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세월호 정쟁에 안전 뒷전... K-safety운동 벌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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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세월호 정쟁에 안전 뒷전... K-safety운동 벌일 것"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9.03.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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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의 저자' 김종욱
‘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의 저자’ 김종욱 보좌관

2014년 7월 14일 설치된 세월호 천막이 약 1천700일 만에 철거된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서울시의 '세월호 추모기억 전시공간'(기억공간) 설치안을 승인했다. 서울시는 기억공간 내부를 세월호 참사 추모 전시물로 채울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리한 운항과 과적화물, 선박결함 등 21년 전 발생했던 서해 훼리호 사고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원인이 반복된 사고였다는 점이다. “서해 훼리호 사고의 끔찍한 기억에서 규정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고 기억했더라면 우리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그 고귀한 어린 생명들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재난·안전 사고현장과 안전수칙’의 저자 김종욱 보좌관을 만나봤다.

▲ 국회에 얼마동안 근무했나

-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으로 현재 이완영 의원 보좌관으로 재직 중이다. 국회 해병대전우회 사무총장도 함께 맡고 있다. 20년동안 국회 보좌진과 노사정위 등에서 근무하면서 정책이 이뤄지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봤고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 책을 쓴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할 때의 일이다. 20년 가까이 정부, 국회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사고 중에서 유독 기억이 남는 한 가지 사건이 있다. 2012년 9월 구미 제4공단에서 불산누출 사고다. 5명이 사망했다. 그 당시 환노위에 있으면서 현장과 정부를 통해 원인과 대책을 파악했는데 구미시는 화학사고 지식이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위기관리시스템이 걱정스러웠다.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해 국조특위 의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밤을 세워가며 일을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면서 정쟁으로만 비화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도 있지만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 비슷한 유형의 참사들이 반복되는데 사고의 역사를 거울삼아 재난방제 교훈을 되새겨야겠다는 심정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 책을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 그동안의 사고를 인적재난, 화재참사현장, 자연재해로 구분해 연대별로 엮어 사건의 개론과 신문기사, 사진자료 등을 담았다. 5년에 걸쳐 자료수집 및 조사·편집을 진행했으며 생생한 사고 현장을 국민 누구나 이해하고 알기 쉽도록 시각화했다. 초등학생들도 보기 쉽도록 하고 싶었다. 사진자료의 지적재산권을 매입하면서 억대의 사비까지 투입했다. 대한민국 재난실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사고가 있다면?

- 세월호 사고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너무나도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세월호 사고 이전에도 크고 작은 선박사고가 일어났지만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형식주의와 무사안일이 세월호 사고를 불렀다고 생각한다. 지난 1993년 발생한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를 조사한 결과 정원이 222명인 배에 무려 360여명을 승선시켰다. 그 결과 사망자가 292명에 이르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과적, 정원초과, 선장의 비도덕성과 무책임, 안전교육 시스템 부재, 평형수 부족 등 세월호 사고와 판박이였다. 세월호 발생 62일째 사망자 292명이라는 보도기사를 접하며 정말 소름이 끼쳤다. 훼리호의 영혼들이 우리나라 재난·안전시스템을 꾸짖으며 통곡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굿, 성형수술, 연애설 등 온통 대통령 사생활과 연관지어 정쟁으로만 몰고 갔다. 유가족들은 광화문에 농성장을 펼쳐놓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만 외쳐댔다. 그러는 동안 충주호 유람선 사고, 낚싯배 사고, 돌고래 전복사고 등 세월호와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 생명이 걸려있는 중대한 문제는 어떠한 변명도 용납될 수 없다. 100여 건의 재난·안전사고에 대한 정리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유형별 안전사고 대처법과 행동요령 및 응급처치 방법도 소개했다. 또한, 해외의 주요한 재난 사례 및 UN행동원칙을 수록하여 국민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고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공직자들과 각 계 안전설비 담당자·책임자들은 이 책을 통해 더 큰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라나는 이 땅의 소중한 어린이, 청소년들과 미래 사회의 책임자가 될 젊은 세대에게 소중한 자료로 쓰이길 바란다.

▲ 재난·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키면 재난사고는 90% 이상 예방 된다. 나부터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재난안전사고 사례를 조사·정리하다 보니 매번 똑같은 잘못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불감증 퇴출 캠페인을 하고, 전 국민이 K-safety운동을 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불편하다고 안전모 안쓰고 안전끈 안메고 구명복도 안 입는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일들이다. 안전 행동수칙을 아무리 교육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세월호 사고가 발생 후에도 우리는 안전불감증을 버리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를 이용해 정쟁에만 몰두하며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리고 또 다른 세월호 사고가 반복됐다. 인간 역사는 끊임없는 실패의 경험 위에 쌓아올린 위대한 진보와 진화의 과정이다. 하지만 그 실패를 망각하는 인간에게 역사는 종종 더 큰 실패를 안기며 인간의 존재 기반을 위협한다. 재난이 나는 것을 100%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최소화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실패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내일을 대비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의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혹은 뇌리에서 사라진 사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과거의 사고에서 혹여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며 재난을 대처하는 힘과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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