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광 상인회장, "수요일은 망원동 월드컵시장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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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광 상인회장, "수요일은 망원동 월드컵시장 가는 날"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6.06.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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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매대 세워 가게마다 원가로 특판
인근 빌딩 주차장 임대…10분당 200원
"670m앞 홈플러스 입점계획 저지하겠다"
▲ 망원동월드컵시장 홍지광 상인회장ⓒ 정상윤 기자

전통시장에 가면 운 좋게 깜짝 세일이 열릴 때가 있다. 양파, 사과 등 1차 식품군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니 주부들 사이에서는 인기 만점. 물건은 내놓기 무섭게 동이 난다.  

이 같은 행사는 시장경영진흥원과 서울시에서 각 시장 상인회에 특가 판매용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해주기에 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시장이 지원을 받는 입장이라 세일 행사가 비정기적으로 열릴 수밖에 없다.  

상인회에서 며칠 전부터 홍보를 해도 손님들은 시장에 들렀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세일’에 맞춰 시장에 오기 어렵다는 말이다.

전통시장 세일행사는 일정하지 않아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울 망원동월드컵시장은 매주 정기적으로 특가판매가 진행된다.  

홍지광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대대적인 세일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정부에서 지원받은 상품이 아니라 각 점포마다 상인들이 할인 물건을 정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이날은 할인상품을 가게 앞 매대(진열장)에 갖고나와 판매할 수 있어요. 평소에는 고객선 안에서만 물건을 파는데 수요일만큼은 물건을 앞에 빼놓습니다. 정육점은 고기, 야채가게는 야채, 과일가게는 과일 이렇게 점포마다 세일품목이 다양해요.”

상인회는 시장을 정돈돼 보이게 하기 위해 ‘특가판매용’으로 매대를 단체로 맞췄다. 가로 160센티에 세로 60센티 정도 되는 크기다. 상인들은 매대를 고객선 앞에 배치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가게로 유인하는 ‘미끼상품’ 전략을 쓴 것이다.  

▲ 매주 수요일 14~19시까지 매대에서 10~20%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 정상윤 기자

홍 회장은 “손님들이 매대 상품에서 저렴한 물건을 고르고 난 뒤 가게로 들어와 추가로 물건을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특가상품을 원가에 팔아도 행사 외 품목까지 잘 팔리니 상인들은 손해 보는 게 없다.   

행사는 올해로 3년째 진행되고 있다. 상인들의 꾸준한 참여덕분에 수요일 특가판매는 망원월드컵시장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평일에는 유동인구가 6천 여명이지만 수요일은 8천 여명을 웃돌 정도다.

“정기적인 행사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어요. 원가로 판매하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세일 효과는 더욱 크죠. 그 다음 ‘신선한 물건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전통시장의 장점이 맞물리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요.”  

손님들이 늘어나자 상인회는 ‘주차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주차장으로 만들 부지도 없었고, 당장 몇 십억을 지원받기란 쉽지 않았다. 상인회는 해결방안으로 마포구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인근 빌딩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주차장을 만들려면 20~3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해요. 돈도 돈이지만 장소도 마땅치 않아서 고민했죠. 구와 인근상가 입주자 모임, 저희 상인회가 조율을 하던 끝에 인근 빌딩 주차장 50면을 확보했습니다. 상가와 골목시장이 상생을 이뤄낸 거죠. 시장을 찾는 고객들도 부담 없이 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됐어요.” 

주차료는 10분당 300원에 계약했다. 상인회는 손님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중 100원을 지원하고, 손님은 나머지 200원만 내면된다. 올 1월부터 주차가 가능해지자 차를 몰고 목동이나 옆 동네에서 장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늘어났다고 홍 회장은 자랑이다.

지난 2009년 상인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회장을 맡은 첫 해에는 상품 진열의 마지노선인 ‘고객선’을 정착시켜 손님들의 통로를 확보했다. 2010년엔 전광판, 2011년엔 시장 2층에 있는 유리창을 통풍이 되는 루버로 교체하는 사업을 따냈다. 망원동월드컵시장은 마포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홍 회장은 ‘홈플러스 입점 저지 운동’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시장에서 670m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가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행 유통법상 전통시장 1km 내에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없지만 홈플러스는 이 유통법이 발효되기 전인 지난 2007년 입점허가를 받았다. 

이에 홍 회장은 “인근에 홈플러스가 3개나 있다. 1km이내에 또 다른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시장 상권이 위태로워진다”면서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상인회 회원들과 함께 시장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6월 중 준공에 들어가고, 오는 8월께 입점 여부가 결정된다. 

“2002년도부터 시장 근처에 홈플러스가 하나씩 들어오면서 시장에 손님이 줄었어요. 상인들이 힘을 모아 세일 행사나 쇼핑환경을 개선하면서 이제 단골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또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상권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예요.”

그는 시장 자체가 경쟁력을 갖고 마트와 경쟁해야 하지만 무분별한 마트의 진입이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최대의 요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저희 시장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마트와의 투쟁에서 이기기 위해 힘을 모을 것입니다.”

[2012.06.08 15: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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