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잘돼야 전통시장이 더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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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가 잘돼야 전통시장이 더 잘 됩니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0.10.17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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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곡제일골목시장 박태신 상인회장
공용쿠폰과 자체상품권으로 열혈단골 확보
140개 점포 하루 손님 7천명 매출 6천만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이 전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상인들의 푸념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을 정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내놓았다.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영업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의무휴업을 환영하고 나서는데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상인이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종곡제일골목시장에서 만난 박태신(효성당 운영) 회장은 “시장 안에 있는 마트가 잘돼야 우리 시장도 더 잘 된다”고 말했다. 마트와 전통시장이 공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시장에 상권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과 마트가 함께 있으면 손님들은 필요한 물건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어 번거로움이 해소돼요. 저녁 칼국수를 준비할 때 시장에서 농수산물을 사고, 마트에서 면발을 사는 경우죠.”

중곡제일골목시장 안엔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emart everyday)가 있다. 현행 유통법에 따르면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에는 신규 대형마트와 SSM 진출이 제한되지만 기존에 있던 마트는 이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시장에 마트가 처음으로 들어선 것은 1980년대. 해태마트와 킴스클럽을 거쳐 지난해 겨울 이마트 에브리데이로 넘어갔다.

수십 년 동안 마트와 경쟁하면서 중곡제일골목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겨나갔다.

위기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박 회장은 “의무휴업이란 호재도 전통시장의 기회로 사용하려면 시장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바로 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회장직은 쇼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4년 아케이드(지붕) 사업을 따냈다.

시설만 좋아졌다고 시장이 당장 살아나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에 뚜껑만 덮으면 장사가 잘 될 줄 알았어요. 마트가 고객 관리를 하는 것처럼 저희도 단골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 걸 깨달았죠. 그 다음해인 지난 2005년 전국 최초로 공용쿠폰과 자체상품권을 도입했습니다.”

각각의 점포는 5,000원~1만원을 구입한 고객에게 100원 공용쿠폰을 나눠준다. 대형마트나 SSM에서 발급해주는 고객카드를 시장형태로 옮겨온 것이다.

박 회장은 “5만원 어치를 구입하면 마트는 250원 정도가 적립되죠. 시장에서는 최대 1,000원
가까이 받을 수 있어요. 가게마다 단골들한테는 쿠폰 인심도 좋고 하니 시장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폰은 상인회에서 ‘중곡제일골목시장 자체상품권’으로 바꿔준다. 50장을 모아오면 5,000원 상품권으로 교환해준다. 동시에 이들은 시장 고객 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

“상품권으로 바꿔갈 때 이름과 전화번호 등 인적 사항을 적어요. 할인행사나 이벤트를 할 때 고객 리스트에 있는 분들께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박 회장은 “공용쿠폰이 초기 단골을 확보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한데 쿠폰까지 후하게 주니 알뜰한 주부들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시장은 쿠폰이 생활화 돼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15년째 공용쿠폰과 고객관리가 이뤄지다 보니 경기침체도 빗겨갔다. 점포수는 140여개로 중형시장 수준이지만 하루 평균 7,000여명이 들린다. 일 매출도 6,000만원을 웃돌 정도다.

박 회장은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공동판매를 온라인과 방문판매로 확대할 계획이다.

“설날, 추석 같은 명절에는 지역 특산품을 원가에 판매했어요. 지난 설에는 영광 굴비를 평균 판매가보다 3,000원정도 싸게 팔았죠. 1시간 만에 물건이 동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어요. 지금까지는 시장에서만 팔았지만 판로를 넓혀 나갈 것입니다.”

상인회는 ‘아리청정’이라는 상품 브랜드를 특허청에 신청한 상태다. 중곡제일골목시장을 자체 브랜드로 내걸고 신선식품과 산지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는 의지다.

“점포들이 각개전투를 하면 마트를 이길 수 없어요. 상인 전체가 뭉쳐서 살아남는 시장을 만들 것입니다.” 박회장이 전하는 시장 경쟁력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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