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강승수 회장. 매출 2조원의 신화를 썼던 그는 이제 한샘을 세계 초일류 기업 반열에 올려놓고 싶다는 열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글로벌 가구·홈인테리어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꿰뚫어 보는 탁월한 안목과 ‘현지화’를 앞세워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시기적으로도 한샘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