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역곡북부시장 남일우 상인회장, "상품 진열선 지키니 손님이 꽉꽉 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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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역곡북부시장 남일우 상인회장, "상품 진열선 지키니 손님이 꽉꽉 차요"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6.06.2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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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 확보로 쾌적한 시장공간 만들어
추석․설날엔 '한 발자국' 더 들어가
쉼터-깜짝 경매 등으로 단골 확보
마트휴업일엔 파격 할인 등 이벤트
▲ 남일우 상인회장이 시장경제신문을 펼쳐 보고 있다. ⓒ시장경제신문

시장 상인들은 물건을 가게 앞으로 빼놓기 일쑤다. ‘소비자들 눈에 잘 띄어야 팔 수 있다’는 생각에 경쟁적으로 물건을 내놓고 판매하는 것이다. 앞 가게, 옆 가게 상인들끼리 벌이는 자리싸움도 비일비재.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돌아간다. 걷기에도 비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쇼핑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고객선’이 있다. 이를 자발적으로 지키는 시장은 많지 않다. 

경기도 부천시 역곡북부시장은 ‘고객선 지키기’로 고객을 끌어 모은 시장으로 유명하다.    

남일우 상인회장은 “상품들이 고객선 한발자국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손님들이 더 많이 온다”고 했다. 고객선은 손님들의 쇼핑 환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바닥에 노란색으로 칠해진 고객선 안으로 물건을 배치하면 손님들이 지나다니는 거리가 일정하게 확보돼요. 가게마다 물건을 비교하면서 사기에 좋죠. 유모차를 끌고 오는 주부들도 훨씬 편리해집니다. 여기에 깨끗하고 정돈된 이미지까지 더해지니 손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상인들끼리 얼굴을 붉히고 싸우는 일도 없어졌다. 몇 십 년 동안 묵은 갈등이 해소되니 시장 분위기도 한껏 살아났다고 남 회장은 설명했다.

역곡북부시장 상인회 임원들은 지난 2010년부터 ‘고객선 지키기’에 나섰다. 5명이 한 조를 이뤄 단속반을 꾸린 것이다. 이들은 ‘시장 통로 4m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점검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110개 점포마다 일일이 찾아가 선 안으로 물건을 배치하라고 설득했죠. 그런데 수십 년간 해오던 게 한 번에 바뀌진 않잖아요. 한 사람이 선을 어기면 다른 상인들도 순식간에 물건을 내놓았죠. 단속반들이 점검하다 말싸움이 커져 경찰서까지 가기도 했어요.”

초기에 마찰을 겪기도 했지만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장은 바뀌기 시작했다. 추석과 설날같이 손님들이 몰리는 날에는 고객선에서 한발자국 더 들어가 통로를 넓혔다. “통로가 넓어진 만큼 고객들이 늘어났다”고 남 회장은 자랑을 늘어놨다.

지난해에는 시장 중간에 ‘나들이 쉼터’도 만들었다. 4평짜리 빈 점포를 개조해 고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커피와 차 등을 구비해 놓아 손님들이 무료로 티타임을 즐길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짐을 내려놓고 쉴 만한 곳이 없자나요. 양손 무겁게 장을 보면 다들 돌아가기 바빴죠. 나들이 쉼터는 손님들이 오며 가며 쉬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가 됐어요. 고객이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셈이죠.”

평상시에는 ‘쉼터’로 활용되지만 특별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한 달에 두 번씩 당일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캐리커처를 그려주기도 했다. 부천시 지원으로 작가들이 시장에 투입된 것이다.

남 회장은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들이 시장에 가자고 조르는 경우도 많았다. 부천시에 캐리커처 없는 아이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손님들 호응이 좋자 시장은 ‘고객지원센터’를 만들어 고객들과 더 많은 소통을 이끌어내자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오는 가을께 완공된다. 

▲ 지난 5월 11일 역곡북부시장을 찾은 김영철, 신영희 부부가 경품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시장경제신문

고객선 지키기와 고객 쉼터 등 편리한 쇼핑환경이 조성되자 손님은 30%이상 증가했다. 평일에는 4천 여명, 주말에는 5천 여명 이상이 들른다고 한다. 

상인회의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최우수 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깜짝 행사로 ‘즉석경매’도 벌어진다. 상인들이 가게 물건을 기부하면 상인회에서 시장 한가운데 경매판을 여는 방식이다. 경매에 나온 물건은 야채, 생선 등 1차 식품부터 옷, 신발까지 다양하다. 낙찰 가격은 정가의 절반 이하로 싸다. 여기서 얻은 수익은 전액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된다.

지난달부터는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 ‘전통시장 큰 장날’을 진행하고 있다. 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날에 맞춰 대대적인 할인행사와 고객 문화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지난 4월 22일에는 특가 상품으로 안동 간고등어를 1손에 5,000원, 잡곡 3종세트(3kg)을 8,700원에 팔았죠. 다른 물건들도 10% 이상 할인해주니 손님들이 넘쳐났어요. 오는 27일에는 ‘인절미 찌기 체험’과 ‘어린이 그림그리기’ 등 손님들이 참여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는 올해 큰장날 행사와 고객센터를 통해 고객과 함께하는 행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고객이 머물고 싶은 전국 최고의 시장을 만들겠다.” 상인들의 의지가 모여 시장은 바뀌고 있다.

[2012.05.25 14: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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